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가 앉았다간 벤치 위로
지붕이 생겼다
엿보고 있던 바람이
등나무 그늘 아래서 혼잣말을 풀어내고
벤치가 바람의 집이었을 때
한참을 더듬어야
서쪽을 찾을 수 있었다
기억은 사실이 아니라 해석이라는데
눌려 앉은 나이테를 세어본다
소란은 반칙이며 비명을 지르는 것은 실격입니다
목수는 바람을 응원할 수 없습니다
답이 없는 질문만이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입을 버리자 소통이 수월해지고
먹줄 튕긴 그날부터
등나무 내력은 부풀어졌다
우듬지 건드리면 흩어지는 소란 사이로
덩굴만 남아 길어지는 그늘
엿보고 있는 것을 제외한 모두 다
바람이 벤치를 마름질 한다
시인 약력
ㆍ`시와 사상` 등단
ㆍ시집 `다정하지 않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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