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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의‘부동산 탈레반주의’
정부·여당의‘부동산 탈레반주의’
  • 승인 2006.06.09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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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정책을 조정하자는 열린우리당 일부 의원의 문제제기에 정부와 집권여당의 고위인사들이 연이어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기존정책을 흔들림없이 추진하겠다든가 시행하기도 전에 수정을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등 이유도 여러 가지다.
추병직(秋秉直) 건설교통부 장관은 7일 열린우리당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부동산 세제 조정과 관련, “앞으로 조정할 생각도 없다”고 밝혔다.
추 장관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개최된 국민경제자문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정책은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며, 그래서 시장이 여기까지 왔다”며 “(여기서 조정한다면) 무덤을 파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우리당의 종합부동산세 조정 움직임에 대해 “절대 건드릴 수 없다”며 “한번 부과도 안 했는데 그렇게 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도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주요 정책의 변화에는 매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부동산 정책 기조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병원 재정경제부 제1차관은 같은 날 KBS 1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이몽룡입니다’ 프로그램에 출연해 “종합부동산세나 양도소득세를 경감하는 쪽으로 세제를 수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양도세가 높아 집을 팔기 어렵다고 하는데 이런 한가지 측면만 보고 정책을 결정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정부 고위당국자들이 부동산정책 수정 문제에 이구동성으로 쐐기를 박는 것은 시장의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여겨진다.
정책 수정에 관한 논란이 장기화되면 그 부작용이 어떻게 번질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조기에 선을 분명히 긋자는 뜻으로 해석된다.
당연한 일이다. 시장은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정부가 어찌 이렇게 천연덕스럽게 자신들의 입장만을 내세울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이제까지 정부가 해놓은 부동산 정책이란 것은 시장을 안정시키기보다 억누르는 것이었고, 국민을 편안하게 하기보다 불편하게 하는 것이었다. 또 장구한 생명력을 가졌다기 보다는 대증요법의 성격이 강했다.
정덕구 열린우리당 의원도 7일 의원총회에서 정부 여당의 태도에 대해 “색깔 자체에 무심한 국민들 앞에서, 색깔이 다른 사람은 모두 적(敵)이라는 자세를 계속 취한다”고 비판했다.
과거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들이 자신들의 이념을 위해 세계문화유산인 불상마저 파괴하던 것과 비슷하다.
원인과 수단을 뒤바꾸고, 자신들이 믿는 바를 위해서는 모든 것을 희생해도 좋다고 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는 점에서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탈레반’식이라고 해야 옳을 것 같다.
정부 여당의 탈레반식 부동산 정책에 관해서는 여당 내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열린우리당 최재천(崔載千) 의원은 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시민들이 정책 자체의 오만함보다 정책집행 과정의 오만함, 독선적 행태 등에 더 혐오하고 있다”며”마치 ‘관료독재’의 전형을 보는 듯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태도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 지난 2~3년동안 증명됐다. 정부와 국민 모두에게 상처와 시름만 남길 뿐이다.
과연 정부 여당의 무모한 정책은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까? 이제 머지 않아 그런 탈레반식 정책과 사고도 종언을 고할 가능성이 크다.
안팎의 경제환경이 탈레반식 사고를 더 이상 용납하기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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