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04:44 (수)
외로운 베어벡, 논란은 이제 그만…
외로운 베어벡, 논란은 이제 그만…
  • 승인 2006.11.19 23: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시 한 번 기회를”
핌 베어벡 감독(50)의 얼굴이 근래 부쩍 어두워졌다.

지난 7월 축구대표팀 사령탑에 오르며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 열심히 뛰겠다”고 일성을 내뱉던 그 호기롭고 패기 넘치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축구계 안팎에서 계속되는 대표 선수 차출 논란과 끝없는 비난에 많이 힘겨워하고 있다.

베어벡 감독 홀로 이 모든 것을 감내하기에는 너무 힘이 부쳐 보인다.

지난 15일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이란과의 07아시안컵 B조 예선 최종전을 앞둔 베어벡 감독의 표정에서는 그간의 고충을 말해 주 듯 걱정과 수심이 가득했다.

대표팀 선수단과 대회를 주관한 AFC 경기 관계자들이 묵었던 테헤란 시내 랄레 호텔 로비를 턱을 괸 채 이곳저곳 옮겨가던 베어벡 감독은 허공을 바라보다, 때론 발밑을 내려다보며 함숨을 연신 내쉬고 있었다.

아마 감독 부임 이후 처음 겪는 대단한 중압감이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전력상 이기거나 비기면 ‘이변’이 될 뻔 했던 이란전에서 한국은 0:2로 졌고, 결국 조2위로 대회 예선을 마감했다.

베어벡 감독은 이미 통렬한 비판을 예감하고 있었다. 인터뷰룸에 씁쓸한 얼굴로 들어섰던 베어벡 감독은 정말 외로워 보였다. 희희낙락하며 연신 아픈 부분을 찔러대는 이란 취재진들 앞에서 짐짓 의연한 척 했지만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음이 분명했다.

20여분간 이어진 고통스런 인터뷰를 끝내고 곧바로 귀국길에 오르기 위해 선수 라커룸으로 발걸음을 떼던 베어벡 감독은 그래도 의미있는 한마디를 했다. “걱정하지 마라. 우리에겐 미래가 있으니까!(Don’t worry, we have a future)”

부임후 2승2무2패.

아시아권에서도 최약체로 꼽히는 대만에게만 2승을 거뒀을 뿐이다. 결코 좋은 성적이 아닌 기대 이하의 성과다.

물론 여태껏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베어벡 감독에게 어느 정도의 비판은 마땅하다. 스스로 감내해야 할 당연한 대가다. 그러나 그 시기가 별로 좋지 못하다는데 문제가 있다.

베어벡 감독은 앞으로도 계속 힘겨운 행보를 이어가야 한다. 아시안컵 우승이라는 한 마리 토끼도 잡기 힘든 상황에 지금 아시안게임과 올림픽대표팀까지 세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허나 누가 보더라도 ‘살인 일정’이다. 이 점만은 이해해줘야 한다.

아직 비난할 시기는 아니다. 정말 베어벡 감독이 코엘류 감독이나 본프레레 감독의 경우처럼 뜻을 펼치기도 전에 무너지기를 바라지 않는다면 좀 더 시간을 주고, 충분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끝없이 계속되는 논란과 비난. 아시안게임이 끝난 뒤 해도 결코 늦지 않다. <뉴시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