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13:53 (토)
병든 아버지 살해혐의 장애 아들 존속살해 벗어
병든 아버지 살해혐의 장애 아들 존속살해 벗어
  • 이대근 기자
  • 승인 2018.09.26 17: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신유기만 인정 징역 4년

 병든 아버지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버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지적장애 남성이 1심 재판에서 존속살해 혐의를 벗었다.

 창원지법 진주지원 형사1부(재판장 최성배 지원장ㆍ부장판사)는 존속살해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모 씨(41)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6일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이씨가 숨진 아버지 시신을 토막 내 버린 혐의(사체손괴ㆍ사체유기)는 유죄로 인정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지적장애 3급인 이씨는 지난 2월 9일 진주 시내 자신의 집에서 파킨슨병으로 누워 있던 아버지(81) 입안에 손을 밀어 넣고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씨는 숨진 아버지 시신을 토막 낸 뒤 시내 쓰레기통, 사천 창선ㆍ삼천포 대교 아래 바다, 부산 태종대 앞바다에 버렸다.

 그는 아버지 입안에 가득 찬 가래를 닦아내려고 물티슈와 손가락을 입안에 넣었고 목에 걸린 물티슈를 빼내려고 아버지 목을 10초 정도 누른 행위밖에 하지 않았다며 존속살해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은 그러나 이씨가 다른 가족 없이 9년째 병든 아버지를 혼자 간호하는데 부담을 느껴 고의로 아버지를 살해했다며 존속살해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이씨가 아버지가 숨진 후 시신을 훼손할 공구를 사들인 점과 119를 부르거나 병원으로 후송하지 않은 점 등을 존속살해 간접증거로 내세웠다.

 이씨가 아버지 사망 3주 전 “아버지 장례비로 쓰겠다”며 정기예금을 해약해 1천400만 원을 인출하고, 아버지 시신을 유기한 후 여행용 가방을 산 사실도 이 씨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그러나 법원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씨가 아버지를 죽일 만한 범행 동기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씨가 아픈 아버지를 오랫동안 간호하며 피로감을 느낀 것과 범행 후 시신 훼손용 공구를 사들인 점은 인정했다. 그러나 이씨가 당시 병세가 상당히 나빴던 아버지를 간호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조치 때문에 우발적으로 숨지게 했을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시신을 유기한 행동 역시, 이례적이기는 하지만 이씨가 ‘실수로 아버지를 숨지게 해 처벌받을 것이 두려웠다’고 일관되게 진술한 점, 지적장애 3급으로 상식 능력, 판단력이 부족한 점 등을 고려하면 존속살해를 뒷받침할 간접증거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정기예금을 해약한 것 역시, 과거에도 예금을 만기 이전에 해약한 적이 있었고, 여행용 가방을 산 것은 장애인고용공단을 통해 인근 하동군에 있는 회사에 취업하려는 의도였던 것으로 파악했다.

 재판부는 이런 점을 종합하면 이씨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는 점이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에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려 존속상해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뒤늦게 공소장 변경 없이 이씨에게 과실치사죄를 적용하려 했으나 재판부는 방어권 행사에 불이익을 줄 수 있다며 허용하지 않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