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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망운사 성각 스님 ‘물 속의 달 水月’ 展
남해 망운사 성각 스님 ‘물 속의 달 水月’ 展
  • 박성렬 기자
  • 승인 2018.10.17 1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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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 혜원ㆍ성각 스님, 사제선묵특별전

19~23일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서

한국 선서화(禪書畵) 정통 화맥(畵脈)

고산 스님 선필 20ㆍ성각 스님 450여점

선묵 고정관념 깨는 파격 대작(大作)전

선승 고된 수행ㆍ당대 해학 풍자 담아

반야심경 전ㆍ행초서 쓴 대자일자서 등

 남해군 진산(鎭山)인 망운산 9부 능선 자락에 자리 잡은 망운사 주지이자 한국 불교계 선서화(禪書畵)의 정통 화맥(畵脈)을 잇고 있는 부산시 무형문화재 선화기능보유자인 성각 스님이 서울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에서 19일부터 오는 23일까지 선묵 특별전 ‘물속의 달 水月’ 전을 갖는다.

▲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선묵특별전을 갖는 성각 스님이 전시회에 출품할 작품 앞에서 설명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지난 2011년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초대전을 가진 바 있는 성각 스님이 예술의 전당에서 여는 두 번째 전시회로 성각 스님의 스승인 쌍계총림방장 고산 혜원 대종사 큰스님과 스님의 제자인 소암(素巖) 성각 스님이 함께 하는 특별전이라는데 의미를 둘 수 있다. 소암(素巖)은 ‘이끼나 때가 끼지 않은 하얀 바위’를 뜻하는 것으로 성각 스님의 스승인 고산 혜원 방장 큰스님이 제자인 성각 스님에게 지어 내려준 법호(法號)다.

 이와 더불어 근 30여 년간 선서화를 그려오며 수십 여 회의 전시회를 가져온 성각 스님의 그간 작품세계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자리라는 점, 그리고 그간 성각 스님이 선보여 온 선서화 장르에서 한발 더 나아가 기존 선묵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파격적인 대작(大作)들이 전시된다는 점에서 학계와 평단의 관심과 이목을 끌고 있다.

 

▲ 쌍계총림방장 고산 혜원 대종사 큰 스님의 작품 ‘佛’.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 2층 전관(全館)에 걸쳐 이뤄지는 이번 전시회는 고산 방장 스님의 수작(秀作)으로 손꼽히는 선필(禪筆) 20여 점을 비롯해 성각 스님의 작품 약 450여 점이 함께 선보이는 대규모 특별전이다.

 이번 특별전에는 그간 성각 스님이 발표한 선화 작품세계 전반은 물론 반야심경 설치작품과 자작시 한글행초서 등 선승(禪僧)의 고된 수행(修行)의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작품, 현대사회에서 빚어지고 있는 특정적 현상에 대한 해학과 풍자를 담아 시대의 화두를 전하는 작품, 인간과 로봇, 인공지능이 공존하는 시대에서 실상(實像)과 가상(假象)의 가치가 전도된 시대에서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나는 누구인가’하는 화두를 던져놓는 작품들이 선보일 예정이다.

 ‘불(佛)’을 비롯해 인간이 머리와 마음속에 지닌 찰나의 생각이 깨달음에 닿고, 성불(成佛)할 수 있다는 가르침을 담은 고산 혜원 방장 큰스님의 작품도 이번 전시회에 선을 보인다.

 성각 스님은 지난 30여 년간 원상(圓相)과 동자(童子), 법어(法語)를 중심으로 한 선묵(禪墨)을 주로 발표해 왔으나 이번 특별전에서는 반야심경 270자를 전서와 행초서로 쓴 대자일자서, 천수경, 화엄경약찬계, 금강경, 금강경찬 전서를 써 넣은 대자일자서, 자작시 한글행초서 등 그간의 선묵에 대한 고정관념과 인식을 깨는 파격적인 대작들도 내놓았다.

