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02:03 (금)
‘오락가락’ 대출규제 ‘서로 네 탓’
‘오락가락’ 대출규제 ‘서로 네 탓’
  • 승인 2006.11.19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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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담보대출을 둘러싸고 금융감독당국과 은행간 미묘한 신경전이 계속되면서 담보대출 신청자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

금융감독당국이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하자 은행들이 상담창구 ‘폐쇄’와 같은 극약 처방으로 대응함에 따라 양측의 감정싸움으로까지 사태가 번지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7일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을 일제히 중단하면서 시작됐다.

은행들은 금융감독원이 사실상 대출총량규제에 나섬에 따라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실시하기 어렵다며 대출영업을 중단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금감원 주택담보대출이 지나치게 급증하고 있어 경쟁을 자제하고 채무상환능력에 맞게 합리적으로 대출이 이뤄지도록 당부한 것일 뿐 대출총량제나 대출한도설정과 같은 창구지도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은행들은 금감원의 자제 요청을 말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는 입장이다. 감독당국 입장에서야 자제 요청일 수 있지만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중단’과 같은 개념이라는 반응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감원이 이미 주택담보대출과 관련해서 여러 차례 검사를 실시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금감원이)자제를 요청하는데 중단하지 않을 은행이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말 그대로 때리는 사람과 맞는 사람은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항변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은행들의 대응이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주택담보대출 자제 요청에 대해 상담 창구를 폐쇄하거나 전산승인 자체를 막아버리는 것은 여론을 이용해 감독당국을 골탕 먹이겠다는 속내가 아니겠냐며 불쾌감을 나타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이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자체 리스크관리를 강화해 줄 것을 주문한 것일 뿐”이라며 “대출총량제는 법적 권한도 없는데다 설사 요청했다 하더라도 이를 받아들일 은행이 있겠냐”고 되물었다.

이 관계자는 “지난 15일까지 주택담보대출로 2조5000억원이 넘게 풀렸다”며 “이미 지난 10월 전체 실적과 맞먹는 수준인데 이를 그냥 지켜보는 것이 오히려 감독당국의 직무유기”라고 항변했다.

결국 주택담보대출을 놓고 금감원과 은행이 줄다리기를 하는 동안 담보대출 희망자들만 골탕 먹는 상황이 자주 연출되고 있다. 지난 17일 오전에 은행 창구를 찾았던 희망자는 발길을 돌려야 한 반면 오후에는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대출을 받는 웃지 못 할 상황이 연출됐다.

이에 대해 금융계 한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하는 것은 결국 부동산 ‘광풍’ 때문”이라며 “수요가 급증하는 만큼 담보대출도 늘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가지가 아니라 숲을 먼저 살펴야 한다는 주문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출 심사하는 사람 숫자는 그대로인데 담보대출신청이 급증한다면 아무래도 심사가 소홀해지는 건 당연하다”며 “자제 요청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비슷한 사태가 자주 벌어질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실수요자가 아닌 경우, 특히 투기 목적이 분명한 경우에는 당분간 대출이 어렵다는 것이 은행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정부가 무리한 총량 규제를 철회한 것일 뿐, 부동산 과열에 따른 대출 자제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것이다.

특히 신한은행의 경우 “부동산 시장이 진정되지 않는 한 본점이 직접 대출을 심사하는 제도를 당분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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