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19:31 (금)
바보 빅터를 읽고
바보 빅터를 읽고
  • 은종
  • 승인 2018.04.26 1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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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종시인

 이 책을 읽고 자신의 정확한 IQ 검사결과를 다시 한번 확인하기 위해 모교인 중학교 방문을 망설이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주인공 빅터는 17년 동안 자신의 IQ가 73밖에 되지 않는 저능아인 줄 알고 살아왔다. 그것은 중학교 IQ 테스트 담당 교사가 173이라는 숫자를 73으로 잘 못 읽고 옮겨 적어 그 실수로 빅터의 삶은 송두리째 바보로 취급당하며 살아간다. 가는 곳마다 놀림의 대상이었고 성인이 돼도 제대로 받아주는 일자리도 없었다. 하지만 레이첼이라는 교사는 빅터에게 자신감을 고취시켜 그가 갖고 있는 장점을 살려 사회의 밑거름이 되도록 동기부여를 해준다.

 단지 저능아라는 초점에 맞춰 불행한 성장기를 보내고 세월이 흐른 후, 정확한 진실이 밝혀져 다시 복귀되는 그런 이야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어떤 배경이 돼야 하는가, 우리 사회에 깔려 있는 동조성향은 얼마나 잘못된 건가. 더 구체적으로 나는 스스로 어떤 인물이라 생각하는가, 자아존중감은 어느 정도인가…. 많은 질문을 던져주는 책이다.

 가정이라는 울타리, 학교라는 집단, 사회라는 공동체 속에서 행해지는 잘못된 교육방법, 편견 등이 사람의 마음을 다치게도 하지만 그 황폐함 속에서도 사랑이라는 실체는 숨을 쉬고 있으며 끊임없이 역동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듯 우리 주변에는 상대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탁월하게 만드는 멀티플라이어가 있는가 하면, 있는 것조차 떨어뜨리고 낙심하게 만드는 디미니쉬한 존재도 있다는 것이다.

 한편, 동화작가를 꿈꾸고 있던 로라는 어린 시절부터 부모로부터 ‘못난이’라는 호칭으로 늘 불려왔다. 그렇게 부른 이유는 로라가 다섯 살이었을 때 백화점에서 유괴당한 사건이 있었다. 그 후로 부모들은 자신의 딸이 너무 예뻐 그렇게 당한 것으로 알고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위장 전술을 쓴 것이 오히려 불행을 자초하게 된 것이다. 아이의 머릿속에는 항상 자신이 진짜 못난이라고 믿게 됐고 성인이 되기까지 ‘외모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이로 인해 직장, 결혼 생활에서도 자신을 스스로 위축시켜버리는 안타까움이 더해진다. 그러다 보니 자신을 사랑하는 법도 모르고 자신감마저 결여돼 있으니까 그 어떤 목표도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시냇물에 낙엽 떠내려가듯 세월만 보내고 있을 뿐이었다. 이런 모습을 안타깝게 여긴 어머니는 TV 토크 상담코너에 자신들의 사연을 신청해뒀고 거기서 그 진실을 밝히게 된다. 부모와 자식 간의 오해는 풀리고 긴 세월 동안 겪어왔던 아픔과 증오의 벽은 무너짐으로써 자신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하며 귀하게 자라온 존재임을 비로소 깨닫게 된다.

 천재 수준의 IQ를 가진 빅터가 스스로 바보라고 생각하게 만들도록 동조한 기관, 학교, 이웃 속에 독자를 몰아세워 부모, 교사, 상사의 입장이 돼 가슴에 꽂히는 화살처럼 통증을 일으키게 한다. 로라 역시 예쁘고 사랑스러운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의 두려움으로 인해 오랜 세월 동안 불행한 딸로서 살아가는 모습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처럼 불안은 긍정적 마인드의 밑그림을 흩뜨려놓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고귀한 목표를 달성하는 사람을 보게 되면, 가끔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얼마만큼의 사랑의 힘으로 키워졌는지, 그 사랑을 실천하는 마음으로 자라게 한 배경은 누구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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