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22:31 (금)
조의금 기부한 마린온 유족
조의금 기부한 마린온 유족
  • 이대형 서울취재본부 정치부장
  • 승인 2018.08.23 1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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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대형 서울취재본부 정치부장

 “마린온 사고 순직자 유족의 작은 마음입니다. 후배 해병대 장병을 위해 써 주세요.”

 최근 군 복무 중 마린온 추락 사고로 순직한 5인의 해병대 유족이 시민 조의금 5천만 원을 해병대에 전액 기부한 것이 화제가 됐다.

 유족들은 “고인들의 희생이 더 안전한 해병대 항공기 확보와 항공단 창설에 초석이 되길 바란다”며 “진상이 규명되고 고인들의 희생이 값진 결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우리는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는 서신을 해병대에 전했다고 한다.

 해병대 상륙 기동헬기 ‘마린온’ 추락 사고로 순직한 고 김정일 대령(45), 고 노동환 중령(36), 고 김진화 상사(26), 고 김세영 중사(21), 고 박재우 병장(20) 등 5인의 해병이 군 복무 중 헬기 사고로 순직했을 때 정의당 노회찬 의원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각계의 인사를 비롯해 여야를 막론한 많은 국회의원들이 노 의원을 조문을 했다. 방송과 신문 등 언론에서도 마치 ‘영웅’을 보내는 듯이 앞다퉈 실시간으로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 지난달 23일 오전 경북 포항 해병대1사단 도솔관에서 마린온 헬기사고로 순직한 해병대 장병 5명에 대한 합동 영결식이 해병대장으로 열렸다. 연합뉴스

 하지만 군 복무 중 사고로 숯검댕이가 돼 불타 죽은 5인의 해병대의 장례식과 영결식장에는 단 한 명의 국회의원도 조문이 없었다. 대신 추락 사고 부대인 해병대 1사단에 차려진 합동분향소에는 장병과 인연이 없는 일반 시민과 군인 등의 발길이 이어졌다. 살면서 자식을 잃는 것보다 모진 고통은 없다. 더구나 군 복무를 하다 어이없는 사고로 자식이 숨졌다면 얼마나 참담하고 억울할까.

 더욱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던 청와대는 유족들에게 씻을 수 없는 망언을 퍼부었다. 사고 이튿날 청와대는 순직자와 유가족에 대한 언급 없이 마린온과 형제 기종인 육군 주력 헬기 수리온에 대해 “세계 최고 수준의 헬기”라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문재인 대통령 애도 표명은 사고 사흘째 나왔고, 국방부는 대통령 발언이 있은 뒤에서야 희생자 가족에 대한 국방장관 글을 발표했다.

 정치를 같이하면서 친분도 있을 터이고 전국적 지명도 있는 정치인이었던 노회찬 의원의 장례식에 조문을 해야겠지만,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들이 5인의 해병의 장례식에도 조문, 참배는 반드시 해야 한다고 본다.

 이 땅에서 정치를 한다면 그러면 안 되는 것이다. 국민의 대표자들이 국민들의 기본 정서는 헤아려야 한다. 평소 안보 정당을 표방하는 자유한국당의 국회의원들은 더욱 자격이 없다. 이들은 조국의 국민들에게 충성을 요구할 수 있을까? 충성을 요구할 자격이 있을까?

 5인의 순직 해병 유족들의 거룩하고 숭고한 진짜 애국심을 접하니 가슴이 먹먹해서 차마 견딜 수가 없는 가운데 유족들이 조의금 전액을 해병대에 기부했다.

 조국과 민족을 위해! 정의와 자유를 위해! 말없이 충성을 다하는 대한민국의 군인들이여… 조국의 국민들은 그대들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유족들은 해지고 문드러진 가슴을 추스르며 증오 대신 감사를 전했다. 이 품격 있는 슬픔의 표현이 분노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한 줄기 시원한 소나기처럼 느껴진다.

 ‘슬픔의 품격’에도 자격이 있다. 마린온 사고 유족들의 솔선수범 행동은 모든 국민에게 나라는 누가 어떻게 지키는 것이고, 명예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했다. 요즘처럼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 간 평화의 무드가 조성될 때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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