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해양조선 측은 채권단이 노사협약안을 수용하고 수주해 놓은 선박에 대한 RG를 발급하면, 노사가 합심해 회사를 정상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민주노총 경남도본부도 노조가 큰 고통을 무릅쓰고 협약안에 합의한 만큼 채권단에서 수용해주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와 산업은행은 지금까지 경쟁력 없는 기업은 시장원리에 따른다는 원칙을 강조해 왔다. STX조선 노사는 구조조정에 가까운 합의안을 내고 다시 회생 의지를 보였다는 입장이다. 시장 논리와 회생 의지가 상충하는 모양새이지만 STX조선이 창원 등 경남에서 차지하는 경제 규모는 상당하다. 단순히 시장 논리의 잣대만 대기에 곤란한 구석이 있을 뿐 아니라, STX조선 노사가 일단 큰비를 피하고 보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이 또한 곤란하다.
STX조선해양의 법정관리행 여부는 임금 삭감 규모가 정부와 채권단이 요구해 왔던 고정비 삭감 규모(75%)에 어느 정도 근접하느냐에 달렸었다. 산업은행이 STX조선의 운명을 독자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법정관리 결정은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다행스럽게 법정관리로 가지 않았다. 노조가 나름 큰 양보를 하고 6ㆍ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정부가 강수를 두기는 부담이 컸을 것이다.
STX조선 노사의 회생 의지는 눈물겹다. 노사의 애절한 호소에 경제 논리와 정치 논리가 덧씌워져 있다. 이번에 법정관리로 가지 않았다고 안심할 수도 없는 처지다. 회생의 기회를 얻은 STX조선 노사는 죽을 각오로 정상화에 힘을 쏟아야 한다. 도민뿐 아니라 국민에게 부담을 계속 주면서 버티기만 하는 기업은 존립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