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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발동한 노 대통령식 정면돌파
또 발동한 노 대통령식 정면돌파
  • 승인 2006.11.02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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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일 외교안보팀 개편을 단행했다. 통일장관 이재정, 외교장관 송민순, 국방장관 김장수, 국정원장 김만복 등 ‘예상했던’ 라인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한나라당의 비난 공세도 ‘예정대로’ 이어졌다. ‘오기인사’ ‘코드인사’ ‘청개구리인사’ 등 갖가지 용어와 함께 “안보를 포기한 것이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정작 정치권의 관심은 딴 데 있어 보인다. 이미 예견된 인사 내용이나 역시 예상된 한나라당의 비난공세보다 이를 매개로 전개될 향후 여권 내 기류 변화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이번 개각이 정계개편을 놓고 ‘친노(親盧)’ 대 ‘비노(非盧)’간 갈등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단행됐다는 점에서 정계개편 힘겨루기 연장선상에서 해석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단행된 외교안보 개각과 관련, 공식적으로는 “대체로 무난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우상호 대변인은 “조직의 안정성과 정책의 일관성을 고려한 인사”라고 논평했다. ‘코드인사’ 논란에 대해서도 “각 부처에서 전문성과 경륜을 쌓아온 승진 발탁 인사”라며 “과도한 비판”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번 인사에 대한 당내 기류는 복잡미묘하다.

노 대통령의 인사원칙을 놓고 적지 않은 의원들이 한나라당의 ‘코드인사’ 비난에 내심 고개를 끄덕이는 분위기다.

김한길 원내대표의 ‘안보·경제 위기관리 내각’ 요청은 이러한 당내 분위기의 표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전날에 이어 1일 오전에도 “널리 인재를 구해 드림팀을 짜 달라”고 재차 요구했다.

이는 ‘논란이 될 수 있는 특정 인사를 배제해 달라’는 ‘코드인사 배제’ 요구와 맞닿아 있다.

대통령 고유권한인 인사권에 대한 ‘간섭’으로도 읽힐 수 있는 발언이다. 청와대는 “의견 중 하나일 뿐”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내심 불쾌해하는 분위기다.

특히 “대통령께서는 남은 임기 동안 안보와 경제에 총력을 기울이시는 게 좋겠다”는 김 원내대표의 ‘조언’은 결국 ‘정치에는 간섭 말아 달라’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정계개편 과정에서 노 대통령의 역할을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김 원내대표의 요청은 보기 좋게 묵살됐다. 노 대통령은 예상대로 ‘정책일관성’에 초점을 맞춘 개각을 단행해 김 원내대표를 머쓱하게 만들었다.

여당 원내대표의 공개 요청을 대통령이 뿌리친 상황은 당-청 갈등심화 측면보다 정계개편 방향을 두고 펼쳐질 여권 내 제 세력들의 주도권 다툼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보다 큰 틀에서의 전망을 낳고 있다.

‘신당창당론’에 힘을 쏟고 있는 당내 주류진영과 ‘자강론’을 강조하고 있는 친노진영 간 대결구도가 이번 외교안보라인 개각을 촉매제 삼아 더욱 선명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물론 그 중심에는 노 대통령의 역할론이 놓여있다.

노 대통령은 최근 정계개편 논의를 위해 청와대를 찾은 당내 주요 인사들에게 신당창당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차 전달했다.

여권 유력대선주자인 김근태 의장, 정동영 전 의장, 천정배 의원을 비롯해 염동연 전 사무총장, 정대철 고문 등 창당 주역들이 하나둘 신당창당의 불가피성을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노 대통령의 ‘당 고수’ 의지는 여전히 꼿꼿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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