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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리단길*
봉리단길*
  • 경남매일
  • 승인 2018.10.01 18: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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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옥황상제 천상선녀 애기보살

회현동에 가면 신들이 먼저 반긴다

신을 부르는 소리가 방울뱀의 꼬리처럼 흔들린다

멀리서도 보이는 대나무 붉은 깃발이 신기루처럼 서 있다

카페 1935,

사막으로 걸어간 흔적이 뚜렷하다

뜨거운 커피 향이 별빛처럼 스민다

외진 골목은 안과 바깥의 경계를 허물어

낭만멸치, 하라 식당이 떠돌던 이방인을 반기며

끊어진 길을 이어준다

손님을 구하는 종가 반점,

자장면 먹고 있는 벽화가 추억을 불러온다

봉황대와 패총이 있는 회현동,

켜켜이 쌓인 조개무지가

흘러간 발길에 묶여 봉리단길이 되었다

내가 사막에서 길을 잃어버리듯이

가는 길이 보이지 않을 때,

수많은 신이 모여 사는 봉리단길로 간다

*김해대로2273번길부터 가락로37번길까지

시인 약력

ㆍ자산문학 동인

ㆍ김해문협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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