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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의 번역서
유월의 번역서
  • 경남매일
  • 승인 2018.06.07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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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 종

은 종

녹음綠陰을 번역하러 수풀 속으로 들어간다

우거진 낱말들이 열거된 사전을 펴 놓고

풀잎체로 써 내려가거나

바람이 비뚤어진 글자를 교정해 주는 것은

태양이 글귀 위로 가만히 돋보기를 갖다 대 주기 때문이다

허리 접힐라 아름드리 나무에 기대어 숨 한 번 깊숙이 들이쉬면

기억의 저장고인 이파리들 속마음 열어 보이듯

무성한 낱말들을 쏟아 놓는다

부리로 두드리며 숲의 자간을 알은체하는 새소리

직역하면 푸름이요

의역하니 힐링이라

삶의 분기점을 가르듯

계곡 따라 흐르는 산의 눈물이 내 심장을 교열할 때

원본을 완역한 나는

푸른 문장들을 육화肉化하는지

온몸이 서늘하게 해석되고 있다

시인 약력

ㆍ함안 출생

ㆍ창원대 독어독문학과

ㆍ독서치료 프로그램 개발 독서지도ㆍ심리상담사로 활동

ㆍ시집 ‘식탁에 앉은 밭이랑’(2016년) 발간

ㆍ시집 ‘물방울 위를 걷다’(2017년)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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