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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문화를 담자
2018년 05월 29일 (화)
이덕진 7618700@kndaily.com
   
▲ 이덕진 문화학박사

  도시는 공적인 공간이며 시민들을 위한 공공의 장소이다. 따라서 시민들이 주체적으로 공간을 만들고 공간의 질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간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 경제적 공간에서 문화적 공간으로, 인공적 공간에서 생태적 공간으로 권력자의 공간에서 일반 시민의 공간으로 전환 돼야 한다. 단순히 예쁘게 꾸미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에게 쾌적하고 편리하며 안전하고 개방적인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세계 도시들은 지금 모두 문화도시를 꿈꾸고 있지만 모두 문화도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하면 진정한 문화도시가 될 수 있을까? 도시 고유의 역사가 기록되고 그 안에서 오늘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것이 보일 때 도시는 그 고유의 상징적 이미지를 갖게 된다. 오래되고 낡은 건물 하나가 그 도시를 대변할 수는 없겠지만 도시민들의 삶의 발자취가 묻어나고 그것이 오늘도 이어지는 도시의 다양한 표정이 바로 문화도시를 위한 토대요, 기초다.


 인구가 줄고 있는 각 도시의 변화를 갈구한다면 시작은 적어도 문화에서 찾아야 한다. 도시는 또 하나의 자연이다. 우리의 도시는 콘크리트로 포장된 차가운 도시가 아니라 생태적으로 건강한 도시가 돼야 한다. 자연은 가장 훌륭한 도시의 건축재이며 가장 화려한 장식품이다. 더불어 도시는 인간적인 커뮤니티가 성장하는 곳이다.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공간이어야 하고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계층이 살아야 하며 자연과 가깝고 자동차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사람 중심의 도시여야 한다. 뿐만 아니라 세계 도시들의 화두는 당연히 도시 매력 창출이다. 문화산업, 그것이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유럽의 유명 관광 도시들조차 역사ㆍ문화 자산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인식하에 산업시설 혹은 평범한 기존의 지역 문화자산에 스토리를 만들고 레저ㆍ예술의 메카로 재창조해 새로운 면모로 관광 산업계에 부상하고 있다. 앞으론 창의적이고 문화적이지 못한 도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21세기 관광은 단순히 구경만 하는 관광에서 다양한 문화를 심도 깊게 체험하는 관광 형태로 바꿔야 한다. 지구촌이라는 말을 실감할 만큼 세계인들은 친자연적이거나 매력적인 문화도시로 몰려가 몇백㎞를 걷거나 자연ㆍ예술ㆍ건축 등의 분명한 테마를 가지고 문화 여행을 한다.

 도시는 유기체와 같아서 흥망성쇠의 과정을 겪게 된다. 쇠퇴하는 단계에서 이를 극복하면 다시 부활하게 되고 그렇지 못하면 소멸의 길을 걷게 된다. 도시를 재생시키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가 문화다. 이전의 산업화시대의 산업 도시들이 쇠퇴의 과정을 겪고 재생하는 과정에서 문화도시로 변모된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기존의 건물을 철거하는 것이 아니라 개조와 재생에 의한 리사이클링(Recycling)으로 건물과 건물 사이의 외부공간을 사람들이 찾아오고 머물 수 있는 곳으로 바꾸며 오픈스페이스나 보행공간에 많은 배려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외관적인 변화도 중요하지만 도시민들이 도시 공간을 바라보는 시각이 전환되고 단순한 물리적인 공간이 아니라 문화적 공간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삿포로맥주 옛 공장건물을 문화 복합 상업시설로 재탄생시킨 삿포로팩토리, 방적 공장을 재활용한 가나자와 시민 예술촌 등 방치ㆍ폐기되는 산업유산을 지역 자산으로 재창조해 시민들에게 돌려주는 프로그램을 꾸준히 실행하고 있다. 또한 중국 홍방이나, 베이징 798 예술구, 1933 라오창팡, 레드타운의 경우 방치되던 대규모 유휴공간을 문화 예술복합 공간으로 재활용해 문화적 상징성과 발전 가능성이 큰 문화공간을 구축해 수많은 화랑ㆍ카페ㆍ아트숍이 공장과 함께 공존하며 중국의 현대미술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

 문화란 다양성ㆍ조화로움ㆍ변화의 모습으로 성장하며 교감과 소통으로 전파된다. 서로 다름을 포용하지 못한 획일적 개발 방식은 이제 바꿔야 한다. 지역성을 담지 못한 기념품이 외면당하듯이 기능성에만 치중해 지역 문화와 시민과의 유기적 관계를 무시한다면 진정한 문화가 될 수 없다. 문화는 박제된 아름다움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쾌적하고 아름다운 도시환경은 시민의 권리다. 저급한 환경은 시민에게 폭력과도 같다. 이야기를 간직한 역사적 건물, 문화유산이 현대와 어우러지는 오래된 거리들, 도시 곳곳에 있는 숲과 수변이 조화로운 쾌적한 공원, 산책로, 가로수 그늘이 드리워진 넓은 보행로와 자전거도로, 지역만의 색깔과 멋을 지닌 휴식과 낭만이 있고 편리하고 친환경적인 도시교통체계, 자연과 도시에 어울리는 아름답고 고유한 문화를 보여주는 공간들, 따뜻한 마음으로 이웃과 도시의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사는 도시, 그런 문화도시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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