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03:34 (금)
책에서 인생의 즐거움을 찾아라
책에서 인생의 즐거움을 찾아라
  • 권우상
  • 승인 2018.10.30 1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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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우상 명리학자ㆍ역사소설가

 필자는 늘 책에서 인생의 즐거움을 향유하고 있다. 공부는 책을 통해서 지식을 쌓는 일이다. 지식을 쌓기 위한 공부는 즐거운 일이다. 혹자는 공부를 고통으로 보는 견해가 있지만 이는 공부의 진미를 몰라서다. 우리는 학교에 다니지만 공부는 자신이 해야 한다. 선생님은 오로지 공부하는 방법만 가르쳐 줄 뿐이다. 나폴레옹은 죽을 때까지 8천여 권의 책을 읽었다고 한다. 1769년에 태어나 1821년에 사망했으니 생존한 52년 동안에 8천여 권의 책을 읽었다. 일 년에 150권을 읽은 셈이다. 그러나 아무 책이나 무턱대고 읽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선현들의 경고가 있다. 다독가로 널리 알려진 ‘북회귀선’의 작가 ‘헨리 밀러’는 회갑의 나이가 돼 자신이 그때까지 읽은 책을 계산해 보고는 한숨을 쉬었다고 한다. 자신이 읽은 책의 10분의 1은 사실은 읽을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이런 이유에서 그는 ‘되도록 적게 읽으라’는 역설적인 교훈을 남겼다. 인간에게 일회뿐인 삶을 부여한 것은 신(神)의 현명한 처사가 아닐까. 일회적인 삶이 아니라면 누가 책을 고르려 할 것인가? 두 번 세 번 거듭 살 수 있는 인생이라면 정선된 책을 읽으려고 애쓸 필요가 없지 않는가.

 흔히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해서 책 읽기를 권장한다. 그러나 가을에만 독서를 강조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등불을 가까이하고 현수막을 내걸고 독서 세미나를 연다고 해도 책과 거리가 멀어졌던 사람들이 책 가까이로 몰려올 리 없기 때문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모두 책을 읽은 사람이야 무어라 말하기조차 곤란하지만 책과 멀어진 상태를 얼마만큼 부끄러워할 줄 아는 사람도 여름은 독서와는 거리가 먼 계절로 생각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여름 한 계절의 즐거움을 위해 바캉스에 쏟아붓는 막대한 비용 가운데 단 몇 푼이라도 책을 읽는데 쓰고 싶은 작은 욕망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한 국가의 장래를 점쳐 볼 수 있는 바로미터는 독서열과 교육열이 얼마나 높은가에 달려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교육열이 세계에서 제일 높은 것으로 나타나 있지만 상대적으로 독서열은 형편없이 뒤처져 있다는 것은 이미 통계로 산출돼 있다. 그렇게 높은 교육열이라면 독서율도 당연히 높아야 하거늘 현실은 정반대다. 그것은 오늘날 우리나라 학교 교육이 입시 위주로 돼 있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독서는 자발성이 우선 요건이 된다. 스스로 읽고자 하는 의욕이 없으면 독서라는 행위는 이뤄지지 않는다. 반면에 교육은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자의 상호작용으로 이뤄진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의 비정상적인 교육은 가르치려고 하는 의욕 과잉이 빚어내는 일시적인 특수현상은 아닌지 모르겠다. 옛사람들은 입신양명의 방편이 독서에 있었던 만큼 독서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 속담에 ‘죽을 때까지 배우라’고 했다.

 배운다는 것은 눈으로 익혀 마음으로 깨닫는 독서가 으뜸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열에 비해 형편없는 독서율을 보이는 것은 교육열 자체가 비정상적이라는 얘기와 다를바 없다. 용맹과 담력과 무예만으로는 영웅이 될 수 없고, 육신의 힘만으로는 타인을 지배할 수 없다. 핵폭탄 같은 정신의 힘이 뿜어져 나와야 한다. 어제와 오늘과 내일의 삶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에너지, 불우한 이웃을 사랑할 줄 아는 인간애, 끝없는 인내와 각고의 노력, 쓰러져도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는 강인한 정신력, 이런 것들이 한 인간 속에 융합되지 않고서는 한 시대를 이끌어 나갈 지도자가 될 수 없다. 적과 대치하고 있는 진지 안에서도 책을 놓지 않았던 나폴레옹은 괴테의 찬사처럼 ‘항상 D장조 같은 인물’로 감탄할 정도로 손색없는 독서가였다는 사실에서도 영웅은 책을 읽고 그것을 바탕으로 올바른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할 것이다. 지혜와 지략이 없이 힘으로만 군중을 지배하려 한다면 그 영웅의 수명은 짧을 수밖에 없다.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이기기 위해서, 살아남기 위해서, 필요한 지식을 채우기 위해서 책을 읽어야 한다. 책에는 인생의 길이 있다. 책을 읽는 즐거움은 어디에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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