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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 문 대통령 지방자치 의지 시험하나
행안부 문 대통령 지방자치 의지 시험하나
  • 오태영 사회부장
  • 승인 2018.10.04 1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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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태영 사회부장

 20년이 훌쩍 넘은 지방자치가 반쪽이라는 푸념은 오래됐다. 20%의 지방재원으로 살림을 꾸리다 보니 많은 예산을 정부에서 가져올 수밖에 없고, 부지사는 정부가 임명해 내려온다. 당연히 눈치 보기가 뒤따른다.

 위가 아래를 누르는 이런 지방자치 구조는 자치단체 간에서도 나타난다. 광역자치단체가 도비를 내려주면서 시군을 통제하고 부단체장도 광역단체가 임명해 내려보낸다.

 감사원은 물론이고 해당 정부 기관의 감독과 감사, 국회의 국정감사로 광역자치단체가 중앙의 컨트롤을 받는다. 광역단체는 감사와 도비, 부단체장을 통해 기초단체를 통제한다. 이런 구조는 오랜 중앙집권적 문화의 소산이다.

 지방에 대한 근거 없는 불신도 한몫하고 있다. 모든 정책과 법안에는 중앙의 지방통제 장치가 어김없이 들어간다. 하나를 풀면 그 이상의 통제장치가 또 생겨난다. 되풀이되는 규제 완화라는 목소리에도 이런 규제와 통제 장치는 흔들림 없이 나타난다.

 돈이 중앙에서 나오다 보니 지방에서 무엇을 하든 중앙의 심사를 받아야 하고 중요 투자사업이나 국책사업은 중앙의 선택을 받지 않으면 안 된다. 지방이 스스로 설 기초토양 자체가 마련돼 있지 않다. 도시의 경쟁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이라는 시대에 지방이 역량을 키울 여지를 주지 않는다.

 지난 대선에서 지방자치 강화가 한 목소리로 터져 나왔다. 문 대통령은 연방제에 가까운 강력한 지방자치 실현까지 약속했다. 그럼에도 터져 나온 게 이번 행정안전부의 광역의회에 기초단체 감사권을 부여하는 지방자치법 시행령 개정안이다.

 충남도의회가 지난달 14일 임시회에서 충남 시ㆍ군에 대한 행정사무 감사와 조사를 직접 하겠다는 계획을 채택한 데 나온 것이기는 하나 이를 덥석 받아들인 행안부의 의도가 의심스럽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모르긴 해도 기회가 있으면 중앙통제에서 벗어나려는 지방의 원심력을 중앙의 구심력 안으로 붙잡아 둘 빌미를 찾았다고 보여진다.

 광역의회가 기초단체를 통제할 길을 열어놓으면 국회가 광역단체를 붙잡아 둘 확실한 논리가 성립된다고 봤을 것이다.

 돈을 줬다고, 사무를 위임했다고 상부 기관이 감사권을 휘두른다면 이는 애초부터 지방자치라고 할 수 없다. 국가 사무를 지방이 떠맡는 것은 따지고 보면 정부의 필요 때문이지 지방의 필요 때문은 아니다. 물론 감독은 필요하다. 그래서 감사원 감사나, 상급기관의 감사를 통해 지금까지 잘 해왔다.

 그런데 여기에다 광역의회까지 상전에 두려는 의도는 또 뭔가. 권한을 주면 휘두르게 마련이다. 도의회가 감사에 나서면 공무원은 자료 준비에 날밤을 새야 한다.

 물론 기초단체와 협의해야 한다는 단서는 있지만 감사권 행사 여부를 두고 허구헌날 싸울 소지가 있다. 지역구 출신 도의원은 이런저런 이유로 해당 자치단체장을 지나치게 감싸거나 흠집 내기에 감사를 이용할 수도 있다. 실효성 있는 감사가 가능할지 의문스럽다는 말이다.

 기초의회가 감사하고 또 여기에 광역의회까지 감사하는 이중 감사 문제도 있다. 기초의회를 정 못 믿겠다면 해당 사안에 대해 도에 감사를 요구하고 그 결과를 보고 받아 처리하면 된다. 기초단체의 역량을 키워야 할 마당에 지방자치를 거꾸로 되돌리는 모양새다.

 너도나도 지방자치를 말살하는 정책이라는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지방자치 강화 의지가 행안부 관료에 의해 시험대에 오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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