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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의 논리’ … Non-Sculpting(불각)의 미학
‘공존의 논리’ … Non-Sculpting(불각)의 미학
  • 박경애 기자
  • 승인 2018.08.12 2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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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유일 조각비엔날레 독자성 구축
  • 국비5억·시비12억원 … 정체성 시동

 

▲ 임영선, '보어의 오해', 알루미늄 외 혼합매체, 2018.

본지는  5006호를 시작으로 '2018창원조각비엔날레' 미리보기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오는 9월 4일부터 41일간 열리는 2018창원조각비엔날레추진위(이하 추진위)가 메인 포스터 2종과 영상을 공개하면서 공격적인 홍보에 들어갔다.
 
창원은 한국현대조각사의 거장 김종영과 문신 등 유수의 작가를 배출한 도시다. 이 같은 창원 조각의 정체성을 기반 하여 그들의 예술정신을 창조적으로 계승 발전시키면서 ‘조각 도시 창원’의 정체성을 수립하고자 마련된 이 행사에 국비 5억 원, 시비 12억 원이 투자된다.

이 행사의 주제는 김종영의 문인정신이 함축하고 있는 ‘불각(不刻)의 미학’과 문신 작업의 균제·조화가 ‘균형’과 결합한 ‘불각의 균형(The Balance of Non-Sculpting)’이다. 추진위는 이를 통해 국내 유일의 조각비엔날레로서의 독자성을 구축코자 한다.

‘불각의 균형’이라는 제목은 모순·역설적 표현이다. 하지만 추진위에 따르면 ‘불각(不刻, Non-Sculpting)’ 은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스런 상태에의 추구다. 더불어 자연과 조화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그러니까 자연스러움과 그렇지 않은 모순적·이질적 존재의 공존, 바로 현대사회가 추구하는 공존의 논리다.

'윤범모(2018 창원조각비엔날레 총감독, 동국대 미술사학과 석좌교수)의 不刻의 균형- 2018 창원조각비엔날레 총설'에 의하면 불각은 깎기는 깎지만 깎지 않은 것 같은 상태, 바로 자연이다. 불각은 원초성 혹은 자연스러움을 지향하고, 균형은 모순과 질곡의 사회에서 상호 균제를 지향한다. 그러니까 자연성과 인공성 또은 정신성과 형식성 등의 개념으로 상호보완적 입장을 취한다고 볼 수 있다.

이를 위해 추진위는 형식·내용면에서 참신하게 담론을 제공할 수 있는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본 전시이자 이 행사의 대표프로젝트는 용지공원 내 포정사를 중심, 국내외 영구설치작품들로 구성된 ‘유어예(游於藝) 마당’이다. 유어예마당은 관람객과 친밀하게 소통하는 놀이조각공원으로서 자리한다.

기존 조각공원의 관객과 거리두기개념, 조각물이 봉안물처럼 숭배 받던 개념에서 벗어나 ‘유어예 마당’은 관객이 조각 작품에 친숙히 다가가 작품과 놀 수 있는 참여형 예술작품마당이다.

작가들과 추진위의 이러한 시도는 현대미술을 소개하는 신개념 형식으로 관객들과 소통할 예정이다. 그래서 일명 ‘예술작품과 함께 놀기’, 는 이번 비엔날레의 성격을 제고하며 시민참여형 예술행위로 주목된다.

이 작품들에서 윤범모 감독은 “미술의 조형적 특성과 더불어 사회적 기능”과 더불어 “‘접근금지’  ‘촉수(觸手) 금지’”를 해지한다고 밝혔다. 그래서 “작품 위에서 뛰어놀 수 있고, 미끄럼도 탈 수 있고, 앉아서 쉴 수도 있고, 누워서 잠도 잘 수 있다”는 개념이다.

이 전시에는 본지가 앞서 소개한 윔 델보예·구본주를 비롯한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이 영구 또는 임시로 설치된다.

