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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가미로 가는 세상
솔로가미로 가는 세상
  • 경남매일
  • 승인 2018.09.04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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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 소설가
▲ 이광수 소설가

  최근 40번째 생일을 맞아 70명의 하객을 초청해 자신과의 홀로 결혼식을 올린 여성이 있어 화제가 됐다.

이탈리아에 사는 로라 메시는 남자와 함께하는 결혼 대신 자신만의 행복한 삶을 위해 자기 자신과 결혼식을 올렸다. 요즘 핫한 이슈로 부상한 미투와 무관하지 않다. 이를 두고 페미니즘의 승리라고 환영하는가 하면 한편에선 가족제도의 몰락을 예고하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솔로가미(sole gamie)는 자기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자신과 결혼하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 솔로가미는 일부다처제를 의미하는 폴리가미(poly gamie)에서 착안해 만든 신조어다.

이 말의 반대어는 모노가미(mono gamie)로 일부일처제다. 폴리가미는 아직도 중동의 이슬람국가에서는 인정하고 있는 결혼제도다. 서구에서는 기독교 이전에는 인정됐으나 기원 후 모노가미로 정착됐다. 우리나라는 조선시대 양반들의 축첩제도가 폴리가미의 한 형태였으며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현재 유럽 등 서구선진국의 경우 결혼하지 않고 동거하는 커플 세대가 40~50%에 이른다. 독거세대 또한 50%대에 달한다. 반이 혼자 사는 싱글족인 셈이다. 좋은 배우자를 만나 결혼하면 좋겠지만 만족스럽지 못한 결혼으로 자신의 행복을 저당 잡히는 것보다, 적당히 즐기면서 영혼이 자유로운 삶을 살겠다는 시대상의 반영이다.

상황에 따라 정신적, 육체적 교감은 갖지만 형식의 틀에 얽매여 결혼이라는 제약의 굴레에 얽매이는 삶은 싫다는 것이다. 이는 이혼율 50%가 증명하고 있다. 가정이라는 혈연의 울타리가 무너지고 가족의 개념 자체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의 석학 자크 아탈리는 지난 2005년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에 기고한 글에서 오는 2030년이 되면 결혼제도가 사라지고 90%가 동거세대로 바뀔 것이라고 주장했다. 불과 12년 후의 일이다. 또한 미국의 인류학자 헬렌 피셔는 최근 100년 동안 변화한 결혼관습을 볼 때 과거 1만 년 보다 그 변화는 더욱 가속적일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결혼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가족이라는 개념이 모호해지는 시대가 머잖은 장래에 도래한다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이제 기존의 결혼이라는 절차를 거쳐 형성된 가족 구성 형태가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될 것이다.

남자와 여자가 법적으로 결합해 사는 결혼, 결혼은 아니지만 비혼 상태로 함께 사는 사실혼 관계인 동거, 비혼이지만 자기 자신과 결혼해 홀로 사는 솔로가미, 법적으로 부부지만 각자 따로 사는 별거, 나이 들어 이혼하지 않고 따로 사는 졸혼 등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결혼한 부부나 이혼녀, 상배자에게 주어졌던 각종 대우가 법적인 결혼과 상관없이 사실혼 관계의 동거 부부나 미혼녀에게도 동등하게 주어지고 있다. 한국은 아직 법적,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지만 프랑스 등 서구선진국들은 동등한 대우를 해주고 있다.

1인 가구, 노키즈 가구, 싱글맘, 싱글 대디, 공동체 가족 등 가족의 범주가 넓어지면서 변화추세에 맞춰 지원제도도 바뀌고 있다. 우리나라도 30%대에 육박한 1인 가구와 40%대에 근접한 이혼율을 감안할 때 이에 대한 사회보장대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대가족제도에서 핵가족 시대로, 다시 1인 가구시대로 급변하는 추세에 걸맞게 전통적 가족관에 대한 사회인식변화와 복지정책변화가 수반돼야 할 것이다.

특히 부양가족(자식)이 있다는 이유로 재산이나 직업이 없는 사람이나 고령 세대에 대한 차별적 복지지원시스템에 대한 근본적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솔로가미세대의 증가에 따라 싱글 맘, 싱글 대디에 대한 지원 대책이 뒤따르지 않으면 인구절벽(합계출산율 1.0 이하)의 시한폭탄이 터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청년실업난의 심화와 서민경제의 악화는 결혼을 기피하는 풍조에 불을 댕기는 불쏘시게 역할을 하고 있다. 20~30세대의 결혼파업은 국가발전에 심각한 저해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소득문제(빈부격차 심화), 신분 상승 기회상실(취업난), 주택문제(높은 주택가격)는 결혼 기피의 3대 난제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불 시대를 맞아 이에 걸맞은 질 높은 삶을 추구하려는 젊은 세대들에게 60~70년대의 보릿고개 얘기로 설득해봐야 소용없다.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는 말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암담할 뿐이다. 솔로가미가 한때 유행처럼 잠시 스쳐 지나가는 바람으로 그치게 되길 간절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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