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14:57 (수)
시간 멈춘 현대重 해양공장
시간 멈춘 현대重 해양공장
  • 연합뉴스
  • 승인 2018.08.21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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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개월째 ‘작업 해양물량 0’
특화거리 점포임대 수두룩

 현대중공업 해양공장이 4년 전 마지막으로 수주한 원유생산설비가 완공돼 출항하던 20일 오후 6시.

 서쪽 산으로 넘어가는 햇빛을 받은 해양설비운송선이 서서히 해양공장 부두에서 멀어지며 울산 동구 방어진 앞바다로 나아갔다.

 육각형 모양의 고층 아파트 한 동 크기만 한 거주구(Accommodationㆍ1만 8천700여t, 근로자들이 사는 곳) 플랫폼은 ‘Xiang Yun Kou’라는 이름이 검은색으로 쓰인 운송선에 실려 점점 더 바다로 멀어져갔다.

 공사 당시 수천 명이 달라붙어 작업하던 모습과 달리 부두에는 5∼6명만 남아 자신들의 손을 거쳐 아랍에미리트(UAE) 앞바다까지 떠나는 마지막 설비를 물끄러미 지켜봤다.

 이 플랫폼은 현대중공업이 지난 2014년 11월 아랍에미리트로부터 수주한 나스르(NASR) 원유생산설비 총 5개 중 마지막 물량이다.

 이후 45개월째 해양플랜트 수주가 없어 더는 작업할 해양 물량이 남아 있지 않다.

 나스르 설비가 떠나고 남은 해양공장(75만㎡)은 그야말로 적막강산이었다.

 스웨덴 말뫼에서 단돈 1달러에 가져온 골리앗 크레인을 포함해 세계 최대(1천600t)의 골리앗 크레인 2기가 바다를 향해 덩그러니 서 있는 거대한 모습은 오히려 쓸쓸함을 더했다.

 골리앗 크레인 옆 야적장에는 패널 모양, 원형 모양의 큰 철재 구조물과 회색 콘크리트 구조물이 수백 개, 수천 개씩 쌓여있었다.

 해양사업 매출이 최고조에 이르던 지난 2013년과 2014년(4조 6천530억 원)에는 원청 근로자 수는 4천명, 협력업체 근로자 수는 2만 명이 넘을 때도 있었다.

 지난해에는 전체에서 절반가량 줄었고, 지금은 원청 근로자 600명만이 조선 물량 일부를 맡아 해양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이마저도 올해 말이면 일감이 바닥난다.

 이날 점심때 찾아간 해양공장 인근 ‘외국인 특화거리’는 한때 현대중공업 마크가 찍힌 점퍼를 입은 근로자 및 외국인 근로자들이 서로 어깨가 부딪히며 걸을 정도로 북적이던 곳이었다. 그러나 이날은 점심시간이었는데도 근로자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아예 ‘점포임대’라고 써 붙인 가게도 군데군데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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