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16:05 (금)
훔쳐보는 세상
훔쳐보는 세상
  • 이주옥
  • 승인 2018.05.22 2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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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옥 수필가

 관음증. 심리적 풀이로는 엿보기. 사전적 의미로는 알지 못하는 사이에 훔쳐보기를 통해 쾌락을 느끼는 증상을 말한다. 연관된 단어 몇 가지를 찾는다면 ‘창, 벽, 구멍, 페미니즘, 쾌락, 침실, 여자, 훔치다’ 등이 떠오른다. 거기에 근래 버전에 준해 한 가지 더한다면 아마 카메라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몰카. 어느 사회학자는 이를 “에로틱한 관조를 위해 여성의 신체를 클로즈업으로 찍는 물신적 응시”라고 그럴싸하게 해석한다. 대부분 시선의 소유자는 언제나 남성이며 여성은 남성적 시선의 대상이다.

 정신과 의사나 심리학자들은 어느 정도까지는 거의 모든 사람이 관음증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들킬지도 모른다는 조바심은 엿보는 사람을 더욱 흥분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고 한다. 인간을 비롯한 대부분의 동물이 여러 형태로 자신의 성적 매력을 과시하는 것은 성적 유혹과 짝짓기 행위에서 정상적인 것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엿보기가 단순히 성적 유혹의 한 요소가 아니라 성적 만족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하거나 주요한 원인이 될 정도면 관음증은 비정상적인 행위로 여겨진다고밖에 할 수 없다고 한다.

 관음은 영화나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이며 대표적으로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떠오른다. 그는 노골적으로 시각적 쾌락을 앞세운 관음의 욕망에 의해 동기화된 영화를 만들어서 페미니스트들에게 자주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심심찮게 몰래 카메라 이야기가 뉴스를 통해 전달된다. 출퇴근 시 만원 지하철안, 공중 화장실, 숙박업소 등 장소 가리지 않고 횡행되고 있다. 누구나 본인도 모르게 몰래 카메라 동영상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카메라가 장착된 스마트 폰의 대량 공급이 큰 물리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몰카 행위를 가하는 군상도 다양하다.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나 명망의 자리에 있는 사람들도 상당한 것을 보면 인간 본성에 의한 유혹은 대상이 따로 없는 모양이다.

 미디어의 발달이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그 범위나 파급력도 그만큼 크다. 자율적이고 긍정적인 용도로 사용되면 분명 이득이 많다. 동영상 촬영을 해서 여러 사람들에게 자신의 재능을 뽐내기도 하고 몇 가지 기능만 익히면 근사한 작품을 만들어 오래 보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것들이 매사 선의적으로만 이용되는 것이 아니다. 혼잡한 틈을 타서 여성의 특정신체 부위를 촬영해서 개인 호기심을 충족시키기도 하고 남녀 간 은밀한 행위가 몰래 촬영돼서 세상에 떠돌아 한 사람의 인생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이제 초등학생들까지도 그 행위에 가담하고 있다고 한다. 심각함은 수위에 다다른 것 같다. 개념 없이 어른들의 흉내를 내면서 동영상을 찍어 무작위로 배포하거나 또 다른 목적을 위해 음성적으로 사용된다고 하니 경악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른들의 불법촬영 범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몰래카메라’(몰카) 등을 이용한 ‘엿보기 음란행위’가 이제 아이들에게 일종의 ‘놀이문화’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아무 개념 없는 어린 아이들이 엄마나 친족의 특정 부위나 동작을 찍어서 무방비 상태인 공간이나 친구들과 공유하고 있다니 집안에서조차도 경계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인간에게는 무엇인가 들여다보고 싶은 심리가 작용한다고 한다. 특히나 SNS가 대세다 보니 한 개인의 사생활이 노출되기 쉽고 누구나 그런 공간에 출입이 가능하다. 어느 개인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에 들여다보고 그만의 공간을 침범하고 도용하기도 한다. 나 또한 간혹 그런 일을 겪으며 마음 상한 적이 있다.

 학자들은 “아이들마저 관음을 놀이처럼 소비하게 된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정부는 불법촬영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이로부터 파생된 사회현상에 대한 대응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의무가 있다”고 말한다. 이젠 여기에, 집 안에서도 아이에게 불법촬영의 부정적인 면을 설명하면서 중단시키는 교육도 필요하다고 덧붙여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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