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3 21:22 (화)
경남 제조업 ‘신 르네상스 시대’… 언제 오나
경남 제조업 ‘신 르네상스 시대’… 언제 오나
  • 경남매일
  • 승인 2018.08.19 20: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재근 대기자ㆍ칼럼니스트
▲ 박재근 대기자ㆍ칼럼니스트

“이 소리도 아닙니다, 저 소리도 아닙니다.” 1980년대 한 제약회사의 유명한 광고 카피 중 일부다. 간명하면서도 호소력 있는 문구라 요즘도 종종 광고 카피의 교범(敎範)으로 회자될 정도다. 하지만 지금, 경남경제는 소리도 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그런데 회자되는 또 다른 들림은 “현장에서 답을 찾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경남경제 컨트롤타워인 ‘경제혁신추진위원회’ 부위원장 문승욱 경남도 경제부지사의 취임 일성이다. 마치 "주사위는 던져졌다"고 외친 카이사르의 비장함으로 무장한듯하다.

그러나 지극히 관료적일 때 광고 카피의 교범마냥 회자된다. 경남도의 직전 권한대행이 그러했고 전 도지사 등 단체장도 다를 바 없었다. 또 가장 옳은 듯하지만, 딱 집어 성과를 논하기에 앞서 소통의 진실이 담긴 듯해 곧잘 인용됐다. 지난 경남도정의 역사를 되돌아볼 때 ‘립 서비스’에 치우친 감이 없지 않지만 그러했다.   

지금 경남의 각종 지표는 막다른 골목에 처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제조업 체감경기, 소매 판매지수, 저성장률, 자영업 폐업, 아파트 미분양, 오피스텔 공실률 전국 최고다. 양극화, 실업률, 최저임금 및 경기전망지수도 최악이다. 불황의 늪에 빠져 제조업 고용 환경이 악화된 것은 한국GM, 성동조선 등 자동차ㆍ조선업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는 구조조정에 원인이 있다.  

6ㆍ13 지방선거 후 곧바로 경남도청에서 천막농성 중인 성동조성 등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단적인 예다. 주력 산업 경쟁력 약화에 따른 기업의 고용 창출력 저하에서 1차 원인을 찾지만,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등 정부 친(親)노동 정책이 고용상황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하기도 한다.

그러나 경제부지사는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소득주도 성장의 기틀은 마련됐다”고 말한다. 이를 두고 도청직원을 상대로 한 취임사지만 너무나 관료적인 게 비친다.
1989년부터 몸담은 공직경험은 중요하다.

그러나 순기능과 역기능도 상존하는 만큼, 어공(어쩌다 공무원)으로서 옳은 듯 바른 듯보다는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자영업과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지적했지만, 일성과는 달리 집단시위에 나설 만큼이나 골이 깊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는 도지사를 보좌하지만, 경남경제를 총괄 기획하는 사실상의 책임자이기 때문이다.

2분기(4~6월) 경남지역 수출이 1년 전(전년 동기)보다 53.7%나 급감, 현 상태로는 불황이 그늘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특히 경남은 제조업이 41%를 차지, 최근 5년간 지역내 총생산 성장률은 전국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7대 전통산업인 반도체, 디지털가전, 조선, 철강, 자동차, 석유화학, 기계 중, 경남은 조선 자동차 기계가 강점이지만, 제조업에 국한된 포트폴리오의 한계가 드러났다.  

도가 추진하려는 공장 2천개 스마트화도 좋다. 울산의 화학, 충청 및 수도권의 반도체와 바이오 등에다 삼성투자에 전국이 들썩이는 만큼, 도 산업과 연계된 전장산업 등 포트폴리오 재구성이 요구된다. 현재 경남은 제조업 몰락의 표본이 되었던 한국판 러스트 벨트나 다를 바 없다.

하지만 미국은 규제혁파, 법인세율 및 소득세 인하 등 투자 유인책에 올인한 결과, 제조업 부활로 이어져 산업구조 변화는 경기회복으로 이어졌다. 제조업의 단순부활이 아닌 로봇과 사물인터넷 등을 융합한 제4차 산업혁명을 창출해내고 있다. 경남도 지혜를 모아 위기를 극복해야 하지만 도의 장밋빛 구상과 달리 현실이 녹록치 않다.

또 ‘오른손에서 왼손으로 옮기는 게 도의 역할’이란 한 공무원의 말 만큼이나 조선업체에 대해 운용자금 400억 원 지원과 RG(선수금환급보증) 발급건의가 거부는 전달기관에 그치는 광역단체(경남도)의 한계를 극명한 사례다.  

그렇다고 도의 “신 경제지도” 플랜이 대증요법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도가 할 일은 투자 등 환경과 지원책을 끌어내는 것이다. 경남지사는 경제혁신추진위원회 출범 때 “지방정부가 해결할 수 없는 사항은 도가 책임지고 중앙정부나 청와대에 건의하겠다”고 했다. ‘경남 신 경제지도’ 시동도 “현장 목소리”인 건의가 먹혀들 때 완전히 새로운 경남, 신 르네상스 시대를 논할 수 있다. 그게 “답”이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