2024-03-29 03:50 (금)
고령화 사회, 생각의 틀 바꿔야
고령화 사회, 생각의 틀 바꿔야
  • 김숙현
  • 승인 2018.04.09 20:4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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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숙현SAS영재아카데미 원장 김해시 학원연합회 감사

 며칠 전, 세무서에 신고할 내용이 있어 찾아갔다. 안내원, 도우미, 파견 직원까지 세무 관련 어려운 서식을 도와주고 있었다. 친절하게 안내하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과 각 창구마다 열심히 일 하고 있는 세무서 직원들이 참 보기 좋았다. 번호표를 뽑아 호출되는 창구에 갔다. 서식을 제출하고 상담이 이뤄지고 있는데 갑자기 등 뒤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여기 돋보기 없소? 글자가 깨알만 해서 하나도 안 보인다.” 난감한 표정의 직원들은 “저희는 안경은 비치해 두지 않습니다.” 조용한 세무서 사무실 안을 굵고 큰 목소리로 깨워 놓은 이 사나이는 또 한마디 한다. “돋보기를 둬야지. 나이 많은 사람들도 많이 오는데 저걸 어째 보노? 나 참 기가 막힌다. 돋보기 가지러 집에 다시 가야 하나?” 마치 절규하듯 소리쳤지만 아무도 대꾸하지 않았다. 모두가 너무 황당한 주문에 대꾸하거나 호응할 가치를 못 느꼈기 때문이라고 짐작한다. “안경점을 차려 둬야하나?” 열심히 일하던 세무서 직원의 탄식이 새어 나왔다. 볼일을 끝내고 주차장으로 가는데 그 사나이가 숨을 거칠게 쉬며 세무서를 빠져나갔다. 받는 친절에 익숙해져서 마치 그것을 자신이 누려야 할 권리로 착각한 것일까? 손님은 무조건 왕이라는 왜곡된 사고를 이곳에서 적용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까운 은행 농협에 갔다. 세무서에서 처리했던 일의 연장선이었다. 은행 창구에 앉자마자 깜짝 놀라 반사적으로 휴대폰을 꺼내 사진 한 장을 찍게 됐다. 물론 은행 직원에게 양해를 구한 일이었다. 그 사진은 다름 아닌 안경이었다. 맑고 투명한 플라스틱 재질의 거치대에 안경 3개가 전시돼 있었다. 친절하게도 연령별대별로 ‘40대, 50대, 60대’라고 글이 붙여져 있었다. 무작정 돋보기를 비치한 것이 아니라 도수의 차이를 뒀던 것이다.

 세무서에서 불편을 호소하며 그 사나이가 찾던 안경이 농협에는 당연하다는 듯이 비치돼 있었다. 안내 요원이 두 사람이나 있었고 파견 직원이 한사람 더 있었으나 돋보기가 없어서 도저히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은 하지 못하고 돌아가던 그 사나이가 생각났다. ‘침묵과 조소의 눈빛으로 그 사나이의 발길을 돌리게 하지는 않았나?’ 반성하게 됐다.

 어떤 한 시대 사람들의 견해나 사고를 근본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테두리로서의 인식의 체계를 ‘패러다임’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패러다임은 사물에 대한 이론적인 틀이나 체계를 말한다. 고령화 사회로 달려가는 우리 사회의 패러다임이 달라질 때이다. 은행을 찾는 젊은이는 이제 별로 없다. 젊은 사람들은 인터넷이나 폰뱅킹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은행을 찾아오는 많은 사람들은 인터넷이 마땅하지 않고 더구나 폰뱅킹은 사용의 불편을 느끼는 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를 직감한 은행은 창구마다 연령대별 돋보기를 발 빠르게 비치해 뒀을 것이다.

 하지만 고령화 현상이 어디 은행뿐이겠는가? 출산율이 줄어들고 있음에도 인구가 늘어난 만큼 수명이 길어진 우리 사회현상으로 볼 때 고령화 인구의 경제 활동 또한 연장돼 세무서 출입 또한 연령대가 점점 높아지고 있을 것이다. 은행만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무감은 분명 없다손 치더라도 시민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차원의 시설은 구비돼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열심히 일하고 성실히 살아가는 세무서직원들을 비난할 마음은 추어도 없다. 필자 또한 그 사나이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고 관공서에 와서 무례하게도 교양 없이 행동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은 고령화 사회에 대한 우리들의 마음이 준비가 안 돼 있고 마음이 없으니 생각에 이를 수 없으며 더구나 행동할 수 없었던 것이라 생각한다. 너, 나, 우리 모두 고령화를 걱정만 했지 그에 대한 대비를 얼마나 했나 점검해 봐야 할 때라는 것이다.

 생각의 차이와 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며 고령화에 대한 패러다임을 화두에 올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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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희 2024-03-14 14:27:31
아니 기사에 글씩이나 쓰면서 추어가 없다니 추호가 그렇게 낯선말인가?? 연배를 생각하면 이런 실수는 안하는게 맞지않나 싶은데 십대 일기도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