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05:56 (금)
남해 창선고, 전국 명문학교 급부상
남해 창선고, 전국 명문학교 급부상
  • 박성렬 기자
  • 승인 2018.10.01 1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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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주인은 학생… 학생자치역량 UP

스스로 잠재력 발견 ‘상상의 플랫폼’

기숙학교 강점 살려 사교육 없는 공교육

배움ㆍ성장 중심… 토론ㆍ발표ㆍ협업수업

교실마다 빔 프로젝터ㆍ무선 wi-fi 설치

▲ 남해 창선고등학교 전경.

 경남의 끝자락 남해군에는 2개의 큰 섬이 있다. 그중 작은 섬 창선도에 위치한 창선고등학교는 1970~80년대는 정말 잘나가는 학교였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부분 농어촌 학교처럼 창선고등학교도 학령 인구 감소로 학급 수 감축의 위기에 처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 3월 1일, 남해해성고를 전국적인 명문 고등학교로 만든 주역 최성기 교장을 창선고등학교장으로 초빙해 ‘미래의 명문고 도약 프로젝트’를 야심차게 시작했다. 기숙학교라는 창선고의 강점을 살려 사교육 없는 공교육 학교로 그리고 배움과 성장 중심의 수업 혁신을 통해 교과별 30% 이상을 학생 중심 토론, 발표, 협업 수업으로 구성해 학생들의 학업 역량을 꾸준히 높이고 있다. 또한 야간 학습 프로그램인, 창선고만의 이브닝 스쿨(evening school)도 운영한다. 최 교장은 “이렇게 하면 우리 학교도 2~3년 안에는 충분히 명문고로 부상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학생은 학교 주인이라는 신념 아래 학생 자치 역량 키워

▲ 최성기 교장.

 창선고등학교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학생 중심 교육활동으로의 전환이다. 모든 교내 행사를 학생회가 자율적으로 기획하고 주관하도록 하고 선생님들은 보조자 역할을 하게 했더니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일례로 지난 4월 학생회가 처음으로 주관한 ‘사제동행 sports 페스티벌’은 학생들이 직접 경기 종목 및 선수 구성, 부스 운영, 참여 방식 구상까지 도맡아 진행했다. 평소 체육 활동에 흥미나 자신감이 없던 학생들도 즐겁게 페스티벌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해 사제 간 화합의 장이 됐다. 또한 학생 중심의 동아리 활동도 학생들의 책임감과 주인의식, 협동심을 함양하는 데 한몫하고 있다.

 특히 보건 동아리 ‘나인틴게일(nineteen-gale)’은 학생 대상 심폐소생술 교육을 직접 시연하고, 한편으로는 지역 어르신들을 찾아봬 직접 만든 먹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자율 봉사 동아리 ‘해피 바이러스’ 소속 학생들은 매일 저녁 시간대를 이용해 지역 주변 환경 정화 활동을 실시해 지역민들의 칭찬을 받고 있다. 이처럼 학생들이 활동의 주인공이 되니 학생들의 자존감도 높아지고, 그들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향상돼 활력 있는 학교생활을 영위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교육환경 개선 통한 학교 위상 정립

▲ 흥선 농장을 조성해 직접 농사 체험을 하며 농산물의 소중함을 깨우치고 있다.

 최 교장은 부임 이후 학교 모토를 ‘꿈과 사랑이 넘치는 행복한 학교’로 정하고, SI(school identity), 교기, 배지(badge) 제작 등 학교 내ㆍ외부 할 것 없이 많은 변화를 줬다. 당장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교육환경 변화는 △교문 정비 △천연 잔디 운동장 정비 △급식소인 유자관 준공 △어수선하던 교내 수목 및 화단 정비 △간편 생활복 착용 △교내 전역 무선 와이파이(wifi) 설치 △교장실 및 본관 중앙 현관에 작은 도서관 마련 △각 교실 극단초점 빔 프로젝터 및 스크린 화이트보드 설치 등 이를 통해 학교 분위기를 일신하고 있다. 그리고 그동안 쓰레기로 둘러싸여 보기 싫던 체육관 뒤편을 정리한 후 흥선 농장을 조성했다. 그리고 학생들이 직접 농사 체험을 하게 해 우리 농산물과 노동의 소중함을 가르치는 등 노작활동을 통한 생명존중 및 실천적 인성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오늘날 대중적인 스포츠로 인기를 얻고 있는 골프를 배울 수 있도록 골프 연습장도 마련했다. 더불어 학교, 학생과 학부모 및 교육공동체 모두가 적극적으로 교육활동에 참여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학교 인터넷 카페도 개설했다. 이러한 내ㆍ외형적 변화들에 대해 최 교장은 “지난 7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의 엄청난 변화는 결코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었고, 교직원 모두가 변화에 공감하고 동참해 줬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전했다.

 △수업 혁신은 교실 환경 변화에서부터

 최 교장이 창선고등학교에 부임한 이후 수업 혁신을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은 각 교실마다 빔 프로젝터, 스크린용 화이트보드 및 무선 와이파이(wi-fi) 기기를 설치한 것이다. 그리해 배움 성장 중심 수업의 핵심인 토론ㆍ발표수업이 원활히 진행되도록 했다. 또한 교실 수업의 변화와 대입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의 트렌드를 따라잡기 위해 선생님들의 자발적인 협의회를 조직했다. 또한 우수 강사를 초빙해 배움 성장 중심 수업, 학종 공통 평가요소와 평가항목에 대한 지속적인 연수를 실시하고 있다.

