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03:52 (금)
마산, 문화 예술로 재탄생
마산, 문화 예술로 재탄생
  • 박경애 기자
  • 승인 2018.07.23 17:5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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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스빠스 리좀…레지던스·예술인 파견사업
  • 옛 마산관제탑 오픈 스튜디오, 소소사 탐색
  • 하효선…멀티미디어작품의 예술적가치 강조

 

▲ 마산 앞바다가 내다보이는 시원한 창을 갖고 있는 옛 마산항 관제탑에 리좀과 마산지방해양수산청이 '해양문화저변 확대 사업'으로 협약하면서 국제 레지던스로 사용케 됐다.

 

ACC(Art & Cinema Communication, 이하 ACC)프로젝트협동조합이 주관한 ‘소소사(小小史)의 3.15’프로젝트 개막식이 창원 창동 내 에스빠스 리좀과 옛 마산항 관제탑에서 21일 열렸다.

2013년 ‘창동 레지던스’ 프로그램과 함께 창원 마산합포구 창동에 정착한 ACC는 문화예술기반 도심재생을 순수민간차원에서 실현코자 에스빠스 리좀(씨네아트, 갤러리, 카페, 레지던스)을 만들었고 현재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지정된 상태다.

 

▲ 관제탑 입주 오픈 전시 ‘소소사(小小史), 그리고’에서는 오픈 스튜디오 관람뿐 아니라 비르지니 로케티와 마르시알 베르디에의 사진·설치·영상작품이 소개됐다.

 

‘소소사(小小史)의 3.15’프로젝트는 에스빠스 리좀의 올해 테마다. 이를 위한 2018년 추진 사업으로 △아르코국제레지던스 개최지원(7월~12월, 창원) △창원 리좀레지던스(6월~11월, 창원) △예술인 파견(5월~11월, 창원) △뉴질랜드Atamira Dance Company(하카) 내한공연(8월 18일, 창원) △PAF 2018 in Paris (10월 17일~20일, 파리) △리좀 아트 페스티벌 ‘소소사의 3.15’(10월~11월, 창원) 등이 있다.

하효선 ACC 큐레이터는 ‘소소사’라는 특별한 단어를 쓰는 것에 대해 “취향과 선호에 의해 구축된 개개인의 일상이 하나의 역사로 대비되는 상황을 전하기 위해”라고 했다. 덧붙여 “3·15 의거를 통해 민주화 성지로 불리는 옛 마산 정체성이 기반된 국내외 작가들의 소소한 예술적 결과물을 국내외적으로 알리는 계기를 삼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목적”이라고 밝혔다.

▲ 비르지니 로케티의 영상과 봉제 설치 작품.

여기다 서 대표는 자신의 ‘얼음장수의 뜨거웠던 하루- 3.15의거 한 참여자에 관한 미시사적 분석’이라는 논문에서 ‘1960년 3.15의거 당일 야간 시위에 주도적으로 참가했던 한 개인의 증언을 재조명하는 방법을 미시사적으로 풀어내면서’(논문 초록 인용) 기자와의 메일 서신에서 “‘소소사’는 사실 미시사라는 역사의 한 분야를 우리 식으로 해석해 만든 세상에 없는 단어”라고 소개했다. ‘미시사’는 거시적인 역사구조보다는 인간 개인이나 소집단의 삶을 탐색해 역사를 바라보는 방법이다.
 
따라서 창원 리좀레지던스와 아르코국제레지던스 개최지원 사업으로 진행된 이날 오프닝 행사는 레지던스에 입주한 국내외 예술인들이 그들 시선에 의한 소소한 지역 정체성을 거대한 서사시로 묶어내려 준비한 첫 걸음 행사다.

먼저 이날 오후 3시 ‘에스빠스 리좀(이하 리좀)’ 내 갤러리에서 2018 ACC프로젝트 사업설명회와 경과보고가 서익진 ACC 대표(경남대 교수)의 진행으로 있었다. 보고에서 그간 리좀의 발자취와 향후 진취적 방향성이 그려졌다. 그런데 여러 대외적 상황으로 인한 진단할 수 없는 다소 불투명한 진로도 함께 설명돼 듣는 이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뒤이어 2018 국내외 레지던스 작가와 예술인 파견사업 참여 작가 소개 후 마르시알 베르디에(Martial Verdier, 프랑스, 사진·비디오), 비르지니 로케티(Virginie Rochetti, 프랑스, 설치·비디오·봉재), 사라부트 츄티웡페티(Sarawut Chutiwongpeti, 태국, 설치·사진·회화·퍼포먼스) 등 국외 레지던스 참여 작가의 영상작품이 소개됐다.

▲ 비르지니 로케티, 프랑스, 비디오, Fata Morgana, 2018, 2분.