본지 5006호에 이어 ‘아마란스’의 설명을 보충하자면 유어예 마당의 중심은 안종연의‘아마란스(Amaranth)’다. 윤범모 감독에 의하면 12x12m 규모인 이 대작은 형태가 아마란스 꽃이다. 여기다 ‘아마란스’는 관객 참여까지 부여한 작품이다. ‘아마란스’는 꽃잎에 해당하는 원형 굴레 안에 역시 원형 평판을 둬 관객은 꽃 대궐 안에서 쉬거나 놀 수 있다.

‘아마란스’의 특징은 이런 기능적 측면 이외에도 조명이 주목을 끈다. 그러니까 꽃술 부분에 LED 장치로 다채로운 빛깔을 장착해 꽃의 화려한 이미지를 나타낸다. 수시로 바뀌는 곡면의 색채 향연은 근래 독일에서 개발된 신기술에 기만한다. 특히 곡면 LED 장치에 의한 화려한 색채 변화는 국내 최초로 시도되는 조형물로 주목된다.
또한 야간의 화려한 조명 기능은 가로등 이상의 상징성으로 용지공원은 물론 창원시의 상징적 조형물로 각광받을 전망이다. 이렇듯 기능성과 조형성 그리고 상징성까지 겸비한 ‘아마란스’는 유어예 마당 개념을 제대로 살린 작품이라 할 수 있다.

 

  • 안종연·윤영석·오채현·임영선 조각가 출품
  • 직접 참여해 즐기고 감상하는 '울림의 광장'
▲ 윤영석, '심장유희', 혼합매체, 2018.

윤영석의 ‘심장유희(心臟遊戱)’는 스텐레스 스틸 성형의 심장 모양 조형이다. 길이 약 10m 정도 규모로 잔디마당에 길게 설치되는 이 작품은 인간의 심장·심장의 박동·생명성을 상징한다. 작가는 비스듬히 설치된 경사면을 이용해 관객이 ‘돗자리’처럼 그 위에서 쉴 수 있고 미끄럼틀로도 이용할 수 있게 기능면을 고려했다. 그래서 단순 감상용이 아닌 작품 속에서 작품과 관객이 일체되는 시스템이다.

‘심장유희’는 작가에 의해 ‘전설, 그 심장 위에서 놀던 기억’이라는 부제로도 잘 알려져 있다. 작가는 “새로운 작업에 대한 하나의 구상을 하고 그 내용과 형상이 현현되는 일은 여전히 긴장되고 가슴 뛰는 일이다”며 작품의 개요를 설명한다.
 
 그에 의하면 작품 ‘심장유희’는 스승 김종영 선생에 대한 기억으로 시작된다. 생전에 그가 김종영을 두세 번 정도 가까이 접했던 기억에서 작가노트는 기록하고 있다.

윤영석은 서울 삼선교 언덕 위, 작은 마당이 내다보이는 김종영의 집 마루에 학생들과 함께 앉아 그의 작품이 놓인 마당을 응시하던 선생의 모습을 기억한다.

 작가에 의하면 당시 고답스런 실기수업의 반복과 서투른 아방가르드에의 갈망, 그리고 전공에 대한 방황으로 헤매면서도 학과사무실 안쪽에 놓여있던 김종영의 한 점의 철 조각에 눈길이 갔다. 그 무렵 그 작은 조각에서 나왔던 은밀하고도 강렬한 기운을 윤 작가는 ‘전설’이라 명명한다.

그 녹슨 철판 쪼가리 콜라주는 기와집 대문이나 홍살문처럼 보이는 추상적 형상으로 응집해 놓은 것이었다. 그래서 김종영의 작품은 윤영석에게 있어 별 생각 없이 툭툭 잡히는 대로 거칠게 아크 용접을 한 듯 보였고 로댕의 지옥문을 매우 추상적인 자신의 언어로 번역해 놓은 것 같은 착각도 들게 하는 작품이었다.

그래서 윤영석의 ‘심장유희’는 스승 김종영 선생에 대한 그의 오마주다.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조숙진의 ‘삶의 색채(Color of Life)’는 드럼통의 집적으로 이뤄진 작품

▲ 조숙진, '삶의색채', 혼합매체, 2018.

이다. 같은 형태의 드럼통 35개를 5단 높이로 쌓은 형태다. 언뜻 보기엔 사각형 구조지만 그 안에서 균형·조화의 리듬을 느낄 수 있다. 드럼통을 약간 들쑥날쑥하게 구축해 나름 변화감과 관객참여의 안전성까지 도모한다.

