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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협회 딜레마…“지방팬들도 A매치 봐야 하는데”
축구협회 딜레마…“지방팬들도 A매치 봐야 하는데”
  • 승인 2006.09.19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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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 평가전·시리아전 모두 상암경기장… 지방 축구팬 ‘발끈’
“지방 팬들에게 정말 미안한 일입니다.”

대한축구협회가 대표팀 A매치 개최지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축구협회가 18일 “다음달 8일 열리는 가나와의 평가전과 11일 아시안컵 예선 5차전 시리아와의 경기를 모두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르기로 했다”고 발표하자 지방의 축구팬들이 발끈하고 나선 것.

각종 축구 관련 사이트와 기사 댓글에는 ‘왜 항상 A매치를 서울에서만 개최하느냐, 우리에게도 볼 기회를 제공해달라’는 요지의 성토성 글들이 넘쳐나고 있다.

이같은 팬들의 아쉬움을 협회 역시 모를 리 없다. 한 관계자는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지방에서 개최할 경우 여러가지 어려움이 따른다”며 “팬들이 이해해줬으면 한다”고 미안함을 표시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이같은 결정을 내린 협회(사업국)에도 말 못할 속사정이 있다. 무엇보다 딱히 수입원이 없는 현실에서 A매치는 가장 중요하다. 스폰서는 물론,입장수입 등을 다각도로 고려해 볼 때 역시 서울만한 곳이 없다는 것.

협회 측은 “스폰서가 서울을 선호한다. 또 협회가 유소년은 물론이고 여자축구까지 총괄해야 해 수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해 동아시아대회 등 각종 경기를 지방에서 개최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수도권 지역도 크게 다르지 않다. 주말-주중 경기의 특수성과 상대가 어떤 팀인가에 따른 판단 기준도 없지 않았지만 지난 달 서울과 수원에서 각각 열린 이란과 대만전의 상황은 전혀 달랐다.

이란전이 열린 상암월드컵경기장의 경우 6만4000석의 스탠드가 만원을 이루다시피 했지만 대만전이 치러진 수원 월드컵경기장에는 고작 3만여명의 팬들이 찾아왔을 뿐이다.

입장권 가격도 그리 비싼 편은 아니었다. 1등석 기준으로 이란전이 5만원이었지만 대만전은 3만원이었다.

당시 대표팀 선수들도 “이란전처럼 가득 들어찼다면 더 신나게 뛰었을텐데 조금 섭섭했다”며 금새 낮아진 팬들의 열기를 아쉬워했다.

사실 관중수가 이처럼 오락가락할 경우 협회에도 다소 난감한 일이 생긴다. 한국대표팀 대부분의 경기가 고스란히 해외 각지로 중계되는데 관중수가 적으면 FIFA(국제축구연맹)나 AFC(아시아축구연맹)에서 한국축구의 위상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국제 축구계가 각종 대회(월드컵, 컨페드컵, 청소년선수권 등) 개최지를 선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바로 팬들의 열기다. 이를 고려하면 협회에서도 서울을 먼저 고려할 수밖에 없다.

협회는 “우리는 상암에서 치러야 스탠드가 가득 들어차는 특수한 상황이다. 많은 팬들이 찾아 응원해주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서울에서 경기가 열리면 지방 팬들도 먼 걸음을 옮기지만 지방에서 개최하면 해당 지역 팬들만이 경기장을 찾는다”고 어쩔 수 없는 속사정을 설명했다. 이와 함께 대표팀과 경기를 가질 상대팀들의 의견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일단 우리와 A매치를 갖는 대다수 팀들이 서울 개최를 요구한다.

동아시아대회처럼 1주일 이상 장기적으로 열리는 국제대회의 경우는 서울과 지방을 나눠서 해도 크게 관계없지만 대략 3박4일 정도 머무르다 바로 귀국하는 형식의 단기전을 치르는 팀들은 빠른 이동을 원하기 때문.

협회는 “상대 팀과 스폰서들의 요구가 팬들의 관심 못지 않게 우리에게 중요하다”며 지방 팬들의 이해를 구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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