 전언한 2011년 예술의 전당 초대전은 그간 성각 스님의 선서화에 주제가 됐던 원상과 동자, 법어 등의 선필과 선화 작품이 주를 이뤘다. 당시 ‘분타리카 피었네’라는 주제로 선승의 수행, 참선 등 불교계 주제와 화두에 천착한 작품을 선보여 호응을 얻었던 반면 이번 전시는 기존에 이어져 온 성각 스님의 선화 작품의 화맥을 이으면서도 그간 사회현실과 동떨어져 선승들의 전유물로 생각됐던 선묵에 대한 인식을 뒤집어 놓는 작품들도 대거 선을 보인다.

 특히 눈을 끄는 작품은 성각 스님이 올 여름 유례없는 폭염 속에서 반야심경 270자를 전서와 행초서로 쓴 대자일자서 270점, 반야심경, 화엄경약찬, 금강경, 금강경찬 전서 8폭 대병, 행초 대사일자서 35점으로 구성된 설치 작품 ‘물속의 달 水月’, 자작시를 전서 필획으로 행초서를 자유자재로 구사한 12폭 한글연작 대작 ‘나는 너를 아는데, 너는 나를 모르느냐’, 올 초부터 우리 사회의 화두로 부각된 ‘미투 운동’을 두꺼비를 통해 우화적으로 풍자한 작품 ‘정답은?’ 등은 기존에 발표된 성각 스님의 선서화와는 다른 장르로 혁신적이고 파격적인 작품으로 손꼽힌다.

 이 중 부처님의 가르침을 담은 반야심경과 금강경 등 경전을 가로, 세로 1.5㎝의 작은 칸에 세필(細筆)로 한 자 한 자 써 10폭 병풍, 6폭 병풍에 담아낸 작품은 총 글자 수만 1만여 자(字)에 달하며 성각 스님은 이 작품을 만들며 한 자(字를) 쓰고 부처님께 1배(拜)를 올리며 이 작품에 원력(願力)을 쏟았다.

▲ 성각 스님 ‘나無我미타佛’.

 또 한글 연작(連作) ‘나는 너를 아는데, 너는 나를 모르느냐’는 해학과 풍자, 현실 비판적인 시어로 보는 이의 눈길을 잡아끄는 작품이며 이는 평단에서도 지금까지 현대서예작가 누구도 시도하거나 실천해 내지 못한 경지의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작품은 쉽게 풀이하면 최근 독창적인 서체와 심미적인 색채를 가미해 각종 경구나 메시지를 담아 감동을 전하는 작품형태인 캘리그라피와 유사한 형태의 작품은 기존의 서예작품, 특히 선승의 작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유형이다.

 이번 전시를 준비한 예술의 전당 관계자는 이 작품에 대해 “현대서예작가 어느 누구도 시도하거나 실천해 내지 못한 성각 선필만이 지난 자유자재한 운필이다”고 극찬했다. 또한 “글자와 글자간의 필순을 뒤집어 낸 자리에서 정반대의 유기적인 짜임새가 창출해 내는 변화무쌍한 공간경영은 기존 작가들에게서는 보기 힘든 시도”라고 평했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 성각 스님과 스님의 스승 고산 큰스님의 특별전은 주로 예술성에 무게중심을 둔 서예 전시회와는 지향하는 바가 다르다.

 특히 학계에서는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그간 특정 종교의 전유물, 승려의 수행 과정이자 결과로 화법이나 서법의 구애를 받지 않는 자유로운 경지의 유산으로만 인식돼 온 선묵(禪墨)이 왜 다시 부활해야 하고 복원돼야 하며, 활성화돼야 하는지를 일깨우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전시회 개막과 함께 열리는 포럼은 그래서 유의미하다. 이번 전시회 개막에 앞서 19일 오후 2시부터 3시 30분까지 예술의 전당 4층 챔프홀에서 열리는 ‘기계문명 시대 고산, 성각 선묵의 의미’라는 주제로 열리는 전시포럼은 홍윤식 동국대 명예교수와 송석구 전 동국대 총장, 법산 큰스님, 백승완 부산대 의대 명예교수, 김종원 문자문명연구소장이 발제자로 나서 성각스님의 선화세계와 선묵이 지니는 현대사적 가치, 선 예술의 특징과 선서화의 심리적 효과, 현대미술계에서 성각스님의 작품이 지니는 학술적 가치 등을 조명한다.

