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02:38 (금)
바르셀로나에서 꿈을 찍다… 사진작가 한예슬
바르셀로나에서 꿈을 찍다… 사진작가 한예슬
  • 박경애 기자
  • 승인 2018.10.02 1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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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안인정미소’

4일까지 사진전

 

▲ 한예슬 작가는 바르셀로나에서의 감성을 풀어 놓은 사진전을 열고 있다.

자신이 바라 본 바르셀로나를 고스란히 프레임에 담은 이가 있다. 김해 봉리단길에 있는 ‘안인정미소’에서 지난달 14일에서 오는 4일까지 사진전을 열고 있는 한예슬 작가다.

 이번 전시에서는 바르셀로나에서 찍은 열대수와 주변 풍경들로 ‘sunup(동틀녘)’, ‘coconut tree(코코넛 나무)’, ‘window(창문)’ 등 한 작가의 바르셀로나 여정이 담긴 약 20여 컷의 사진이 소개됐다. 프레임에 넣어진 작품은 레스토랑과, 작품이미지를 엽서와 포스트로 보여주고 있는 단독 갤러리로 나눠 각각 전시되고 있다.

 전시 제목은 ‘FOR ME, FOR BARCELONA’다. 보는 이의 잣대에 따라 어느 정도 의미변화는 있겠지만, 그녀에 의하면 ‘바르셀로나에서 찾은 나’ 혹은 ‘바르셀로나에서 위로받은 나’다.

 한예슬 작가는 바르셀로나에서 한 달간 머물면서 무심히 자신을 던져놓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거기서 바라본 자신과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작가만의 방법으로 어떻게 그려내야 할지 고민했다. 그리고 이번 전시를 통해 내보였다. 한 작가의 당시 일상을 잘 얘기하는 작품이 ‘Window’ 다.

▲ 작품 ‘Window’는 한예슬 작가가 동생과 바르셀로나에서 머물렀던 숙소에서의 한 순간을 찍은 것이다.

 이 작품은 찰나의 작가 감성과 작가가 머물렀던 공간의 정감을 아련히 보여준다. ‘Window’는 한예슬 작가가 동생과 바르셀로나에서 머물렀던 숙소에서의 한 순간을 찍은 것이다. 어느 날 불어온 바람에 의해 커튼이 창문에 낀 모습에서 한예슬 작가의 감성이 멈췄다.

 ‘순간 포착’이라는 사진 장르의 특수성도 있겠지만 그녀의 사진은 감성의 포착이 더 감각적이고 아찔하다. 이번 전시에서 그녀가 배치한 사물의 구도는 왠지 낯설다. 그녀는 여행 중 한때 초현실주의 화가 달리의 의자에 앉아 풍경을 감상했다고 한다. 그 순간 화면에서 보던 달리의 의자가 아닌 한예슬 작가만의 또 다른 의자를 탄생시켰다. 바로 한예슬 작가만의 포인트가 창작품이 된 것이다. 그래서 한 작가의 사진작품을 보면 같은 장소를 확인한 경우라도 전혀 생소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낯섦이 있다.

 또 다른 작품 ‘sunup’을 보면 그 시간대의 바르셀로나 태양빛을 관찰하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다. 마치 고대에 만들어진 거대한 성(城)이 아침을 열고 있는 이미지다. 보는 이에게 새로운 시선을 요구하는, 바로 창작자의 특권이다.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한예슬 작가는 대학생활 중 좀 더 자신만의 색깔로 스스로를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 아래 휴학을 결정하고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때로는 상업사진을 찍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의 정체성에 더 가까이 가는 작업에 매진했다.

 한 작가가 사진과 가까워진 동기는 그녀의 어린 시절과 관련이 깊다. 그녀의 어머니는 창원의 모 대학 유아교육과 교수다. 한 작가의 어머니는 지금까지의 그녀 인생 내내 총 10권의 사진첩을 만들어 그녀에게 남겼다. 그래서 한예슬 씨의 10권이나 되는 사진첩은 그녀 어머니의 그녀에 대한 일기 내지는 기록이다. 그러한 이유로 작가는 사진이라는 장르에 대해 자연스럽게 가까워졌고 사진기라는 매체도 아주 가깝게 접할 수 있었다. 그래서 한예슬 작가는 어머니의 교육철학이 빚어낸 지상에서 유일무이한 작품이다.

▲ 작품이미지를 엽서와 포스트로 보여주고 있는 단독 갤러리에서 한예슬 작가가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그녀는 여행을 즐긴다. 이런 그녀가 특별히 바로셀로나로 여행을 떠나게 된 배경은 건축가 가우디에 매료돼 가우디의 본고장을 직접 보고 싶다는 의지에서다. 한 작가는 바로셀로나가 지중해와 가까운 도시다보니 해변과 열대수가 가져다주는 평안함에 더 빠지게 됐다고 한다. 그래서 대학 졸업 후 여러 스트레스가 그곳 생활을 통해 만회됐다고 한다.

 한 작가에게 그곳의 생활은 휴대폰을 보지 않고 메스미디어에 방해받지 않는 자기만의 낙원이었다. 한마디로 그곳은 사진작가 한예슬 씨만의 고차원적 신화를 창조할 수 있는 원동력의 매개를 마련해 준 곳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한 작가는 사진을 통해 경제인으로서의 자립과 예술인으로서의 심오함을 함께 구축했다. 바르셀로나에서 자신의 정체성 한 부분을 확인했던 한예슬 씨. 그녀는 향후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계획하고 있다. 전혀 예상치 못하게, 또 훨씬 다이나믹하게 구축될 그녀의 앞날이 행복하길 빈다.

▲ ‘정미소’로서 오랜 역사를 가진 ‘안인정미소’는 예전의 외관프레임을 그대로 남긴 채 지난여름 리모델링된 퓨전레스토랑이다.

 한편, ‘정미소’로서 오랜 역사를 가진 ‘안인정미소’는 예전의 외관프레임을 그대로 남긴 채 지난여름 리모델링된 퓨전레스토랑이다. 단독 갤러리와 두 개의 건물, 그리고 노천 레스토랑이 남녀노소 모두에게 흥미롭게 다가서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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