영상작품을 읽을 때 감상자들이 다소 겪는 문제이긴 하지만 이들의 작품을 통해서도 작가에 의한 작품 개념과 그 작품을 마주한 감상자 간의 복잡하고 난해한 소통의 문제가 일순간 소리 없이 제기됐다. 이에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하효선 큐레이터는 영화와 멀티미디어의 다른 점을 설명하면서 “영화는 관객을 위한 것인데 반해 멀티미디어는 순수한 작가의 예술적 표현”이라고 설명하면서 멀티미디어의 예술적 가치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대미술을 대하는 감상법에 대해 “작가의 환경과 정서에 대한 선행지식이 조금만 있다면 작품을 이해하는 데 있어 훨씬 자유로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리좀 국제레지던스 참여 작가인 니꼴렌느 부르제(Nicolene Burger, 남아프리카공화국, 퍼포먼스·멀티미디어·회화)와 임태홍(대중예술·마술)의 협업으로 진행된 17분의 행위예술은 참석한 관람자에게 인종문제를 바라보는 또 한편의 시각을 제시하며 호평을 얻었다.

창원의 모 어학학원 강사로 재직 중인 니꼴렌느 부르제의 ‘프리스카’에는 인종차별주의자였던 조부모의 폭력적 사고방식에 회의적 반응을 보이고 반항했던 그녀의 어린 날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따라서 여기서 베이스로 깔고 있는 가족 간의 불협화음은 남아프리카공화국 내 사회·개인적 문제의식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그곳 어디서나 기저에 깔려 있는 그러한 폭력성과 거기에 대한 저항으로 볼 수 있다.

▲ 니꼴렌느 부르제와 임태홍의 협업으로 진행된 17분의 행위예술은 참석한 관람자에게 인종문제를 바라보는 또 한편의 시각을 제시하며 호평을 얻었다.

하지만 이날 퍼포먼스에 남아프리카 공화국 음식이 행사 후식으로 준비돼 행위자와 감상자 간의 폭을 좁히며 당면한 세계사적 문제의식을 ‘화해와 공존’으로 승화시켰다. 작가의 시놉시스에 의하면 이 작품의 목적은 관객들에게 밝은 색감·새로운 냄새·맛으로 이루어진 복합적 감각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까운 친척 내 전통과 정체성, 그리고 정치구조를 둘러싼 복잡성에 관해 자신의 남아프리카공화국 관점을 나누기 위함이다. 이처럼 그녀의 지극히 단편적이고 소소한 기억 조합을 푸는 방식은 작품에 대한 해석을 자유롭게 하면서도 감상자의 이해를 돕는 구심점으로 작용해 일말의 소통으로 다가섰다.

여기에 니꼴렌느의 퍼포먼스에 믹스된 임태홍의 마술쇼는 이 행사에 참석한 남녀노소의 공감각을 자극하며 행사에 활기를 불어 넣었다. 퍼포먼스 텍스트 재구성에는 손상민(극작가, 평론가)이 협업으로 참여했다.

이와 함께 에스빠스 리좀 내 레지던스에는 경남문화예술원 지원사업 수행으로 김소해, 조성후, 오승언, 김서래, 이수정, 양서준 등 20·30대 젊은 작가 6명이 공모에 선정돼 인큐베이팅 차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 옛 마산항 관제탑.

자리를 옮겨 오후 5시부터는 옛 마산항 관제탑에서 ‘소소사(小小史), 그리고’ 오픈 스튜디오가 열렸다.

육각형 출입구에 다섯 면으로 창이 나 있는 옛 마산항 관제탑은 1985년에 생긴 5층짜리 건물이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경남항운노동조합 부지 내에 속해 있으며 마산해양신도시와 마산 앞바다가 내다보이는 시원한 창을 갖고 있어 전망이 아주 좋다. 그런데 마산합포구 신포동에 마산항 해상교통관제센터가 개설되자 이 건물은 그 기능을 잃은 채 공실로 남아 있었다.

 여기에 리좀과 마산지방해양수산청이 '해양문화저변 확대 사업'으로 협약하면서 국제 레지던스로 사용케 됐다. 리좀의 레지던스 사업은 그간 여러 대내외적 사정으로 원활치 못하다 이 사업으로 물꼬를 텄다. 이에 대해 서익진 교수는 “5년 만에 다시 연 레지던스에서 다원적·융합적 방법으로 지역과 세계를 잇는 폭넓은 문화예술적 토양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열린 관제탑 입주 오픈 전시 ‘소소사(小小史), 그리고’에서는 오픈 스튜디오 관람뿐 아니라 비르지니 로케티와 마르시알 베르디에의 사진·설치·영상작품이 소개됐다. 이들은 창원이라는 지역적 영감이 깃든 작품을 자기만의 서사로 풀어냈다.