 종교계, 의학계, 문자학 등 학계의 이 같은 관심은 지난 30여 년간, 부처님의 가르침을 쉬운 언어, 편안한 선화로 사부대중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성각 스님의 공력을 학계와 석학들이 새롭게 인식하고 조명한다는 차원에서도 큰 의미를 지닌다. 특히 성각 스님이 지녀온 화맥과 법맥의 정통성을 학계가 인정해 학술포럼을 갖게 됐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이번 전시 개막에 앞서 본지와 인터뷰를 가진 성각 스님은 “찌는 듯한 올 여름 무더위 속에도 대작을 완성할 수 있도록 해 준 가장 큰 힘은 부처님의 힘이자 가깝게는 무심한 듯이 제자가 쉬지 않고 공력을 다할 수 있도록 ‘잘 되어가고 있는가’라고 물어 주신 스승 고산 혜원 큰스님의 관심과 사랑이었다”며 “지난 30년간 이어온 스님 혼자만의 수행이 아니라 결국 만인중생이 부처님의 가르침 속에서, 세속의 연(緣), 가깝게는 가족, 이웃, 우리 사회 구성원 전체가 도리를 다하고 이를 통해 행복을 만들어 가는 진리의 길을 찾고, 유불선(儒彿仙) 삼교합익의 도맥을 잇기 위해 함께 생각하고 노력해 가는데 뜻과 마음을 모으는 전시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성각 스님 ‘꼭물속에달’.

 특히 고산 혜원 큰스님은 이번 전시회에 제자인 성각 스님과 함께 참여하면서도 제자인 성각 스님에게 전시회 주연(主演)의 자리를 선뜻 내줬다. 고산 혜원 큰스님은 이번 전시회에 제자인 성각스님에게 세속의 축전과 같은 ‘사자서예전법어’라는 법문을 내리시며 “성각 제자의 서예작품은 만 사람이 다 환희하는 작품이로다. 얻은 즉시 만사가 성취되고 받아가져 실행하면 뜻과 같이 되리라. 한 개의 돌을 물에 던짐에 일만 파도가 일어나고, 한 점의 글씨가 만사를 이루는 도다. 한 점 두 점 시작한 붓글씨가 은연중에 대작가가 되었도다”라며 성각스님의 노고를 치하하기도 했다. 성각 스님은 스승의 법어 한 구절 한 구절을 읽어 해설하면서 스승인 큰스님의 격려와 사랑에 지극한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아울러 성각 스님은 이번 전시회가 “현대사회에서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선화ㆍ선묵의 가치가 더욱 발현돼 우리 민족의 정신을 관통하는 전통예술로, 또 미술계의 화맥으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망운사가 이 같은 선묵의 성지(聖地)로 인식돼 많은 대중들이 선화의 세계를 접할 수 있는 체험과 전통문화 계승의 공간으로 자리매김 하게 되기를 바란다”는 바람도 전했다.

 성각 스님은 또 “이번 전시가 있기까지 많은 도움을 아끼지 않은 관계자 모두에게도 심심한 감사를 전하며 특히 이번 전시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 준 부산문화재단과 경남문화예술진흥원, 남해군 금산 보리암 능원 주지스님에게 특별한 감사를 전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전시는 부산MBC와 KNN, 부산문화재단,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주최하고, 선화보존회와 (사)부산광역시무형문화재연합회 주관, 문화재청과 부산광역시, 경남도, 예술의 전당, 대한불교조계종, 남해군과 부산일보, 국제신문, 불교신문, 불교방송, BTN불교TV, BBS불교방송, (사)부산광역시불교연합회 후원, BNK부산은행이 특별 후원한다.

 전시와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예술의 전당(www.sac.or.kr, 02-580-1300)으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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