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17:42 (금)
‘국정농단’과 ‘댓글 조작’ 무게가 다르다
‘국정농단’과 ‘댓글 조작’ 무게가 다르다
  • 박춘국 편집국장
  • 승인 2018.04.22 20: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박춘국 편집국장

 지난해 대한민국은 ‘국정농단’이 화두였다. 지금은 ‘댓글 조작’이 각종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한다. 최순실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눈을 가리고 개인 치부에 국본을 이용했음이 만천하에 드러나자 국민은 허망함에 빠졌다. 1년이 지난 지금 최순실이 만들어낸 ‘촛불 혁명’으로 대권을 잡은 이들은 ‘댓글’과 ‘드루킹’이 만들어낸 화살에 정조준 당하고 있다.

 ‘국정농단’ 앞에는 세월호가 있었다. 세월호의 슬픔은 촛불을 타오르게 했다. 그래서 촛불은 더 크게 번졌을지도 모른다. ‘최순실 국정농단’을 바라본 국민 일각에서는 “사리사욕에 눈먼 이들에게 역대 대통령은 의례 농단의 대상이었다”는 낡아 빠진 지적을 내면서도 “박근혜는 너무 심했다”는 비판을 했다.

 하지만 당시 들불 같은 여론이 조작됐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은 대한민국의 오늘을 사는 이들에게 더 큰 분노를 안겨준다. 물론 사법당국이나 특검이 만들어낼 ‘김경수판 댓글 조작’ 수사결과를 지켜봐야 할 일이지만 분노는 증폭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댓글 조작’ 사건의 심각성을 논할 때 ‘군중심리’가 거론된다. ‘군중심리’는 ‘많은 사람이 모였을 때, 자제력을 잃고 쉽사리 흥분하거나 다른 사람의 언동에 따라 움직이는 일시적이고 특수한 심리 상태’를 일컫는다. 인간은 자주 ‘군중심리’의 마술에 빠진다. 사회적 중요 이슈에 대해 ‘군중심리’는 더 큰 작용을 하기도 한다.

 지난해 ‘촛불집회’를 되새겨 보면 많은 이들이 이 특수한 ‘군중심리’의 작용에 따라 거리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많은 이들은 급속히 보급된 스마트폰으로 검색한 언론기사에 달린 ‘댓글’을 바라보면서 “이렇게 많은 이들이 분노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어진 국민의 반응들은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파면’에 영향을 행사했으리라.

 아직 드루킹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지 않았음에도 혹자는 ‘댓글 조작’을 ‘국민 농단’이라 칭한다. “‘최순실이 대통령을 농단했다’라면 ‘김경수와 드루킹’은 국민을 갖고 놀았다”는 성급한 비난을 쏟아내는 이들도 있다. 성급한 이들의 분노 표출에 따르면 최순실 주인공 ‘국정농단’을 앞장서서 비판한 세력들이 1년이 지나 ‘댓글 조작’이란 부메랑을 맞게 된 것은 ‘자업자득’이란 지적이다.

 논리 비약이 지나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언론을 통해 지금까지 알려진 드루킹의 장난을 보노라면 비약은 결코 넘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한다. 향후 수사와 특검을 통해 ‘국민 농단’ 사건의 실체가 드러난다면 국민은 더 분노할 가능성이 높다.

 대체로 진보진영을 지지하는 이들의 연령은 낮고, 보수는 연령대가 높다. 그래서 연장자인 그들은 촛불을 들고 떼를 지어 거리로 뛰쳐나가지는 않으리라 짐작된다. 다만 이번 6ㆍ13 전국동시 지방선거에서 표심으로 드러날 게다.

 ‘칼로 흥한 자는 칼로 망하리라.’ 성경의 한 구절이다. ‘최순실 국정농단’을 바라본 국민의 시각과 반응을 해킹프로그램을 이용해 조작ㆍ과장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의 여론을 만들어 내고, 작업을 실행한 이들의 무리한 요구, 거절, 그들의 협박, 폭로, 반대 여론 조작.

 일련의 스토리는 다수의 지능범죄와 맥을 같이 한다. 우수한 두뇌를 이용해 국민을 속였다면 이제 냉엄한 국민의 심판만이 남았다.

 그렇다면 ‘국정농단’과 ‘댓글 조작’의 무게는 얼마나 다른지 달아보자. ‘국정농단’에 대한 인터넷 포털 댓글이 상당수 조작됐음이 진실로 밝혀진다면, 즉 대통령을 단죄한 여론이 조작되고 부풀려졌다면 ‘국정농단’의 무게는 오류라는 결론에 이른다. ‘박근혜 심판’은 재측정이 필요하다. ‘국정농단’이 대통령을 속였다면 ‘댓글 조작’은 국민을 속인 것으로 그 무게는 차이가 크다.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지존이지만 우리 헌법은 ‘국민이 대통령보다 무겁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정농단’이 촛불로, 촛불은 국민혁명으로, 이는 다시 장미 대선, 정권교체로 이어졌지만, 이번 ‘국민 농단’은 드루킹의 ‘댓글 조작’, 엄밀한 돈거래, 일본대사, 총영사 인사청탁, 거절(그러나 청와대 천거), 협박, 동지비판(현 정부 비난 댓글 작업), 김경수 연루설 등의 프레임으로 대비된다. 결국, 국정농단과 댓글 조작 사건의 무게를 달 저울은 국민의 마음이다. 국민들은 더는 조작된 정보에 속고 싶지 않다. 5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서 정확한 저울의 눈을 볼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