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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 우후죽순 위원회…이제 손 봐야 할 때
2018년 10월 14일 (일)
경남매일박재근 대기자ㆍ칼럼니스트 7618700@kndaily.com
   
▲ 박재근 대기자ㆍ칼럼니스트

 한때 경남(대한민국)은 위원회공화국으로 불렸다. 이 때문에 심의, 자문, 위원회 등 유사 또는 중복되는 위원회를 통폐합했지만 사회적 합의를 명분으로 또다시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우리 사회가 합리적 방향으로 의견을 모으고, 토론을 거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렇지만 모든 일은 ‘정도껏 해야’ 한다.

 사회적 합의를 명목으로 한다지만 너무 지나쳐 자칫 대의민주주의를 무력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남도의 경우, 지난 1년간 도민행복위원회를 비롯한 분과위원회 등 전례가 없는 각종 위원회가 만들어졌다. 당시 자고 나면 생겼다는 우스갯말이 나돌기도 했다. 경남도는 현재 132개 위원회가 있다. 이들 위원회의 운영 또는 중복기능은 없는지, 기존위원회 중에서 새 업무를 할 수는 없는지에 대한 검토과정을 거쳤는지, 지시만의 위원회는 만들지 않았는지도 확인하고 따져봐야 할 필요가 있다.


 웬만한 단체나 대학에서 활동하는 경우, 2~3개 위원회의 위원을 맡는 것은 다반사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상운영의 기대하기에 앞서 민주주의의 핵심인 대의제를 위협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함도 있다. 대의제는 최소 두 명 이상의 후보자를 대상으로 자신의 투표권을 행사해 자유롭게 대리인을 뽑는 제도다.

 여기에서 선택받은 대리인들은 투표자들의 이익을 옹호하기 위해 활동하고 그들을 대신해 의사 결정을 내린다. 그런데 투표권자의 위임을 받지도 않은 위원회라는 조직에서 합의된 내용이 곧 우리 사회에서 합의된 내용인 것처럼 처리된다면, 그리고 여기서 결정된 사항을 의회에서 받아드리도록 정치적인 압력을 가하는 상황이 된다면, 의회 존재이유를 위협하게 하는 사안이다. 전문가, 이해관계자는 전체 사회의 일부분이며 이들 주장이 위원회란 명분만으로 정책에 반영할 경우, 우를 범할 수 있다.

 또 위원회는 사회적 합의를 원칙으로 하지만 이를 기회로 삼는 경우도 없지 않겠지만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다. 위원회를 거쳤다고 법적인 책임까지 면제받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경남도의 미래를 결정할 중요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인력,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 따라서 다양한 사회단체, 시민단체, 전문가, 이해관계자, 도민들의 의견을 모으는 것은 중요하다. 그렇지만 의견을 듣고 더 나은 정책을 준비하고 결정하는 수준이어야지, 지금처럼 위원회에서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처럼 운영되는 단계까지 가서는 곤란하다. 되레 의회의 손과 발을 묶는 위원회로 운영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는 경남도뿐만 아니라 시ㆍ군도 마찬가지다.

 집행기관인 지방자치단체가 정책과 예산을 지방의회에 제출하면서 이미 사회적 합의가 끝난 정책이고 사업임을 강조한다면, 지방의회 무용론마저 대두될 수 있는 결과를 몰고 올 수도 없지 않다. 이는 곧, 대의민주주의의 대표기관인 의회를 또 다른 거수기로 만들 뿐이다. 또 전체 주민의 뜻과는 배치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불현듯 지난해 말 경남도가 A위원회 위원 명단을 발표됐을 때 도청 내에 가득했던 냉소가 떠올랐다. 당시 여기저기서 ‘위원들 중 전문성 등을 감안할 때 인정할 만한 사람이 없다’는 말이 나왔다. 다른 위원회도 마찬가지였다. 위원들 중에는 ‘누구냐’고 물을 정도로 생소한 이름도 적지 않았다. 알고 보면 당시 도지사권한대행과 인연이 있는 인물도 없지 않았다. 이 중 몇몇은 2개 위원회에 ‘겹치기’로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또 전문성이나 다양성은 둘째 치고 정치적으로 편향된 위원들이 주류가 되는 경우도 없지 않아 ‘색깔을 드러내야 한자리 하는가’란 말도 나왔다. 특정 위원회에 편성돼 있는 위원의 편식현상도 개선돼야 할 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공자의 정명론(正名論)이 “답”인 것 같다. 위원회는 원래의 취지대로 전문성을 높이고 사회적 갈등을 줄이는 역할, 잘못된 정책을 감시하는 역할에만 충실할 수 있도록 운영해야 한다. 또 위원회를 지렛대로 삼아 면피하려는 경향도 없지 않다. 하지만 정책결정과 집행은 집행부와 의회 몫이다. 위원회 이름대로라면 우리 사회, 즉 경남도정의 모든 문제는 진작 다 해결됐어야 하지만 현실은 우리가 아는 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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