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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강절의 황극경세
2018년 04월 19일 (목)
이광수 7618700@kndaily.com
   
▲ 이광수 주역명리작명가  

   주역을 공부하려면 소강절(邵康節) 선생의 주역 연구서를 반드시 읽어야 한다. 공자가 십익(十翼)에서 주역 계사전(周易繫辭傳)을 통해 64괘의 괘사와 384효의 효사를 해석했지만 주역의 대요를 논했을 뿐 주역 점술의 구체적인 방책을 자세하게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의미해석도 읽는 사람의 학리적 식견이나 수준에 따라 다양한 각도로 해석할 수 있어서 초심자들은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 소강절 선생은 주역해석과 점술의 구체적 실행방법을 선천수 상수학(象數學)으로 증험에 근거해 논리적으로 풀어놓았다. 그는 송대 주역해석의 비조로 매화역수(梅花易數), 하락이수(河洛理數)를 통해 인간사에 대한 길취흉피(吉取凶避)의 방향을 명쾌하게 제시하고 있으며 주역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도록 비교적 쉽게 풀어놓았다. 그러나 선생의 역작이라는 황극경세(皇極經世)는 우리 같은 미생이 난해한 이 책의 문리적 해석을 이해하기에는 그 문턱이 너무 높다. 매화역수와 하락이수의 공부 재미에 빠지자 내친김에 뭐 한다고, 당랑거철(螳螂拒轍)의 심정으로 4천쪽에 이르는 황극경세 역본 5권을 덜렁 구입했다. 그러나 황극경세는 말 그대로 소옹의 역작답게 높은 벽처럼 느껴졌다. 역자의 서문과 한국의 내로라하는 주역 대가들이 추천사에서 언급했듯이 난해하기 짝이 없다. 책의 핵심은 어느 정도 이해하겠는데 수리로 복잡하게 계산해 전개하는 이론에 머리가 멍해져 두통이 났다. 책을 읽어가면서 행간의 내용을 재독, 삼독하며 개괄적인 내용만 파악하고 책장을 덮고 시간을 두고 읽기로 했다. 다만 천지 만물의 흐름과 현상을 역수 변화원리로 해석해 놓은, 쉽게 말하자면 우주의 탄생부터 소멸까지의 시간 흐름에 따라 나타나는 제 현상을 주역 괘로 해석해 놨다는 것을 간파할 수 있다. 예를 들면 1960년은 오회 대과괘 구괘운 손괘세식이다. 해당괘의 괘사를 읽어보면 그해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질서정연하게 체계적으로 역수 변화의 원리를 도표로 배열해 놓았다. 수천 년의 과거와 현재, 수천 년의 미래를 이렇게 도식화해 괘사의 해석으로 제 현상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지(地支) 자(子)부터 해(亥)까지 12회(會)가 각 회마다 5천400년이 지나며 반복된다. 그리고 태어난 년, 월, 일, 시로 괘를 지어 해당 괘가 나오면 그것으로 부모(년괘), 형제자매(월괘), 자신과 배우자(일괘), 자식(시괘)의 운세를 정단할 수 있으며, 이 네 괘로 대운(10년 운)을 따져가며 운세 추이를 추단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역수 변화의 원리로 운세를 추론하면 아마 자신의 전생과 수백 년 후의 후손들의 운세도 정단 할 수 있을 것이다. 좀 무섭다는 생각도 든다. 생년월일시만 알면 세계 각국 지도자의 운명은 물론 장차 그 나라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추론할 수 있어 자칫 천기누설의 우를 범할 수 있을 것도 같다. 물론 전생은 다른 방법으로도 간단히 정단할 수 있기는 하다.

 이처럼 황극경세는 천지만물 소장현상(消長現象)을 관찰하면서 일월성신(日月星辰)의 현상 법칙을 추리ㆍ연구하고, 음양의 도수를 상고해 강하고 유함의 형체를 살핀다. 원(元)으로 경(經)을 삼고, 회(會)로써 기(紀)를 삼으며, 시(始)로써 운(運)을 삼고, 종(終)으로써 세(世)를 삼아서 과거의 역사적 사실을 연계해 천도(天道)로써 천착한다. 64괘와 12지의 원회운세(元會運世: 1원 12회, 1회 30운, 1운 12세, 1세 30년)로 계산해 인류문명의 미래사적 의미를 추측ㆍ논단한다. 수리(數理)를 일월성신과 수화토석(水火土石)과 함께 한서주야(寒署晝夜), 풍우로뢰(風雨露雷), 성정형체(性情形體), 비주초목(飛走草木)의 동식물의 현상적 세계까지 대응시켜 그 법칙을 성명한다. 따라서 황극경세는 역사서이자 음운학서, 책력, 운명추론서라 말할 수 있다.


 당시 소강절 선생의 역저인 이 책을 연구하면 세상사에 무불통지(無不通知)한다는 소문이 퍼져서 배우고자 하는 사람이 줄을 이었지만, 자기 아들인 소백온에게도 전수하지 않고 다만 수제자인 왕예와 장민에게만 전수했다고 한다. 그러나 책의 심오한 경지와 세상의 이치를 관통하는 탁월한 식견에 책을 얻은 두 사람은 두문불출 주야로 몰두하며 연구하다가 일찍 죽고 말았다. 왕예는 죽어서도 이 책을 연구해야겠다는 심정으로 무덤에 넣어 줄 것을 유언했는데, 사후 도굴꾼에 의해 이 책이 출토돼 팔린 후 전수돼 후대까지 전해지게 됐다고 한다. 필자 역시 서평만 읽고 이 책을 구입해 읽고 있지만 난해한 내용을 터득해 달통의 경지에 이르게 될지, 아니면 중도에 포기하고 말지 장담할 수 없다. 다만 소강절 선생의 피나는 연구 노력의 결정체인 이 책을 보물처럼 아끼며 많은 사간을 투자한다면 소옹께서 터득한 문리의 십 분의 일이라도 이해하게 되리라는 기대감으로 오늘도 혼자 독서삼매경에 빠져든다. 주역은 10년을 공부해도 그 오묘한 이치를 터득하기엔 역부족이라고 한다. 천학비재 학문의 깊이가 얕은 소인배로서 배움의 과정에서 얻는 즐거움으로 위안을 삼는 것도 밑지는 장사는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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