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단 기록 많아야 인정…
- 천안함 생존자도 2명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입은 군인이 마땅한 병원 진료 기록이 없다면 국가유공자 심사 통과는 사실상 불가능해 기준이 과하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현재 천안함 피격사건 생존자 58명 중 신체적 부상 없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만으로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은 사람은 2명뿐이다.
또한, 2005~2013년 8월 동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국가유공자 신청 건수는 221건이며 이중 79명(35.9%)만이 최종 인정받았다.
이에 지난 2015년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어오던 제대군인이 `국가유공자 요건 비해당 결정 취소` 소송에서 승소를 한 이유가 주목받고 있다.
해군 장교로 입대한 박모 씨는 지난 2011년 3월 진해해군교육사령부 야전교육대에서 수류탄 투척 훈련을 하다가 연습용 수류탄이 오른쪽 귀 인근에서 폭발하는 사고를 당해 군 병원에서 난청, 이명,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았다.
박 씨는 이 사고로 인해 수류탄이 터지는 꿈을 반복적으로 꾸고 잠을 설치는 등 우울증, 불안, 자살 충동 등으로 군 병원에 입원하면서 지내다가 지난 2014년 5월 전역했다.
박 씨는 2014년 6월 창원보훈지청에 국가유공자 신청을 냈지만 여러 질환 중 오른쪽 이명만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았다.
박 씨는 2015년 추가로 왼쪽 이명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해서도 국가유공자 요건으로 인정해달라며 창원지방법원에 `국가유공자 요건 비해당 결정 취소` 소송을 진행했고, 이희용 변호사가 소송 대리로 재판을 진행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도 추가 인정받게 됐다.
승소를 하게 된 주된 이유는 진료 진단서다. 당시 소송 대리를 맡았던 이희용 변호사는 "지난 2011년부터 4년간 10곳의 군ㆍ민간 병원에서 20건의 진료기록이 있어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인정받을 수 있었다"며 "눈에 보이는 증거가 없어 국가유공자 심사가 유독 엄격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증거자료 부족`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군인이 국가유공자 심사에서 떨어지는 주된 이유다"면서 "군대 분위기상 정신질환은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아픈 병사는 참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박 씨 또한 판결문에서 "병원에 가라고 하면 꾀병 부리지 말라고 하면서 핀잔을 주고 억압하는 것 같아서 짜증이 난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이희용 변호사는 "국가유공자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고통을 참지 말고 병원에 찾아 진료를 받고 진단서를 모아둬야 한다"면서 "보훈심사위원회도 인정 범위를 넓히고 진단서로만 판단하지 말고 신청자를 세심하게 관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