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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웃과 함께한 “따뜻한 진주라 천리길~♬”
가족·이웃과 함께한 “따뜻한 진주라 천리길~♬”
  • 승인 2006.10.01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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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진주라 천리길 전국 걷기 대회
30일 500여명 참가 180명 55㎞ 완보
지난 30일 오후 6시.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진주 남강댐 물박물관 공원에 조깅복 차림을 한 시민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이날 제1회 진주라 천리길 전국 걷기대회에 참가하고자 이곳을 찾은 500여명의 시민들은 하나같이 야광팔찌를 손목에 차고 가벼운 가방을 둘러 메고 모자를 눌러 쓰고는 즐거운 마음으로 출발을 기다렸다.

아내, 초등학생 두자녀와 함께 참가했다는 천명호(42·진주시 신안동)씨는 “평소 남강둔치를 걸으며 운동을 해오던 중 이곳 진주에서 제1회 걷기대회가 열린다는 소문을 듣고 진주시민의 한사람으로서 가족들과 함께 동참하게 됐다”며 출발에 앞서 가족들과 함께 화이팅을 외쳤다.

평소 마라톤을 즐겨 하면서도 경주 걷기대회에 매회 참가했다는 이삼수(56·거제시 신현읍)씨는 “진주는 걷기에 안성맞춤인 아름다운 코스”라고 칭찬하면서도 “겉보기와는 달리 걷기운동은 마라톤보다 훨씬 힘든 운동”이라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또 그는 “인원이 많아질 경우 선수 통제에 좀 더 신경을 서야할 것”이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고성마라톤 클럽의 김미옥(여.42.고성군)씨는 “평소 1~2시간 가량 올바른 자세로 빠르게 걷는 연습을 체계적으로 하지 않고서는 완보하기 힘들다”며 걷기 운동에 대한 철저한 준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출발에 앞서 식전행사를 구경한 후 준비운동으로 가볍게 몸을 푼 시민들은 오후 7시 만세 3창을 외치고 아름다운 진주의 산수를 향해 그 첫걸음을 옮겼다. 아름다운 진주 야경과 하나된 시민들의 긴 행렬은 일대 장관을 이뤘다. 가족들과 추석덕담을 미리 나누고 이웃을 만나 정답게 이야기도 하며 시내 20여㎞를 걸은 시민들 가운데 일부는 집으로 돌아갔다.

이날 코스는 박물관에서 남강둔치길을 따라 진주 시내 야경을 감상하며 시내를 일주한 후 아름다운 진양호 주변길을 따라 걷는 총 55㎞ 거리.

올해로 6회째를 맞는 경주의 ‘신라의 달밤 165리 걷기대회’보다는 짧은 거리이지만 첫 대회인 만큼 개개인의 코스 적응이나 대회준비면에서 쉽지 않은 거리다.

밤 12시께 판문동 상촌마을에 도착한 시민들은 ‘진주 철리길도 식후경’이라며 즐거운 야식시간을 가졌다. 따뜻한 국물 한 사발에 따뜻한 정을 나누며 서로를 격려하던 이들은 이내 다음 코스이동을 위해 신발끈을 고쳐맺다. 35㎞지점을 지나 대평교에 도착한 시민들은 칠흙같은 어둠속에 한두명씩 지쳐가기 시작했다.

이날 대회에 가장 많은 인원이 참석한 진주고 축구부 선수들도 출발전의 여유를 찾아 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무너질 수 없다’는 굳은 각오와 얼굴도 제대로 보이지 않지만 같은 길을 걸어가는 이들은 서로에 대한 따뜻한 격려 한마디에 다시 한번 힘을 냈다.

날이 채 밝기전인 오전 5시 30분께 최종 목적지인 진주 물박물관 광장에 첫번째 주자가 예정보다 빨리 도착했다. 이후 한사람씩 최종 목적지를 찾아 들어오면서 먼저 도착한 이들과 대회 관계자들의 박수소리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어느새 날이 밝아왔다.

최종목적지 물 박물관에는 어른들 사이로 아버지와 함께 완보한 어린이도 눈에 띄었다. 강지형(진주신진초 6년)군은 “아버지와 함께 했기에 완보할 수 있었고 아버지와 함께한 소중한 시간”이라며 힘든 가운데에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강씨의 아버지 강달중(44·진주시 평거동)씨는 “평소 아들과 함께 할 시간이 없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아들과 더 가까워졌다”며 아들의 두손을 꼭 잡았다.

같은 대학 친구와 함께 완보한 박용환(경상대2년)씨는 “혼자 걸었다면 완주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소중한 친구와의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고 간다”고 말하며 친구와 환하게 웃어보였다.

진주고 축구부 김성태 코치를 비롯한 28명의 축구부 선수들과 임원들이 참석해 55㎞를 한사람도 빠짐 없이 완보했다.

김 코치는 “걷기운동는 사용하지 않던 근육을 사용하는 것으로 운동선수들도 쉽게 완보하기 어려웠다”며 “이번 행사를 통해 축구부의 단합은 물론 어린 선수들에게 강인한 체력과 호연지기, 끈기와 도전정신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됐다”고 말했다.

예상보다 많은 180명의 참가시민들이 완보한 가운데 무사히 대회를 마친후 ‘진주를 걷는 사람들’의 최상욱 회장은 “홍보기간이 짧았던 점이 아쉽지만 예상보다 많은 시민들이 별 사고없이 무사히 완보해 기쁘다”며 긴장을 풀었다.

최 회장은 “이번 1회 대회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거울삼아 내년 대회때는 시민들의 건강증진과 고향사랑, 자연사랑에 더욱 앞장서 한단계 발전한 대회를 준비해 돌아오겠다”고 밝혔다.

지친 몸을 이끌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면서도 그 어떤 누구도 마지막까지 웃음을 잃지않는 모습에서 걷기의 진정한 매력을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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