 

▲ 국내 23개 유명대학교 입학관계자를 학교로 초청해 입학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효율적인 입시정보ㆍ대입 전략을 알기 쉽게 세울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수학, 영어 등 2018학년도 신규 교사 7명을 채용해 한층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또한 진로교육과 관련된 K-MOOC, TED 강좌도 학생들이 수강할 수 있게 했다. 지난 7개월간 눈에 띄는 비교과 교육활동으로는 △개교 62주년 기념 사제동행 멘토링 남해 금산(보리암) 산행 △죽방렴 체험, 고사리 꺾기 체험 등의 지역 문화 체험 활동 △효를 바탕으로 하는 실천적 인성교육을 목적의 남해 향교 예절 체험 교육 △독서 교육 강화 목적인 ‘독서 로드맵’ 마련 △교차 조사식 토론인 CEDA 토론(매주 월요일 창체시간)으로 토론 능력 신장 △전교직원 선진학교 견학과 체계적인 학교생활기록부 공통 매뉴얼 교재 발간 등이 있다.

 겨우 7개월도 안 되는 기간 동안 급변하는 학교 환경에 학생들은 물론 교직원들도 처음에는 물리적ㆍ정신적인 피로감을 많이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변화와 혁신, 이 모든 것이 학생들을 위하는 일이었기에 모두 한마음으로 힘을 모은 결과 서서히 변하는 학교의 모습에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

 △맞춤형 진로ㆍ진학 지도로 학생 꿈 키워

 교육부는 지난 8월 17일 현재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치를 대입부터 적용되는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을 최종 발표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수능 위주 전형 비율이 30%로 확대되고, 적성 고사 전형을 폐지한다고 했다. 또 논술 전형 폐지를 목표로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수능 평가 방식의 경우 현행대로 국어, 수학, 탐구는 상대평가, 한국사, 영어는 절대평가로 하고, 제2외국어 및 한문 영역을 새롭게 절대평가 과목에 추가했다. 수시 수능 최저 학력 기준 활용 여부는 대학 자율에 맡겼다. 이럴 경우 농어촌 학교인 창선고는 불리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최 교장은 자신감 있게 “그렇지 않다”고 했고 “그동안 국내 유명 대학교 입학본부(처), 진로ㆍ진학ㆍ대입 전문가들로 구성된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급변하는 대입 제도에 어느 학교보다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지난 3월 24일 부산대학교 입학설명회를 시작으로 7월 18일까지 서울대학교를 비롯한 국내 23개 유명대학교 입학관계자를 학교로 초청해 입학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를 통해 농어촌 학교에서는 쉽게 접하기 힘든 효율적인 입시 정보 및 대입 전략을 알기 쉽게 세울 수 있도록 했다.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은 아무리 학교 내신성적이 좋다고 해도, 대입 전형 표준화 평가요소인 ‘학업역량’, ‘전공적합성’, ‘인성’, ‘발전가능성’에 대한 꼼꼼한 학생부 기록과 각 대학이 원하는 인재상이 아니면 성공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어떤 유형의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게 좋을까? 이에 최 교장은 “중3 학생들의 고교 선택 기준으로 첫째는 학생 개개인에 대한 학교생활기록부를 꼼꼼하게 기록해 주는 학교이고, 둘째는 대학교 입학본부(처)와의 인적네트워크가 잘돼 있어 신속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학교이며 이 두 요소를 모두 잘 갖춘 학교가 창선고등학교이다”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했다.

 △‘창선7080프로젝트’ 학교를 살려야 창선이 산다

 총동창회는 2년 전 모교가 학급 수 감축 위기에 빠지자 물심양면 지원에 나섰다. ‘학교를 살려야 창선이 산다. 창선을 지키고, 창선을 일으켜 세우는 데 교육만 한 것이 없고, 창선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구심체는 학교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창선7080프로젝트가 나오게 된 배경이다.

 또한 모교가 비록 학령인구 감소로 위기 상황을 맞고 있지만, 지역 문화의 중심은 학교라는 생각으로 동문들과 지역민이 적극적으로 똘똘 힘을 모아 학교 살리기에 나섰다. 올해는 대학 진학 장학금뿐만 아니라, 각 교실 빔 프로젝터 및 스크린 화이트보드 설치비, 교장실과 본관 중앙 현관에 작은 도서관을 마련해 진로ㆍ진학 관련 도서 약 2천 권도 지원했다.

 지난 2016년부터 시작된 창선 7080프로젝트는 동문들이 매월 1계좌(5천원) 이상 학교발전기금 계좌로의 자동이체를 통해 꾸준히 지원한 결과 올해 9월 기준 약 1억 5천만 원의 기금이 모였다. 최 교장은 “막중한 책임감으로 비록 어깨는 무겁지만 교육 발전에 기여할 마지막 봉사라 생각하고 그동안 체득한 교육 철학을 바탕으로 혼신의 노력을 다해 학생 한 명 한 명을 내 자식이라는 생각으로 전교직원과 함께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지도하겠다”고 약속했다.

 △창선고의 희망을 보며

 창선고등학교는 비록 학령인구 감소로 위기에 처해 있는 농어촌 소규모 학교이지만 교직원의 열정, 학생ㆍ학부모의 학교에 대한 신뢰, 학교법인과 총동창회의 물심양면 재정 지원 등으로 위기에 처한 농어촌 학교의 ‘환골탈태’를 선언하며 작지만 강한 학교를 만들어 가고 있다. 그리고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과 꿈과 사랑이 넘치는 학생들의 행복한 웃음에서 창선고등학교의 미래는 분명 밝아 보인다. 더욱 행복하고 즐거운 소식이 넘쳐나는 창선고등학교를 기대한다. 그리고 창선고등학교 ‘2019학년 신입생 모집을 위한 입학설명회’가 오는 27일 오전 10시 30분 창선고등학교 강당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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