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02:43 (목)
판문점 선언에 대한 기대와 우려
판문점 선언에 대한 기대와 우려
  • 이광수
  • 승인 2018.05.09 2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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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수 소설가

   판문점 선언이 있은 지 2주가 지냈다. 남북정상회담의 들뜬 분위기 속에서 회담성패를 가늠할 북미회담은 기선제압을 위한 기 싸움으로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우리의 국운향배가 한반도를 둘러싼 초강대국들의 이해관계에 얽혀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와 우려가 교차되고 있다. 한반도 운전자를 자임한 문 대통령의 의도대로 북한 핵 폐기와 평화정착으로 귀결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경상도 속담에 “우렁쉥이 속”이라는 말이 있다. 상대방의 속뜻을 몰라 감을 잡지 못한다는 의미로 통한다. 예측불허의 북미정상의 속마음을 우리가 정확히 파악하기는 힘들다. 자국의 이익과 자신들의 정치권력 향배가 걸린 수 싸움에선 표리부동의 의외의 변수가 작용할 수 있다. 그 셈법은 고차방정식으로도 풀기 어렵다. 정해진 공식대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강골의 청룡 백호를 등용해 자신들이 목표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당근과 채찍을 풀가동 하고 있다. CVID(완전한 비핵화)에서 PVID(영구적 비핵화)로 협상카드를 강화했다. 이에 더해 핵무기와 생화학 무기를 포함하는 대량살상무기(WMD)의 폐기까지 요구하고 있다. 이는 평화적 우주개발을 명분으로 ICBM(대륙간 탄도 미사일) 발사시험의 중지까지 포함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란 핵 협정을 파기함으로써 북한 김정은에 대한 의구심과 모호성에 대한 강한 압박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에 질세라 김정은 은 방중 40일 만에 또다시 중국 대련에서 시진핑 주석과 회담을 가졌다. 북미회담에서 있을 수 있는 차이나 패싱의 우려를 해소하고 김정은이 내밀 북미협상카드 내용의 디테일한 부분까지 자문받았을 것이다. 이때 대련항에서는 중국의 첫 자국산 항공모함 산둥함이 그 위용을 뽐내며 시험 운행하는 날로서 일대일로의 첨병역할을 할 군사대국으로서의 굴기를 대외에 과시하는 날이기도 하다. 당초 오는 22일경 열릴 것이라던 북미회담은 한미회담으로 그 일정이 딜레이 됐으며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에 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이란 핵 협정 폐기선언과 맞물려 있고, 완전한 핵시설 폐기와 살상무기 제거까지 바라는 볼튼의 초강경 대북정책의지로, 자칫 북미회담의 연기로 이어져 판문점 선언은 선언으로만 그칠 가능도 있다고 미국 외교가에서 우려하고 있다.

 지금 세계 각국은 배곯는 민주주의보다 배부른 독재를 용인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3선 연임을 피해 재집권한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제정 러시아의 차르를 연상하는 장기 독재 권력을 강화하면서 집권연장에 성공했다. 전국 각지에서 일어난 반정부 시위는 배부른 러시아, 강한 러시아를 선호하는 국민 70%의 지지로 그 빛을 잃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판문점 선언의 차이나 패싱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중국은 북중 관계의 견고함을 애써 강조하고 있다. 또한 판문점 선언에서 가장 소외감을 느끼고 있는 일본 역시 사학스캔들로 추락할 대로 추락한 지지기반의 회복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집권연장과 평화헌법의 수정을 밀어붙이고 있는 아베 수상은 납북가족문제를 북미회담의 의제로 채택되게 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음으로써, 추락한 지지세를 만회하기 위해 총력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이처럼 남북 간에 일기 시작한 해빙무드는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한 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시계 제로 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 내부정치 상황은 어떤가. 여야는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대치국면을 치달으며 식물국회로 전락시키고 있다. 오죽하면 국회의장이 5월 국회가 무산되면 세비를 받지 않겠다고 했겠는가. 물론 6ㆍ13 지방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은 이해가 된다. 그러나 정권은 국민들이 표로써 심판한다. 국민 불신의 제1순위에 올라있는 여야 정치권이 국익의 장래가 걸린 대사를 앞두고 이의 성공적인 결실을 위한 대안 찾기에 힘을 모아야 함에도 사분오열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실망감만 커지고 있다. 판문점 선언에 대한 시각은 서로 다를 수 있다. 지금까지 2번이나 속았기 때문에 생긴 불신이다. 그러나 이번엔 뭔가 다를 거란 조짐에 대부분의 국민들이 공감하며 회담에 대한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따라서 서로 터놓고 허심탄회하게 다른 의견들을 개진하고 경청하면서 국민적 컨센서스를 도출하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 이는 어느 정당과 정권의 성패를 논쟁할 사항이 아니라 73년 한반도 분단사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대사라는 거시적 안목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경제력 세계 11위 국의 위상답게 핵무기 없는 평화와 안정이 정착된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도약할 수 있도록 우리 정치권이 대오각성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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