 

▲ 프랑스에서 21년 간 생활했던 하효선 큐레이터가 마르시알 베르디에의 설명을 통역해 주고 있다.

 

마르시알 베르디에는 사진이미지와 현실의 가상적 관계를 설명하면서 "사진이 보여주는 거짓말에 대해 보여주고자 한다"고 했다. 서울과 마산합포구에서 촬영한 흑백 이미지 위에 주목하고자 하는 컬러 이미지를 덧대 자신이 본 지역 정체성을 보여주고자 했다. 이러한 색의 분리는 과거·현재·미래의 경계점을 보여주고자 했다. 이러한 중첩 이미지는 신기루 같은 환영을 만들어내면서 감상자에게 또 다른 환상적 영감을 자아내게 한다.

마르시알 베르디에는 앞서 상영된 비디오 작품에서도 서울 정부청사 주변 경복궁 문을 통해 전통과 모던이 공존하면서도 그 내외부로 들어가고 빠져나가는 풍경을 보여줬다. 그리고 정부청사 건물을 중첩시키고 밀어내는 작업을 통해 이미지의 교란을 시도하면서 타국의 정체성 보기를 시도했다. 그에게서 마산의 정체성이 어떻게 그려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 오픈 스튜디오가 열리는 관제탑에서 많은 관람객들이 작품을 감상하며다과를 나누고 있다.

 
이와 함께 전시된 비르지니 로케티의 작품은 영상과 봉제로 이뤄져 있다. 그녀는 이날 전시에서 여러 전쟁이미지와 ‘3,15의거’를 나타낸 한 저항이미지의 봉제물을 전시했다. 그리고 ‘3.15’라는 글자를 영상으로 전사하면서 지역 정체성에 다가서려는 노력을 보였다.

오픈 스튜디오가 열리는 관제탑 5층 아래로는 이 레지던스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최정민 등 국내외 작가 7명의 작업실과 작품이 공개됐다.

한편, 현재 옛 마산항 관제탑은 창원시 협조 아래 레지던스로 쓰인 만큼 앞으로의 향방도 그 궁금증을 자아내며 긍정적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하효선 큐레이터는 프랑스에서부터 문화기획을 시작했다고 한다. 하 큐레이터는 이 프로젝트 기획과 관련된 의도와 방향성에 대해 “지방에 산다는 것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고 먼저 운을 뗐다. 그러면서 “프랑스에서 21년 간 사회·인문과학·예술 등의 학문연구와 문화기획을 하다 고향인 마산에 돌아오니 그간 문화적 역량이 턱 없이 부족하고 낙후돼 있는 모습을 봐 당시 많은 충격적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문화자존심이 강하다고 자부하는 마산이라는 도시가 세계적이고 창의적인 어떤 포지션을 취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너무 많이 폐쇄적이고 많은 수의 이곳 예술인들 또한 구체적 플랜 없이 자기 주관성으로 보수화돼 있는 것에 적잖이 놀랐다”면서 당시를 설명했다.

하 큐레이터는 그러다 생각한 것이 “내가 살아야 할 곳이라면 먼저 여기에 없는 예술영화관을 만들어 좀 더 확장된 예술전반을 기획하자”는 의도 아래 51석의 ‘씨네 리좀’을 만들었다. 여기에 “영화는 그 지역의 문화수준을 평가하는 척도가 된다”는 판단 아래 현재 일주일에 개봉작 포함 20여 편의 영화를 상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전시관련 레지던스를 열어 문화예술의 형평을 맞춰나가고 있다.

그녀에 의한 지역적 한계성 극복이 어떤 모습으로 전개될 지도 많은 이의 관심 속에 있다. 어떻든 그녀가 지향하고 추진하는 열악한 소도시에서의 문화사업, 특히 지역에서의 예술영상보급과 레지던스를 통한 국제교류 추진은 자유로운 공간의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그 옆에서 든든한 조력자로 힘을 싣고 있는 서익진 교수 또한 향후 에스빠스 리좀의 미래에 희망적 언지를 던지고 있다. 그는 “학교 은퇴 후 지역사회전반에 필요한 인문사회 강좌를 맡아 지역사회의 소양함양에 기여할 것“을 다짐했다.

 

▲ 에스빠스 리좀 내 레지던스에는 김소해, 조성후, 오승언, 김서래, 이수정, 양서준 등 20·30대 젊은 작가 6명이 인큐베이팅 차원에서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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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희 2018-07-29 11:17:25
요새 맞춤법 공부 안하는 사람들이 '언지를 주다' 라는 이상한 말 구사하던데
이런 걸 기사에서까지 보게 되다니.
공적인 글이라면 적어도 맞춤법 검토는 하고 씁시다. 언지 아니고 언질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