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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와 토론 교육
2018년 06월 27일 (수)
신화남 7618700@kndaily.com
   
▲ 신화남 대한민국산업현장 교수

 세계적 골프선수 ‘리디아 고’(19ㆍ한국명 고보경ㆍ뉴질랜드)는 인터뷰의 달인이라 할 만큼 기자들의 질문에 막힘이 없다. 보통은 인터뷰어가 인터뷰이의 긴장을 풀어주고 분위기를 리드해 나가는데 오히려 리디아가 잔뜩 긴장한 기자의 마음을 풀어주고 인터뷰를 리드한다. 이러한 ‘리디아 고’에게 “나이도 어린 선수가 말을 어떻게 그렇게 잘하느냐?”고 물었더니 “뉴질랜드에서는 대부분의 수업이 발표와 토론으로 이뤄지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오래전부터 LPGA 투어를 휩쓸다시피 하는 우리 선수들이지만 인터뷰가 제대로 되지 않아 애를 먹는다고 한다. 그러나 리디아 고는 기자들의 질문에 막힘이 없다. 질문의 핵심을 잘 파악해 거기에 알맞은 답을 시원스럽게 풀어낸다. 정교한 골프 실력에 느긋하면서도 유머 넘치는 리디아 고의 모습은 뉴질랜드 스타일과 한국 스타일이 갖는 장점이 조화를 이룬 덕분일 것이다. 한국 선수 중 인터뷰에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박인비도 미국에서 중ㆍ고등학교 시절을 보냈다. 이 나라들은 운동선수라고 수업에 빠진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만약 ‘리디아 고’가 ‘고보경’이란 이름으로 한국에서 골프를 계속했다면 어떠했을까? 골프는 잘했겠지만 그의 장점으로 꼽히는 스피치 실력은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삶에 있어 전문 능력을 발휘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스피치이다. 자신의 의견이나 주장을 남에게 전달해 명쾌한 답을 제시하기, 타인을 감화시키고 설득시키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인간은 말을 하지 않고서는 사회생활을 할 수가 없다. 인류의 역사는 대부분 말로써 이뤄져 왔다. 잘못 뱉은 말 한마디가 오해를 낳거나 갈등을 빚기도 하고 따뜻한 말 한마디가 상처받은 영혼을 위로하기도 한다. 말 한마디가 화근이 돼 가정의 화목이 깨지고 사회가 혼란에 빠지기도 하며 말 한마디로 인해 국가 간에 전쟁이 일어나기도 한다. 말 한마디가 가정에 웃음꽃이 피게 하고, 유정(有情)한 사회를 만들며 국제 평화가 증진되기도 한다. 국가백년지대계라는 교육의 근본을 이루는 것은 ‘독서와 말하기 교육’이다.


 어린 시절,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으로 유학이나 이민을 간 한국인 2세들은 학교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낸다고 한다. 중학교에서 배우는 수학 문제는 한국에서 배우는 초등학생 문제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한국인 학생들에게는 땅 짚고 헤엄치기에 지나지 않는다. 대부분 선진국에서는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때까지는 시험을 거의 치르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 친구들과 어울려 축구하고 즐겁게 지내기, 팀을 이뤄 어떤 과제를 만들기, 자신의 생각을 남 앞에서 발표하거나 토론하기가 교육의 중심을 이룬다. 고등학교에 가서야 진로를 결정하고 장래 희망에 맞춘 공부를 하게 되는데 모든 교육이 토론과 프레젠테이션으로 이뤄진다. 그러니 초ㆍ중학교 때 뛰어난 실력을 자랑하던 한국의 학생들은 스피치 능력이 떨어져 오히려 올라갈수록 실력이 처지는 역 현상을 가져온다고 한다. 몇 년 전, 대입 수능시험에서 만점을 받은 학생이 서울대 입학시험에서 떨어진 일이 있었다. 필기시험은 만점을 받았으나 면접시험에서 탈락한 것이었다. 자신이 왜 이 대학에 입학하려 하는 것이며 어떠한 삶의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를 면접관 앞에서 발표하지 못한 채 꿀 먹은 벙어리처럼 행동했기 때문이었다.

 오늘날 우리나라는 지난 1970~90년대, 그토록 많던 웅변학원이 거의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이는 초등학교 때부터 시험 위주, 성적 위주의 교육과 영어를 하지 못하면 글로벌시대에 뒤처진다는 강박관념으로 너도나도 영어공부에 목을 맨 결과다. 물론 영어를 잘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영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자국의 말을 잘 익히고 표현하는 데 있다. 모국어가 바탕을 이루고 있어야만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도 잘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뛰어난 지도자들은 한결같이 그에 어울리는 말을 한다. 오늘날 무리를 이끄는 지도자가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 앞에서 자신의 의견이나 주장을 발표하고 설득시키는 말은 매우 중요하다. 어릴 때의 말하기 교육은 발표 능력을 향상시키고 자신감을 갖게 하며 어떤 어려움과 두려움도 떨치고 일어나는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갖게 한다. 또한 토론 교육은 상대방의 말을 잘 경청하고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 근거를 들어 발표하며 관철시키는 것이기에 뚜렷한 주관과 가치관을 길러준다. 자기 철학과 가치관이 뚜렷한 사람은 남의 말에 쉽게 휘둘리지 않는다. 어릴 때는 성적 위주의 교육에서 탈피해 마음껏 뛰놀며 올바른 인성을 기르고 타인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줘야 한다. 그리고 자기주장을 서슴없이 발표해 감화, 설득시키는 말하기 교육과 함께 타인의 말을 경청하고 자기 논리를 펼쳐나가는 토론 교육이 무엇보다 선행돼야 할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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