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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새싹들의 `돈`을 가로채다니
어린 새싹들의 `돈`을 가로채다니
  • 김선필
  • 승인 2018.11.15 17: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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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필 시인ㆍ칼럼니스트

 이미 가을은 막바지를 달리고 시간에 떠밀려 어디론가 가고 있는 우리들.

 2018 무술년도 저물어 가는데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유치원 부정비리가 나라 전체를 떠들썩하게 만들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켜 어디서 어디까지가 진실이며 정의(正義)인지 분간마저 서지 않는다.

 참으로 슬픈 일이다.

 이제 막 피어나는 어린 새싹들 1인당 지원되는 29만 원의 국가보조금을 마치 자신들 주머니 쌈짓돈 마냥 흥청망청 써버린 파렴치한 무리들이 전국 1천878개 사립 유치원에서 비리 건수만 해도 5천951건에 달하는 참으로 기막힌 일이 발생한 것을 어찌 설명할 것인가? 전국 17개 시ㆍ도교육청이 지난 2013~2017년 감사를 벌인 감사 결과가 이 정도인데 그 비리 유형을 보면 정말 가관이다.

 원장 개인의 사행성 충족을 위해 명품가방인 루이비통을 구입하는가 하면 노래방 비용, 미용실, 백화점 쇼핑은 기본이고 부적절한 지출만도 1천32건에 달했고 원장 개인 집 아파트 관리비, 벤츠 차량 유지비, 숙박업소 비용에다 심지어 성인용품 구매 비용까지 결제한 금액이 무려 7천만 원을 상회해 아연실색할 따름이다.

 그런데 더 가관인 것은 이런 비용 지출이 전부가 아닌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한 사립 유치원 원장은 자신 월급으로 1천만 원 넘게 받았으며 심지어 한 달에 두 번도 월급을 타 먹고 여기에 각종 수당까지 챙겨 먹은 돈이 2년간 무려 4억 원이 넘는다. 거기에 더해 큰아들까지 사무직으로 취직시켜 월급 외 3천만 원에 가까운 돈을 더 줬다.

 과연 이래도 되는 것인가? 모럴 헤저드(moral hazzard)의 극치를 보는 듯하다.

 인성을 형성할 수 있는 최초의 기본(基本)이 되는 어린 새싹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가장 바르고 정의롭고 아름다워야 하는 지성과 기본상식, 바른 인성을 지도하고 가꿔야 할 최초의 교육 요람에서 어찌 이런 파렴치한 비리가 횡횡할 수 있었단 말인가.

 실로 통탄할 일이다.

 못된 어른들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轉落)한 우리 아이들!

 이 지경이 되도록 감독기관인 교육청은 뭘 했단 말인가.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란 말이 새삼 떠오른다. 공자가 제자들과 태산을 지나다 한 부인이 울고 있는 연유에서 비롯된 말로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란 어휘가 귓가에 맴돈다. 그들이 이처럼 막대한 돈을 가로챌 수 있었던 이유는 눈먼 돈으로 정부가 해당 유치원에 누리과정비로 지원한 돈이 25억 원에 달하며 그 돈에서 해당 원장은 7억 원 정도를 챙긴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곳만이 아니다.

 경기도 어느 유치원은 원비를 기준보다 더 많이 인상해 놓고 교육청에 신고하지 않고 원장 자신이 챙긴 것을 비롯, 빼돌린 돈만 해도 2억 7천500만 원이나 된다고 했다.

 이번 감사에서 적발된 유치원 중 공립은 61곳이지만 95%인 1천85개가 사립 유치원으로, 그의 대다수를 차지했을 정도로 비리는 만연하고 있었다.

 그러나 참으로 황당한 것은 적발 후 내려진 교육청의 처벌 수위다. 비리 유치원장들에게 파면과 해임은 각 1건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거의 감봉과 경징계, 경고나 주의로 끝났으니 어이없고 기가 찰 일이다. 과연 해당 교육청은 이러한 사실을 몰랐을까. 알고도 방관했다면 범죄 방조자가 되고 몰랐다면 그야말로 감시, 감독 소홀에 의한 직무 태만에 유기인 것이다.

 우리 어린 새싹들을 위해 사용돼야 할 돈으로 명품 쇼핑을 하고 유흥업소를 들락거리며 골프장에서 즐기며 자신들 더러운 욕망을 위해 성인용품을 사고 흥청망청 사적(私的)인 이익을 위해 마구 지출했으니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국가에서 지원되는 자금은 미래 우리 대한민국을 이끌 어린 새싹들의 올바른 교육과 건강을 위해 사용돼야만 하는 공적자금임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 공적자금을 사(私)적인 용도로 사용했다면 그 행위는 엄연히 공금횡령이며 도둑질이다.

 남의 물건 훔쳐야만 도둑이 아니다. 공적자금 꿀꺽하는 것도 도둑이며 더욱이 갓 피어나는 어린 새싹들 미래를 위해 지원되는 `돈`을 자신들 사적 용도로 유용한 행위야말로 `악질도둑` 임에 틀림이 없다.

 바른 인성(人性)과 올바른 교육을 심어달라고 맡긴 유치원.

 가장 깨끗하고 투명해야 할 그곳에서 가장 엄습하고 추악한 양두구육(羊頭狗肉)의 도적질이 성행하고 있었으니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럼에도 뭘 잘했다고 집단으로 몰려다니며 비리유치원 명단공개 불가를 외치고 유치원을 폐쇄하느니 새로운 갑질을 해대며 반대질을 일삼고 있단 말인가.

 가을이 가고 겨울 초입 늦가을 비가 오늘따라 왜 이리도 무거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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