‘삶의 색채’는 사색과 놀이의 인터액티브 공간으로 상기돼 개인과 공동체적 협력을 대비시킨다. 이 작품은 원래 1999년 뉴욕시의 ‘소크라테스조각공원’에 세워졌던 작품이다.
 
작가는 사람들이 스스로 변화하는 자신을 명상할 수 있는 장소를 창조하고자 했고, 아이들과 어른들이 한 공간에서 다른 감각으로 즐길 수 있게 만들어냈다. 그래서 이 작품에는 수많은 ‘삶의 색채들’이 가지고 있는 아이러니가 존재한다.

‘삶의 색채’는 한편으로는 사진가·음악가·무용가·영화 제작자 등도 자신의 독특한 예술적 목적을 위해 이 작품을 사용하고 탐구할 수 있을 만큼 그 개념적 범위가 넓다.
 
또 다른 한편에서의 드럼통 구조는 시민 놀이터로 작용한다. 어린이들은 벌집 같은 각각의 드럼통을 출입하면서 놀 수 있고, 시민은 드럼통 안에서 독서도 하고 낮잠도 잘 수 있다. 더불어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영적(靈的) 내면세계 또한 제시한다고 하니 현대미술을 새롭게 볼 수 있는 시각을 제시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임영선의 ‘불완전한-완전한 조각들’은 스테인레스 스틸과 알미늄 재료로 구성된 2m가 넘는 두상이다. 두상은 현대의 전형적 중년 남성 모습이다. 4조각으로 된 얼굴 부분은 원색으로 도색돼 있으며 각각 인생의 생로병사·희비애락·춘하추동사계를 의미한다. 그 중에서도 이 작품주제는 ‘인생’ 을 집약했다. 그래서 두상 내부에 들어가면 갖가지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갓난아이 첫 울음소리부터 병원에 실려 가는 마지막 구급차 사이렌소리까지. 물론 소리 속에는 불교의 독경이나 찬송가 같은 종교적 소리도 있다.

이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은 이 두상 안으로 관객이 직접 들어 갈 수 있다는 거다. 두상 안으로 들어가 장치에 의해 경험하는 인생의 다양한 소리는 관객으로 하여금 스스로 성찰하는 계기를 만들어낼 것임은 당연지사다.

▲ 오채현, '행복한 호랑이', 붉은 화강석, 2018.

오채현의 ‘행복한 호랑이’는 백색 화강석을 이용한 호랑이 형태 조형물이다. 그의 호랑이는 앉아 있거나 서 있다. 호랑이는 우리 민화, ‘까치호랑이’ 혹은 신선도에 즐겨 등장한다. 오채현의 작품은 이렇게 우리 전통을 기반으로 한 현대식 조형물이다.

이주헌(미술평론가)에 의하면 조각가 오채현의 호랑이는 우리 조상들의 넉넉한 인정과 지혜, 그리고 그것을 구수한 입담으로 들려주던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이 생각나게 하는 작품이다. 이 호랑이에게서 우러나는 수더분한 인정은 재료인 화강암과 그것을 다룬 손맛 덕에 더더욱 잘 드러나고 있다. 조각가는 그 돌에 순수하면서도 원초적 형태를 가해 돌이 원래 지니고 있던 특질이 더욱 생생히 부각되도록 했다.

흔히 호랑이는 한국을 상징한다. 특히 서울올림픽 당시 ‘호돌이’는 많은 인기를 끌며 우리에게 친숙하게 다가왔던 기억이 있다. 이런 해학적 요소가 강한 호랑이가 창원에 왔다. 이러한 까닭으로 유어예마당에 설치되는 호랑이 한 쌍은 용지공원의 수호신 역할을 하며 전통의 현대적 변용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렇듯 2018창원조각비엔날레는 관람객이 직접 참여해 예술을 즐기고 감상할 수 있는 또 다른 울림의 광장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 용지공원( 포정사 유어예 마당) 배치예상도.

자료 제공 : 2018창원조각비엔날레추진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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