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20:19 (수)
나무 판자 위에 피어낸 꽃과 문화
나무 판자 위에 피어낸 꽃과 문화
  • 어태희 기자
  • 승인 2018.06.07 17: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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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향 김희연 작가.

지향 김희연 화각 작가

롯데 스카이힐 김해CC

30일까지 22점 전시

 투박한 나무판자 위에 꽃이 핀다. 수줍은 듯 꽃망울을 틔고 화려하게 만개하기도 한다. 지향 김희연은 국내 유일의 화각(畵刻) 전문 작가다. 그의 작품엔 언제나 꽃의 유희가 펼쳐져 화각(花刻)이라고도 불린다.

 화각은 전통서예 서각에서 비롯된 예술이다. 원목의 나무에 밑그림을 그린 후 끌과 망치를 사용해 바닥을 파내고 돌출시키며 모양을 만든다. 그 위로 섬세한 채색 작업을 흘린다. 오랜 시간을 서양화가로 활동했었던 김 작가는 더 선명하고 아름다운 색을 올려낸다.

 김 작가에게 꽃은 그저 아름다움의 산물이 아니다. 그는 꽃 속에 작가 자신을 투영한다. 김 작가의 작품 속에는 늘 꽃봉오리와 만개한 꽃이 등장하는데 만개한 꽃은 절정과 끝을, 꽃봉오리는 시작을 의미한다.

 "꽃을 그리며 언제나 내 자신을 생각합니다. 만개한 꽃은 아름답지만 금방 져버리고 말죠. 현재의 내 모습이 전성(全盛)이 아닐까, 생각하다가도 발전을 위해 다시 시작하라는 의미로 꽃의 시작을 의미하는 꽃봉오리를 그려 넣습니다. 제 작품도, 작가로서의 저도 언제나 현재진행형이죠."

 그는 지역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도 넘친다. 김 작가는 도자와 철기문화가 왕성했던 가야를 떠올리며 많은 영감을 얻었다. 그의 작품에는 꽃 외에도 여러 도자기들이 등장한다. 조각난 것을 이어붙인 듯한 형상은 김해에서 한 조각씩 발굴되는 유물에 기인한 모습이다. 그 도자에는 가야의 철기문화를 대표하는 청동색 문양이 새겨져 있다.

▲ 오는 30일까지 개인전에서 선보이는 김희연 작가의 작품 `국화`(위)와 `목긴항아리 와당`.

 "김해에 대한 특징을 작품 속에 집어넣었죠. 많은 사람들이 내가 살고 있는 김해에 대해, 김해의 문화와 예술에 대해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이 컸어요." 흔치 않은 화각 속에 지역의 특색 또한 살린 그의 작품은 세간에 독창적이라는 평을 받는다. 화각을 시작한 지 10년이 채 되지 않은 그는 다음 달 위촉식을 통해 대한서각 명인으로 인정받게 된다. 그에 앞서 김해에서는 김 작가의 15번째 개인전이 펼쳐졌다.

 김 작가는 오는 30일까지 롯데스카이힐 김해CC 샤롯데 갤러리에서 `자연, 소리속에 피어나다 展`이라는 이름으로 작품 22점을 내보인다. 15번째 개인전을 맞이한 그는 이번 전시회를 스쳐 자신의 작품 세계가 조금 더 성숙하길 바란다는 소회를 전했다.

 "예산 최홍주 선생님을 통해 화각의 세계에 빠지게 됐죠. 선생님이 정해주신 아호(雅號)인 지향(知香)에 걸맞게 늘 정진해 나만의 향기를 더욱 알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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