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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아인 투자사기단 총책 항소심 형량 늘어
농아인 투자사기단 총책 항소심 형량 늘어
  • 김세완 기자
  • 승인 2018.07.05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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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간 돈 뜯어 원심 깨고 23년”

 전국 농아인들을 상대로 투자를 빌미로 장기간 100억 원가량의 돈을 뜯어낸 농아인 투자 사기단 총책에게 항소심서 법원이 원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했다.

 4일 부산고법 창원재판부 형사1부(손지호 부장판사)에 따르면 특경법상 사기ㆍ유사수신규제에 관한 법률위반, 범죄단체 조직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농아인 사기단 ‘행복팀’ 총책 A모 씨(44ㆍ농아인)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A씨는 항소심 재판 때도 자신이 행복팀과 전혀 관련이 없다며 범행 일체를 부인했는데 재판부는 행복팀 간부들이 농아인들로부터 거둔 돈의 상당 부분이 A씨에게 흘러들어 간 점 등을 근거로 A씨가 행복팀의 최종 우두머리면서 범죄 수혜자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자신과 처지가 같은 농아인을 상대로 장기간 반복적으로 돈을 뜯어낸 점은 결코 묵과할 수 없다”며 “범죄조직의 최종 정점에서 궁극적 책임을 져야 하는 입장을 고려하면 1심의 형은 너무 가볍다”고 판시했다.

 A씨 계좌에는 현금 36억 원이 들어간 흔적이 남아 있다.

 A씨는 자신이 행복팀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현금 36억 원이 농아인들로부터 거둔 돈이 아니라는 명확한 근거를 대지는 못했다.

 재판부는 행복팀 최상위 간부면서 핵심 가담자들에 대해서는 1심과 별 차이 없이 징역 8년∼12년씩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행복팀을 범죄단체로 인정한 원심에 오인이 없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행복팀이 투자사기라는 범죄 목적을 달성하려고 지휘ㆍ명령ㆍ복종체계를 갖췄고, 체계적으로 역할을 나눠 돈을 가로챈 점을 근거로 범죄단체가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보이스피싱 조직이 범죄단체로 인정된 사례는 여러 건 있었지만, 유사수신조직을 범죄단체로 규정해 처벌하기는 행복팀이 처음이다.

 총책 A씨를 포함한 행복팀 간부들은 모두가 농아인들이다.

 이들은 행복팀이라는 유사수신단체를 만들어 지난 2010∼2016년 사이 동료 농아인 150여 명으로부터 97억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 농아인들은 “농아인을 위한 사업을 한다. 돈을 투자하면 몇 배로 불려주겠다”는 행복팀의 감언이설에 속아 100억 원 가까운 돈을 투자했지만 거의 돌려받지 못했다.

 집을 담보로 2억 원을 대출받아 행복팀에 건넨 1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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