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13:26 (토)
딥스를 읽고
딥스를 읽고
  • 은 종
  • 승인 2018.05.07 18: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은 종 시인ㆍ독서지도사ㆍ심리상담사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부모에게서 물려받는 유전 인자보다 더 많은 영향을 받고 자라는 것은 환경적 학습이라는 것이 이 책을 통해서 증명된다. 딥스는 부모의 사랑과 돌봄을 온전하게 경험하지 못하고 길러진다. 그로 인해 조현병(정신분열증) 증세가 있는 아이처럼, 때로는 자폐아들이 보이는 행동을 나타내기 시작한다. 이러한 태도에 대해 부모, 특히 딥스 아버지는 심한 학대와 모욕, 감금함으로 아이를 거의 방치해버린다.

 교사 A는 놀이치료를 통해 딥스의 닫힌 마음을 하나씩 여는데 심혈을 쏟는다.

 심리상담ㆍ치료자는 이러한 내담자의 상황을 잘 파악하게 된다. 그래서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기법이나 기술로써 내담자의 응어리진 마음을 풀 수 있도록 도와준다. 효과적인 대인관계를 성취하도록 도와주고, 현실적인 방법으로 불안을 다루고, 충동적이고 비합리적인 행동을 통제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으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 먼저 딥스와 라포형성을 갖는다. 내면의 욕구는 숨겨져 있지만, 행동으로 표출되기 때문에 언어적이든 비언어적이든 치료자는 인간이 가진 감정에 대한 예민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가령 우리가 어떤 사람과 친해지기 위해 그 사람과 공감대를 이루기 위해서는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 그 필요를 충족시켜 주려고 노력하는 것도 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아이들에게는 교육의 현장에서 놀이라는 하나의 탈출구를 줌으로써 자유연상을 이용해 모든 것을 관찰하고 느낀 것들을 기록하는 것은 담당 교사만이 할 수 있는 특권이기도 하다.

 교사 A가 딥스에게 진정한 애정과 사랑을 쏟아부어 둘만의 관계가 확립되는 데에는 상당한 인내와 시간이 필요했다. 아버지와의 관계 속에서 이미 형성됐었던 불안에 대한 저항이 딥스의 전 행동에서 나타났었다면 이제 딥스는 가족들과 대화도 나누고 친구들과 놀이를 하며 아버지와의 관계도 회복함으로써 모든 것이 정상적 위치로 돌아갈 수 있었다.

 우리가 읽고 고찰할 수 있는 것이 단지 딥스의 문제에서 놀이치료 때문에 효과를 볼 수 있었느냐는 것이다. 삶의 환경으로부터 얻는 여러 가지 경험들이 무의식 속에 잔재가 돼 있어 그것들이 행동으로, 언어생활에서 문제로 나타날 수 있다. 될 수 있으면 나쁜 경험, 좋지 못한 기억들이 쌓여 내면화되지 않도록 원활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옳은 일이지만 이미 그렇게 형성된 아이들에겐 모든 이들이 교사가 돼 참된 사랑과 애정으로써 교육하는 것이 어른 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니겠냐고 바라는 것이다.

 식사시간이 돼 식당에 앉아 음식을 나누는 동안 한 편에서 뭔가를 열중하는 꼬마들의 모습을 종종 보곤 한다. 어른들의 대화에서 배제돼 마치 자기만의 세계에 푹 빠져 그 어떤 미동도 하지 않고 시선을 고정한 모습이 더 시선을 끌기도 한다. 물론 4차 산업혁명이 가져다준 문명의 이기를 누리는 것에서 완전히 떼어놓을 순 없지만, 놀이터나 야외에서 마음껏 뛰어놀아야 할 아이들이 틀에 갇힌 오락에서 자유를 구속당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도 동시에 일어나는 건 사실이다. 뛰놀면서 경험하고 그 경험을 토대로 읽고 사고하며 궁금한 것을 질문하는 아이들의 눈망울을 보고 싶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