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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광현문의 지혜
증광현문의 지혜
  • 경남매일
  • 승인 2018.08.21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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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애 금성주강(주) 대표이사
▲ 정영애 금성주강(주) 대표이사

말복이 지나니 조석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어 계절의 변화를 실감케 한다. 독서하기 좋은 계절을 맞아 지인이 추천해준 고전 증광현문(增廣賢文)을 샀다. 중국의 격언, 속담 등을 모아 한데 묶은 고전이다.

속담, 격언으로 구전된 글들이 많아 출처 미상이 대부분이다. 365일 매일 한 편씩 읽을 수 있도록 365편을 실어 ‘증광현문의 지혜’라는 책으로 나왔다. 글 한 편 한 편이 가슴에 와 닿는 명언 경구들이라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먹고 사는 일에 쫓기다 보니 한 주 지나가는 것이 마치 전광석화와 같다. 문득 일손을 멈추고 자신을 뒤돌아보면 내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의아할 때가 있다. 나 스스로 주체가 돼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그저 주어진 환경에 얽매여 어쩔 수 없이 살아가고 있는지 아리송하다. 유례없는 폭염에 지친 심신도 달랠 겸 책장을 넘기니 자세한 해설을 곁들인 글들이 마치 인생의 나침반 같은 금과옥조(金科玉條)로 가득하다.

관금의감고, 무고불성금(觀今宜鑒古, 無古不成今)이라 했다. ‘옛것을 경험 삼아 오늘을 보라. 옛것이 없다면 오늘도 이뤄지지 않는 법이다’라는 뜻으로 온고이지신과 일맥상통하는 금언이다. 현실문제에 대한 해답은 과거에 있다는 의미다.

지난 역사의 발자취를 뒤돌아보면 우리가 직면한 현실적인 문제의 해결방안이 나온다. 사람은 언제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하든지, 그것으로부터 배우고 얻을 것이 있다는 경험철학의 소중함을 강조하는 잠언이다.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하다 보니 지난날을 뒤돌아볼 생각과 여유조차 없이 발등에 떨어진 불 끄기에 급급하다 보니, 근본적인 해결책보다 임시방편이 난무한다.

하루, 한주, 한 달, 한 해를 어떻게 무사히 보낼 수 있을까 걱정하다 보면 자기성찰 없는 실패와 실수가 반복된다. 과거는 현재의 거울이며 현재는 미래의 등대라고 했다. 실패의 반복을 피하려면 경험에서 우러난 선현들의 교훈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인불통금고 마우여금거(人不通今古 馬牛如襟?)라고 했다. ‘사람이 고금을 통해 배우지 아니하면 말과 소가 옷을 입은 것과 같다’는 말이다. 사람이 실패를 배움의 기회라 생각하지 않으면 동물과 다르지 않다는 뜻이다. 사색을 통해 지혜로운 선택을 하면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앞으로 전진할 수 있다.

발명가 토마스 에디슨은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했다. 그러나 그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무모한 도전을 계속하다가는 성공은커녕 재기불능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만다. 이때 한숨 돌리고 그 일에서 잠시 물러나 선현들의 교훈을 담은 고전을 접하면서 사색의 시간을 가져보면 문제해결의 답이 보인다.

그러나 이때 자기성찰에 의한 반성 없이 세상 탓, 부모형제 탓, 배우자 탓, 정부 탓만 하다가는 문제해결의 실마리는 풀리지 않는다. 옛말, 옛글은 한갓 헛된 소리요 고리타분한 훈계로 치부하고, 선각자들의 가르침에 귀 기울이지 않는 것이 필부필부의 공통된 심사이다.

온전히 자신을 비우고 허허로운 심정으로 고전을 접해야 비로소 안광이 지배를 철하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 독서미견서 여봉량우, 견인독서 여봉고인 (讀書未見書 如逢良友, 見人讀書 如逢故人)이라고 했다.

‘새로운 책을 읽는 것은 좋은 친구를 만나는 것과 같고, 읽었던 책을 읽는 것은 오랜 친구를 만나는 것과 같다’라는 뜻으로, 한 권의 책을 읽는 것은 한 명의 친구를 사귀는 것과 같다는 의미다. 책을 통해 직접 경험해 보지 못한 지식과 정보를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책으로 대신 만난다.

책은 내가 현명하게 살아갈 지혜를 주는 친구로 상대방 동의 없이도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만날 수 있다. TV 교양 프로에서 어떤 강사가 요즘 책을 읽지 않는 세태를 걱정하면서 ‘하루 10분간 책 읽기’ 캠페인을 제안했다. 하루 10분이면 1년에 3천650분으로 61시간이 된다.

250쪽 내외 책 한 권 읽는데 대략 4~5시간이 걸린다. 물론 어려운 학술 전문서적은 예외로 친다. 그러면 1년에 책 15권을 읽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 달에 1권 이상 읽는 셈이다. 책은 굳이 전체를 통독할 필요는 없다.

필요한 부분만 골라보는 분들이 많은 것을 보면 의외로 더 많은 분량의 책을 읽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매일 빠지지 않고 10분씩 책을 읽는 습관에 길들여지다 보면 재미가 붙어 10분이 30분이 되고, 30분이 1시간, 2시간으로 늘어날 개연성이 충분하다.

뭐든 버릇, 그것도 좋은 버릇이 몸에 배면 즐겁고 신나서 몰두하게 된다. 100세 장수 시대를 맞아 노후에 남아도는 시간 때우기에 독서만큼 좋은 것도 드물다. 도서관에 가면 에어컨이 나오는 시원한 공간에서 온갖 종류의 잡지와 신문, 책을 골라 볼 수 있다.

동네 노인당이나 공원에서 하릴없이 얼쩡거리며 시간 낭비하거나, 방콕하며 삼시 세끼 타령하다가 부인에게 구박(?)받는 신세도 면할 수 있다. 폭염을 핑계로 책을 멀리했던 시간을 벌충할 독서의 계절 가을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하루 10분 만이라도 책 읽기에 시간을 투자해 보는 것도 밑지는 장사는 아닐 것이다. 마음의 양식을 살찌울 독서에 흠뻑 빠져보자. 증광현문의 지혜 365편 중 계절의 흐름에 맞는 3가지 주제를 골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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