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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전쟁’ 막 내릴까
‘혈액전쟁’ 막 내릴까
  • 승인 2006.12.21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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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혈액암인 백혈병은 그 치료 과정에서 많은 혈액을 필요로 한다.

특히 혈소판 수치가 떨어지면 지혈이 안돼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에 환자 보호자들은 그야말로 ‘혈액전쟁’이라고 불릴만큼 환자에 맞는 혈액을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여야 하는 실정이다.

문제는 혈소판이 채혈시간이 길고 채혈비용도 비싼데다, 유효기간(약 5일)까지 짧아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대표적인 혈액성분이라는 점이다. 일반 헌혈을 통해 확보한 혈액처럼 미리 뽑아서 냉동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녹여 수혈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

이로 인해 백혈병 환자와 가족들은 힘겹고 지난한 투병생활과 엄청난 치료비로 인한 경제적 부담, 그리고 혈소판을 공급해 줄 공여자를 찾아야 하는 어려움까지 겹쳐 삼중고를 겪어왔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안이 최근 국회에 제출됐다. 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보건복지위)이 대표발의한 혈액관리법 개정안은 지난 9월 정부가 발표한 ‘성분채혈혈소판 수급개선대책’을 법으로 좀 더 명확히 한 측면이 강하다.

개정안은 병원들이 혈소판 등 혈액제제를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구하도록 요구하는 것을 막는 등 혈액질환자들의 권익보호에 중점을 두고 있다.

우선 혈액제제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사전예약제 실시를 규정했다. 이 제도는 백혈병 환자가 수혈받기 하루 전에 해당 의료기관이 적십자사 혈액원에 혈소판을 요청하면 전국 혈액원에 보관 중인 혈소판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지금까지는 백혈병 환자나 보호자들이 직접 5~20명의 헌혈자를 모아, 혈소판이 필요할 때 병원 내 혈액원에서 성분채혈을 해왔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환자나 보호자에게 혈액 및 혈액제제 확보를 부담시키는 병원에 대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키로 한 것도 눈에 띤다. 그동안 관행적으로 이뤄졌던 환자와 그 가족에게 헌혈자 확보를 요구해 온 것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의료계의 반발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현애자 의원측은 “사전예약제를 통해 혈액제제를 구했는데도 없을 경우에는 환자나 보호자에게 혈액 확보를 요청할 수 있도록 시행규칙 등에 규정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은 또 그동안 비용대비 낮은 수가와 높은 폐기비용으로 인해 성분채혈혈소판 채혈에 각 혈액원들이 소극적이었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보완책도 내놨다.

혈액제제 공급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에 대한 국가의 지원규정을 신설한 것. 무엇보다 높은 혈액제제 폐기비용을 지원키로 해 사전예약제로 인한 각 혈액원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방침이다.

현애자 의원은 “사람의 목숨과 직결돼 있는 혈액이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국가가 책임져야 할 사업”이라며 “개정안에 따라 사전예약제가 안정적으로 자리잡으면 그동안 환자와 그 가족, 그리고 혈액원 등이 겪었던 고충이 상당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의 국회 통과와는 별도로 백혈병 환자들의 혈액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혈액수가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복지부 혈액장기팀 관계자 역시 “현재의 혈액수가는 대량생산체계를 감안해 만들었기 때문에 요즘처럼 헌혈자가 감소한 상황에서는 적합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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