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07:37 (토)
남성 장애인을 여성이 목욕시켜
남성 장애인을 여성이 목욕시켜
  • 박재근ㆍ김용구 기자
  • 승인 2018.11.15 1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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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경남도청 브리핑룸에서 산청의 한 장애인거주시설에 근무했던 사회복지사 등이 각종 내부 비리, 인권 문제, 지자체와 경찰의 안이한 대응 태도 등을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산청 장애인거주시설

인권사각지대 비리 폭로

방에 가두고 식사량 줄여

지자체ㆍ경찰 안이한 대응

 산청의 한 장애인거주시설에 근무했던 사회복지사들이 각종 내부 비리, 인권 문제, 지자체와 경찰의 안이한 대응 태도 등을 폭로하고 나서 논란이다.

 이 시설에서 근무했던 사회복지사들과 장애를 가진 자녀를 둔 보호자들은 15일 오전 11시께 경남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시설의 내부 비리와 갑질 의혹 등을 폭로했다.

 이들은 우선 “이 시설에는 남성 20명, 여성 15명 등 총 35명의 장애인이 거주하며 관리를 받고 있는데 남성지도사가 없다 보니 남성 장애인들의 목욕을 여성지도사들이 도맡았다”며 낙후된 인권 의식을 지적했다.

 이어 “표현을 못해도 지적장애인도 의식이 있는데 인원이 부족하다는 핑계로 인권을 짓밟았다”며 “목욕을 시킬 때 남성 장애인들의 신체적 변화 때문에 여성지도사들 역시 매번 곤혹스러워했다”고 토로했다. 또 복지사와 보호자들은 장애인들이 거주하는 방에 에어컨이나 난방기 등이 설치돼 있었지만 제대로 가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여름에는 장애인들이 땀띠가 나는 일이 있었고, 한 장애인은 발가락에 동상이 걸리기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방안에 가두고 식사량을 줄이는 등 학대 정황도 폭로됐다.

 이들은 “이 시설 원장은 누워 지내는 뇌 병변 1급 장애 거주인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말라고 지시해 3개월 동안 방안에 갇혀 지내는 일이 있었다”며 “밥도 조금만 주라고 해 23㎏ 정도였던 이 학생의 몸무게가 3~4㎏ 빠지면서 건강이 악화됐다”고 말했다.

 이어 복지사 등은 이 시설의 비리와 갑질이 계속된 데에는 지자체와 경찰의 안이한 대응이 한몫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이 같은 주장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지난해 12월 경남도와 산청군은 해당 거주시설에 대한 감사를 벌였다.

 이 감사에서 감사 결과 보조금 문제 등 총 13가지 사항이 적발됐으며, 이와 비슷한 시기에 경남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첩보를 입수하고 경남도에 수사협조 요청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특히 경찰은 이 공문에서 ‘내사 중인 이 시설의 보조금 횡령과 관련해 경남도 감사 자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11개월 지나도 경남도ㆍ산청군, 경찰은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고 복지사들은 지적했다.

 이들은 “경찰에서 경남도 감사실에 수사요청을 했고, 내사 중이라는 말에 당연히 경찰 수사가 진행되는 줄 알았는데 아무런 조처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최근 논란이 커지자 산청군은 경찰에 당시 감사 결과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고, 경찰은 현재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이에 대해 경찰은 해당 공문에 형식적으로 ‘내사 중’이라는 표현을 썼으며, 공식적인 내사 단계는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제보자들과 접촉을 시도했지만 비협조적인 탓에 실체를 파악하기 쉽지 않아 제대로 된 수사에 착수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날 사회복지사와 부모들은 “이제라도 용기를 내는 것이 맞다는 의견이 모여 기자회견을 열게 됐다”며 “아직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의혹이 밝혀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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