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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빛과 그림자
2018년 07월 02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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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수 소설가

올해 99세의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그의 칼럼에서 "권력의 가치와 목적을 소유에 두면 사회는 불행해지고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는다. 권력은 봉사와 섬김을 위한 의무임을 알아야 자신도 불행해지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의 지난 헌정사를 뒤돌아보면 노학자가 한 말의 참뜻을 이해하고도 남는다. 6.13 지방 선거가 끝나고 전임자가 물러난 자리에 새사람이 취임하고 있다. 벌써부터 전직 도백에 대한 재야단체의 분풀이가 시작되었다. 채무제로 달성의 치적을 자랑한다고 심은 기념식수가 뿌리째 뽑혀나가고 표석마저 파묻는 해프닝이 벌어지고 있다. 이것 하나만 봐도 권력무상과 비정함을 느낄 수가 있을 것이다.


 6.13 지방 선거는 보수우파의 참패 속에 막을 내렸다. 자기도취에 빠져 민심의 향배를 외면한 오만과 독선의 인과응보였다. 기독교에서는 회개할 줄 모르는 사람은 아무리 기도해도 천당에 갈 수 없다고 한다. 그들은 대 참패 후에도 회개는커녕 두 패로 갈려 네 탓만 하면서 백일몽에서 깨어날 줄 모른다.

 공직에 몸 바쳐 정년퇴직한 사람들이나 선출직에 한번 몸담았던 사람들이 다시 권력을 잡겠다고 나서는 모습이 곱게 보이지 않는 것은 나만의 편견이 아닐 것이다. 그것은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우리국민들의 정치인에 대한 극도의 불신과 혐오증이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전직 두 최고지도자가 영어의 신세가 되었다. 그 분들이 위 노교수의 말처럼 권력의 가치와 목적을 봉사와 섬김에 두었더라면 어찌 되었을까. 아마 지금쯤 국민들로부터 존경받는 전직지도자로 추앙받는 존재가 되었을 것이다. 권력의 사유화가 빚은 불행의 씨앗은 추한 지도자상으로 남아 역사의 한 페이지를 기록하게 될 것이다. 전직 모대통령은 돈과 권력을 함께 탐하지 말라고 했다. 돈이 있으면 권력을, 권력을 쥐면 돈에 신경을 끄라는 말이다. 정치 고단수의 뼈아픈 훈계이지만 아직도 착각의 미망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자칭 지도자들이 부지기수다. 권력의 달콤한 마력에 취한 사이비 정치꾼들은 이 말이 마이동풍이요 우의독경일 뿐이다.

 권좌에 올라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 자기도취에 빠지기 쉽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타락하기 시작한다. 온갖 사람들이 권력의 힘을 빌려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벌떼처럼 몰려든다. 개인의 힘으로는 불가능했던 일들이 권력의 힘을 빌리면 일사천리로 해결된다. 그리고 그기에 반드시 반대급부가 따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런 거래에 균형이 깨지면 문제가 생긴다. 권력에 관련된 문제는 시간이 결코 해결해 주지 않는다. 천운으로 재임 중 들통 나지 않고 공소시효가 만료되어 면책되었다고 끝나지 않는다. 언젠가 당사자들의 뒷담화를 통해 인구에 회자되어 그가 누려온 명예는 휴지조각이 되어버리고 만다. 이는 빈이무첨 부이무교(貧而無諂 富而無驕)의 교훈을 망각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권력의 빛은 끝없는 자기비판과 성찰 없이는 유지하기가 힘들다.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권력의 끄나풀을 잡으려는 모리배들의 유혹과 간언을 일삼는 재방(在傍)들의 달콤한 말에 자기도 모르게 물들고 만다. 그게 권력의 속성이다. 자기 귀에 거슬리는 충언은 듣기 싫고 오직 지당한 말씀만 읊조리는 예스맨의 간언에만 귀 기울인다. 아차 싶어 발을 빼려고 하는 순간 얼기설기 얽힌 인간관계와 거래가 발목을 잡고 놓아 주지 않는다. 이때부터 초심은 사라지고 아예 작심하고 타락의 늪으로 빠져든다.

 선출직 공직에 재임 중 중간에 낙마한 사람들을 보면 처음부터 그러려고 한 사람들은 드물다. 대부분 피치 못할 인간관계나 선거판에서 표 줍기를 하다가 생긴 일들이 들통이 난 경우이다. 정치는 생물이다. 생물에서 태생된 권력은 그 생물의 관성에 의해 항상 문제를 낳을 소지를 안고 있어서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른다. 임명직 공직도 마찬가지지만 한정된 기간의 선출직은 임기가 끝날 때까지 안심하지 못한다.

 이제 새로 선출된 지방자치단체장과 의원들이 시도군정을 이끌고 견제해 나갈 것이다. 거대 보수정당이 국민의 외면으로 패배한 가운데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또한 거대 여당으로 급부상한 진보진영은 제철을 만난 듯이 신바람이다. 지방선거 대승 후 대통령이 자중과 냉정을 주문했듯이 민심은 천심이자 조석변이다.

 언제 또 민심이 다른 쪽으로 이동할지 모른다. 기대가 크면 실망 또한 크기 마련이다. 뼈아픈 지난날의 수모를 망각한 채 반성하고 혁신하지 않는 권력은 결코 오래 유지될 수가 없다. 오만과 자기도취에 빠진 자들에게 던진 민초들의 심판은 준엄했다. 그들의 심판을 외면하는 권력은 빛이 아닌 그림자로 남아 황량한 들판을 방황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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