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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유-안도현의 ‘연어’를 읽고
삶의 이유-안도현의 ‘연어’를 읽고
  • 경남매일
  • 승인 2018.08.22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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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종 시인ㆍ독서지도사ㆍ심리상담사
▲ 은 종 시인ㆍ독서지도사ㆍ심리상담사

모천 회귀본능의 어류 대명사인 연어의 산란과정을 그려놓은 이 작품은 누군가에게 삶의 배경이 된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임을 깨닫게 해준다.

물론 그 과정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때로는 눈물겹도록 아름답기도 하다. 아픔과 역경이 지난 자리에 탐스러운 생명의 탄생은 내일을 이어가며 희망을 전해주기도 한다.

다음 세대를 이어가고자 하는 열망은 우리네 삶과 닮은 듯하다. 올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입추가 지났음에도 한낮의 온도는 35도에 육박하니 산과 바다를 찾아 피서를 즐기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시원한 곳을 찾아다니며 더위를 식히려는 것을 볼 때, 연어 떼들이 알을 낳기 위해 가장 적정한 온도의 물속을 찾아 헤매는 그것과 흡사하게 보인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현대인의 냉랭한 가슴에 불을 지폈던 안도현 시인, 그의 단편소설 ‘연어’를 읽으면서 등장인물들이 나누는 대화나 독백 가운데 동일시된다.

폭포를 뛰어넘어 보금자리인 강물에 이르기까지, 그 여정 속에 많은 동료를 만나고 그들의 삶의 방식을 통해 가장 가치 있는 일을 추출하는 은빛 연어에게서 삶의 지혜를 만날 수 있다.

부모도 여의고, 피붙이라고는 하나밖에 없었던 누나까지 적수인, 물수리에게 잃어버리고 만다. 따라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부정적이고 자신을 방어하느라 폐쇄적인 존재가 되고 만다.

하지만 그 무렵 감춰진 자신의 모습을 알고 다가왔던 눈 맑은 연어, 가장 힘든 순간에 반짝이는 눈빛은 어쩌면 또 다른 세상을 헤엄쳐 나가도록 비추는 등대와 같을지도 모른다.

그녀와 나누는 깊은 내면적 대화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바뀌고 자신의 삶 자체를 소중한 의미로 깨닫게 되며 나아가 꿈과 희망을 품는 존재로 변하게 된다. 그 누구의 배경이 돼준다는 것, 내가 지금 여기서 다른 사람을 감싸주는 것, 나는 여기 있으므로 다른 사람의 배경이 된다는 것, 고결한 희생을 전제로 하는 덕목이다.

눈 맑은 연어는 온 힘을 기울여서 자신의 배에서 알을 쏟아내어 앵두같이 예쁜 알들 위로 뿌려놓는다. 자신의 본분을 다하고 스러져가는 두 연어의 마지막 포옹이 세상을 풍요롭고도 밝은 내일을 품게 하는 장면이다.

몸으로 희생의 본을 보여 준 어머니처럼, 아름다운 희사로 온 세상에 따스한 감동을 전해주는 얼굴 없는 손길처럼, 식구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소중한 간을 이식시켜 한 생명을 구하는 살아있는 이웃처럼 의미 있는 현재가 되고 싶다.

다음 세대를 키우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주는 연어 이야기, 그 여운을 따라 나의 시선은 저기 학교 마당에서 뒹굴며 소리 지르고 있는 아이들에게로 향한다. 마치 폭포를 거슬러 힘차게 솟아오르려는 연어들의 몸부림 같다는 상상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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