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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아파트’ 힘든 8가지 이유
‘반값아파트’ 힘든 8가지 이유
  • 승인 2007.01.05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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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아파트’ 정책의 문제점에 대해 정부가 조목조목 지적하고 나섰다. ‘2007년 경제운용방향 참고자료’라는 형식을 빌려서다.

정치권에 등 떠밀려 ‘울며 겨자먹기’로 시범실시하겠다고는 했지만, 여전히 못마땅한 탓이다. 한나라당이 내놓은 ‘토지임대부 분양제’ 뿐 아니라 열린우리당의 ‘환매조건부 분양제’도 정부의 ‘직언’(?)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우선 토지임대부 분양제에 대해서는 5가지 문제점이 제기됐다.

정부는 첫째 우리나라는 택지로 활용할 국·공유지가 부족하다고 했다. 국유지가 넉넉한 싱가포르 등과는 다르다는 얘기다.

권오규 경제부총리가 지난 1일 연두 기자회견에서 “주한미군 부지 등 공공용지가 충분하다는 주장이 있는데, 거기에는 다 (별도의) 용도가 있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둘째 택지를 마련할 수 있더라도 시행 과정에서 막대한 재정부담이 요구된다고 했다. 주거 문제가 아무리 중요해도 재정투입에 있어 우선순위가 될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는 것.

셋째 겉으론 분양가가 낮아보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주택의 자산가치는 떨어지기 때문에 임차기간이 끝나고나면 세입자의 이익이 전무하다는게 정부의 주장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땅을 배제한 주택은 자연 감가상각되면서 가치가 점점 낮아진다”며 “결국에는 ‘깡통 아파트’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넷째는 건축권을 보장할 경우 정부가 거둬들여야 할 ‘용적률 등에 따른 지대(Rent)’를 입주자가 갖게돼 정부의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다.

다섯째 실제 운용과정에서 일부 입주가가 계약만료 후에도 퇴거를 거부하거나 임대료 납부를 거부하는 등 집단행동을 통해 택지소유권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정부는 또 환매조건부 분양제와 관련, 크게 3가지 문제점을 짚었다.

첫째 공공택지에 지어진 주택은 이미 분양가 상한제를 통해 저렴하게 공급되고 있어 분양가를 추가로 내릴 여지가 작다고 지적했다.

분양가 인하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인프라구축 비용을 정부가 부담하면 분양가를 낮출 수 있지만, 이 경우 재정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것.

둘째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입주자의 분양가 부담액은 현행 공공분양 주택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했다.

분양가를 좀 더 낮추더라도, ‘자본이득’을 포기하는 대가로는 충분치 못할 것이라는 뜻이다.

셋째 의무거주기간을 둘 경우 주거이전의 자유가 크게 제약돼 입주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집값이 다시 크게 오르는 시기에 이 같은 반발이 거세질 수 있다는게 정부의 판단이다.

권 부총리가 최근 반값아파트 제도의 확대실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낸 것도 이런 문제들을 의식해서다. 그 중에서도 정부가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문제는 ‘재정부담’.

권 부총리는 지난 1일 “주거 문제를 대상으로 재정에서 추가 부담을 해야 하는지 여부에 대해 검토가 필요하다”며 “이같은 문제 등을 고려해 (반값아파트를) 시범적으로 실시하자고 합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무주택자 등을 위해 반값아파트에 대규모 재정을 투입할 경우 ‘집을 이미 가진 사람’과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게 정부가 우려하는 대목이다. 주택정책을 ‘시장’이 아닌 ‘복지’의 관점에서 접근하더라도 ‘형평성’이라는 또 하나의 ‘덫’이 여전히 남아있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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