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00:49 (금)
엿보고 있는 것을 제외한 모두 다
엿보고 있는 것을 제외한 모두 다
  • 송미선
  • 승인 2018.06.11 1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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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미선

목수가 앉았다간 벤치 위로

지붕이 생겼다

엿보고 있던 바람이

등나무 그늘 아래서 혼잣말을 풀어내고

벤치가 바람의 집이었을 때

한참을 더듬어야

서쪽을 찾을 수 있었다

기억은 사실이 아니라 해석이라는데

눌려 앉은 나이테를 세어본다

소란은 반칙이며 비명을 지르는 것은 실격입니다

목수는 바람을 응원할 수 없습니다

답이 없는 질문만이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입을 버리자 소통이 수월해지고

먹줄 튕긴 그날부터

등나무 내력은 부풀어졌다

우듬지 건드리면 흩어지는 소란 사이로

덩굴만 남아 길어지는 그늘

엿보고 있는 것을 제외한 모두 다

바람이 벤치를 마름질 한다

시인 약력

ㆍ`시와 사상` 등단

ㆍ시집 `다정하지 않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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