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15:04 (목)
나무판자 속 인생을 새기다
나무판자 속 인생을 새기다
  • 어태희 기자
  • 승인 2018.06.03 17: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금촌 배기도 작가의 작품 `空(공) 비우다`

금촌 배기도 작가 개인전

가야테마파크 문화마당서

30일까지 작품 32점 전시

 `우리가 이제 것 살아온 인생 중에서 / 즐거워 웃는 날이 얼마나 있었던가. / 남을 속이고 나 자신에게 죄만 짓고/ 살아온 날이 더 많았을 것이다. // 갖은자는 편안함에 안주하겠지만 / 없는자는 조금 불편하다는 차이만 있을 뿐 / 똑같은 인간임에는 분명하다` (배기도 작가의 작품 `空(공) 비우다` 中)

 시작은 아내와 함께 산에 오르며 보았던 나무였다. 옹이 박힌 나무의 형상이 눈에 들어왔고 그것을 칼로 투박하게 깎아 원앙새를 만들었다. 한지화가인 아내가 나무를 이용해 예술을 해보지 않겠냐 조언했다. 그렇게 서각을 시작한 것이 이제 15년이 다 됐다.

 나무판자에 인생을 담는 금촌 배기도 작가는 서각을 배우기 위해 곡산 이동신 선생을 찾아간 날을 떠올렸다.

▲ 금촌 배기도 작가의 작품 `어머니 아버지`.

 "처음 곡산 선생님 공방에 문을 두드리면서 재능 없는 내가 이것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처음엔 나무판에 동그라미를 파는 것부터 시작했죠. 여태까지 무던히 노력했고 이제야 재능이 조금 보이는 것 같습니다."

 배 작가의 작품은 자연의 모습 그대로 투박하기도 하고 멋스럽기도 하다. 그는 도판에 유명한 시와 노래, 글귀를 순금을 이용해 새긴다. 그 속에는 즐거움, 사랑, 슬픔과 깨달음이 함께한다. 그가 서각을 사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언제나 나를 가르치는 것은 서각과 함께하는 시간이었죠. 풀리지 않는 일, 이해하기 어려운 일도 흐르는 시간 속에서 깨닫게 됐습니다."

 배 작가는 회갑을 맞이해 오는 30일까지 자신의 작품 32점을 가야테마파크 작은문화마당에서 선보이게 됐다. 올해는 특별하다. 오랜 시간 한국전력공사에서 일하며 공방을 운영하는 등 일과 작품활동을 병행했지만 그는 오는 9월 퇴직을 앞두고 있다. 전시의 주제인 `지금, 여기 인생 2장`에 걸맞게 이제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작품 활동에 매진하게 되는 것이다.

 "내 옆에 있는 사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 바로 이 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이 행복이라 생각합니다. 지나간 날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의미 있으리라, 앞으로 펼쳐질 내 인생 2장은 더욱이 가치 있는 삶이 되리라 기대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