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8 18:26 (목)
결혼에서 재혼까지
결혼에서 재혼까지
  • 정영애 금성주강(주) 대표이사
  • 승인 2018.07.24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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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영애 금성주강(주) 대표

   ‘결혼은 판단력 부족이고, 이혼은 인내력 부족이며, 재혼은 기억력 부족’이라는 약간은 냉소적이고 부정적인 말이 있다. 결혼은 실수의 시작이며 재혼은 그 실수의 반복이라는 뜻으로 요즘 젊은 세대의 결혼 기피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결혼하지 않고 나 홀로 사는 싱글족, 욜로족, 골드미스족이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

젊은 세대의 결혼관이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증거다. 실존철학의 비조인 키엘.케골은 그의 명저 ‘이것이냐 저것이냐’에서 ‘결혼해봐라 후회할 것이다.

결혼하지 말아봐라 역시 후회할 것’이라는 알쏭달쏭한 말을 남겼다. 결혼을 하라는 말인지 하지 말라는 말인지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

이 말에 숨겨진 함의는 결혼에 대한 지나친 환상이나 판타지에서 벗어나 보편적 삶의 존재 방식인 실존의 관점에서 결혼을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다. 모파상은 ‘여자의 일생’에서 주인공 잔느가 미혼 때 가졌던 결혼에 대한 환상이 깨지자, ‘인생이란 생각보다 그렇게 좋은 것도 그렇게 나쁜 것도 아니었다’고 한다. 키엘.케골이 한 말과 오십 보 백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결혼자 수는 26만여 명이며, 이혼자 수는 10만 6천여 명(40%)이다. 이제 결혼한 부부 2.5쌍 중 1쌍이 이혼하는 이혼 자유화 시대가 됐다. 100세 장수 시대를 맞아 황혼 이혼이 급증하는 추세를 감안하면 인생 2모작 시대의 도래와 함께 일생 2번의 결혼이 시대적 트렌드로 정착될 공산이 크다. 얼마 전 신문기사를 보니 프랑스의 이혼율이 50%대였다. 프랑스는 동거가 보편화된 사회라 실제 숫자는 이보다 높을 것으로 생각된다.

높은 이혼율은 지난해부터 시행된 재판 없는 합의 이혼제가 시행되면서 이혼절차의 간소화로 건수가 늘어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그전에는 평균 3~6개월, 길게는 1년 걸리던 합의 이혼이 재판절차 생략으로 1~2개월로 단축돼 이혼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부부 일방이나 자식들이 재판을 원할 경우엔 우리처럼 재판 절차를 거쳐야 한다. 우리도 현재 40%를 초과한 이혼 증가세를 보면 머잖아 이 제도가 도입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런 풍조는 젊은이들의 결혼관 변화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통계청의 정기 ‘결혼의식 조사’ 시 13~24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1.4%가 ‘결혼은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고 응답했다. 지난 2014년의 41.4%에 비해 10%가 늘었다. 또한 ‘결혼은 필수’라고 응답한 비율이 6.2%에 불과했는데 이는 청소년의 결혼에 대한 의식이 크게 바뀌고 있다는 증거다.

 이제 결혼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는 보편적 사회인식이 정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혼전 동거가 보편화 된 서구사회의 부부관계가 우리나라에도 서서히 자리 잡고 있다.

먼저 살아보고 결혼하겠다는 것은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살겠다는 결혼 서약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이런 추세는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중년과 실버세대에도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따라 이혼자의 재혼비율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6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지난 1980년 1만 2천건이었던 재혼이 1900년엔 2만 건, 2016년에는 4만 2천건으로 급증했다. 독신이 된 후(사별이든 이혼이든)남자는 독신 기간에 무관하게 재혼하고 싶은 욕구가 강하며, 여성의 경우 시간이 지나 나이가 높아질수록 재혼에 대한 열망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좋은 상대자만 나타나면 굳이 독신을 고집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혼에 미친 영향은 남성의 경우 본인의 판단이 1위였고, 여성의 경우 자녀의 권유가 1위였다.

미국의 경우 미국 전체 결혼의 40%가 재혼이며, 이혼 부부 80%가 재혼으로 새로운 인생을 출발하고 있다. 재혼에 대한 기대치에서도 여성의 88.7%가, 남성의 63.3%가 행복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새로운 현상은 재혼의 재이혼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생애 결혼을 1회가 아니라 2회 이상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전에 영화배우나 연예인들이 이혼을 밥 먹듯이 한다고 비웃을 때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든다.

이제 보통 사람들도 거리낌 없이 이혼 재혼, 재이혼 재재혼을 하게 됐다. 재혼의 이혼 원인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자녀동반 재혼으로 75%에 이른다. 요즘 TV 연속극의 단골 소재인 자녀 있는 이혼녀와 미혼 총각의 결혼스토리가 인기리에 방영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따라서 재혼 시에는 초혼에서 일으켰던 부부갈등의 원인과 문제들을 면밀하게 체크해 재이혼이라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것은 인류학적 관점에서 보면 결코 올바른 선택은 아니지만, 잘못된 결혼의 고통 속에 산 잔느(여자의 일생)의 삶을 생각하면 이혼과 재혼이 결코 나쁜 선택만은 아닌 것도 같다.

케엘.케골의 결혼에 대한 애매모호한 표현의 속 깊은 뜻을 이해하면서 결혼은 미친 짓이 아니라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것도 한 번쯤 되새겨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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