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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살을 살아내기
2018년 06월 07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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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조 동그라미 심리상담센터장

 현대 과학을 동원해야 100살을 살게 된다고 하는데 미래가 아닌 현재 거창에 사시는 114세 할머니를 만나게 됐다. TV에 출연한 할머니를 보며 인간 수명에 대한 경외심을 갖게 됐다. 할머니는 3명 중 한 명이 걸린다는 암도 걸리지 않았고 꼿꼿하게 허리를 펴고 걷는 걸음걸이에도 힘이 느껴졌다. 싸리로 만든 빗자루를 들고 아침마다 집 앞 도로를 쓸고 논, 밭일 심지어 며느리 일손까지 도와주고 있다. 치아가 소실된 것 말고는 114세라는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정정해 보였다.

 할머니의 건강 비결은 무리를 하지 않는 거였다. 홀로된 며느리가 일상처럼 하는 일들을 조금도 망설임 없이 도와주지만 일이 힘에 부치면 손에서 일을 놓고 온다 간다 말도 없이 집안에서 쉼을 즐기신다. 그리고 또 하나 특이한 점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지어 갓난아기도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하는데 이분은 평생을 살아오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정확히 표현하면 스트레스 관리를 잘 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다.


 기억력과 사고능력, 언어구사능력까지 정확한 할머니는 정신도 젊은 사람들과 다르지 않았고 앞으로 10년은 충분히 더 사실 것처럼 보였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고 알려져 있다. 무형의 스트레스는 육체가 아닌 정신에 가해지지만 뇌와 마음의 작용으로 신체에 질병을 만든다. 심리적인 중압감이나 불안감을 일으키는 스트레스는 신경계에 영향을 미치고 자율신경계에 의해 활동하는 장기(臟器)는 스트레스에 의해 비정상적인 활동으로 바뀐다. 그 결과 우리 몸에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킨다. 식욕부진, 불면증, 소화불량, 육체적 동통, 고혈압, 당뇨, 면역체계에 이상을 일으켜 류머티즘과 같은 질병과 나아가 암 발생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불면증은 생체리듬의 변화를 일으켜 정상적인 정신역동에도 영향을 미처 우울증, 강박증, 불안장애, 망상, 환청, 조현병과 같은 정신질환으로 발전한다.

 스트레스의 순기능으로는 인간을 역동적으로 만든다.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경쟁심, 다른 사람보다 잘 한다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 보다 나은 생활을 하고 싶은 욕망의 원천은 스트레스의 작용이다. 결과적으로 스트레스는 나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다. 양면의 칼과 같은 스트레스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병을 만들기도, 삶에 활력을 주기도 한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친 스트레스는 줄이고 적당한 스트레스는 즐기자. 스트레스를 즐길 수 있는 마음, 그것은 마음 다스림에서 찾을 수 있다. 과거 직장생활을 하던 시절 순환보직의 일환으로 부서 이동이 있었다. 새로운 일에 적응하기 위해 업무를 파악하다가 예산분야에서 적지 않은 문제점을 발견했고 잘못 처리된 행정업무를 바로잡아야 했다. 곧 중앙 회계감사가 시작되는 데 감사 준비기간 안에 과거 5년간 진행된 회계분야 서류 일체를 보완해야 한다. 마음이 조급해지고 불안이 밀려와 가슴 쿵쾅거렸다. 마음을 내려놓고 당장 일을 시작했다. 그 일은 반드시 해내야 하는 바쁘고 중요한 일이었다. 낮에는 정상 업무 때문에 야간 시간을 이용해 보완하는 업무를 해 나갔다. 계속되는 야근은 육체와 정신을 지치게 했고 나를 그로기(Groggy) 상태로 몰아갔다.

 행정감사 스트레스는 나를 더욱 힘들게 했다. 설상가상으로 감사 일정이 연기돼 3개월의 준비 시간은 6개월로 늘어났다. 회계감사의 연장은 완벽한 준비를 할 수 있다는 다행스러움을 줬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더욱 지치게 만드는 형벌 같은 시간이 됐다. 그 당시 스트레스는 최고조에 달했고 컨디션도 최악으로 치달았다.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원형탈모가 그것을 대변했다. 나는 생각을 바꾸고 상황을 즐기기로 했다. “지금하고 있는 일은 언젠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그것을 지금 하는 것이다. 이일을 해낸다면 정년까지 롱런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지긋한 이 일도 반드시 끝날 것이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즐기자, 즐기자!” 이렇게 마음을 먹으니 새로운 힘이 났고 힘든 일을 마쳤을 때 찾아올 홀가분한 상상이 가슴 한쪽에서 희망을 전해왔다. 마침내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감사 준비를 마쳤고 결과도 매우 좋게 나왔다. 한때 어려움을 이겨낸 덕분에 명예로운 정년퇴직을 했고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 그때를 회상해 보면 나의 억척스럽게 일하던 행동에 미소가 지어진다.

 스트레스를 다스린다는 것, 스트레스를 즐긴다는 것, 결코 어렵지 않다. 그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부정적인 생각은 부정적인 결과를 낳고 긍정적인 생각은 긍정적인 결과를 낳는다. 자신의 생각을 바꿔 긍정을 선택한 사람은 즐거움이 따르는 삶을 살게 되고 건강과 장수(長壽)는 저절로 따라올 것이다.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는 본인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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