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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은 때와 장소를 가려라”
“정치인은 때와 장소를 가려라”
  • 승인 2007.01.14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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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서울에서 열린 ‘재경 경남도민회 신년교례회 및 정기총회’에는 700명이 넘는 경남출신 재경 출향인들이 ‘고향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혹한의 날씨도 마다 않고, 바쁜일정를 뒤로한채 설레는 마음으로 자리를 함께 했다.

이 자리에는 김태호 지사를 비롯해, 전임 도지사이자 노무현 대통령의 경제특보까지 지내고 ‘낙동강의 잠룡’으로 분류되는 열린우리당 김혁규 의원, 노동계를 대표하는 민주노동당 권영길 원내대표, 지난해 말 한나라당 중앙위의장에 당선된 이강두 의원 등이 참석 내빈으로 소개됐다.

한나라당 유력 대권후보인 박근혜 전 대표도 예고없이 행사가 진행되는 도중에 들어섰다.

사회자는 “한나라당 제주도당 신년교례회에 참석했던 박 전 대표가 급히 이곳까지 참석했다”는 안내 맨트를 했고, 향수를 불러 일으키던 분위기는 돌연 대통령 선거 등 엉뚱한 분위기로 흘러갔다.

대통령 선거 분위기에 본격적으로 불을 지핀 장본인은 바로 김태호 지사였다.

김 지사는 축사를 시작하자 마자 “너무도 소중한 분이 이 자리에 참석했다”면서 “경남의 저력과 기질을 아는... 희망을 안겨줄 지도자중의 지도자인 박근혜 전 대표를 소개한다”고 박수를 유도했다.

김 지사는 “박수 소리가 적다. 한번 더 쳐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김 지사는 “경남이 대한민국 성장동력의 중심에 우뚝 서도록 하겠다”며 남해안 발전 비젼을 설명한 뒤, 다시 대통령 선거 및 현 정부의 실정을 비유한 정치적 발언에 축사의 상당부분을 할애했다.

박 전 대표는 당연히 정치적인 발언으로 축사를 마쳤다. 한나라당 이강두 중앙위의장은 한술 더 떠 전당대회에서나 들을 법한 톤으로 노골적인 현 정부 비난과 함께 한나라당 지지를 호소했다.

이날 모임 성격상 당연히 현직 도지사 다음으로 축사를 해야 할 김혁규 전 지사가 네번째로 등단하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사회자가 김혁규 의원을 소개할 때는 소속 당명(열린우리당)도 소개하지 않았다.

경남도민회 출범의 산파역을 맡았던 김 의원은 당시를 잠시 소회하는 발언을 한 뒤 “오늘 여기서 보니까 (이 자리가)신년하례회인지 대통령선거장인지 구분이 안된다”면서 앞서 진행된 축사와 진행을 정면으로 치받았다.

그러면서 “도민회의 성격을 더 이상 강조하지 않겠다”는 짤막한 말로 일침을 가했다.

순간 달아 올랐던(?) 신년하례회장에 정적이 흘렀다.

몇몇 참석자들은 ‘그만해라’는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원내대표도 정치적인 축사(?)가 전부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재경 경남도민회의 신년하례회 축사가, 대선을 향한 ‘정치’에서 ‘정치’로 끝난 것이다.
모임이 끝난 후 귀가하던 한 출향인은 “정치하는 사람들이 때와 장소를 가려야지...”라는 씁쓸한 뒷말을 영하의 찬바람에 날려 보냈다.

이날 재경 경남출향인들은 고향사람들을 만나러 모였다.

분명 정치를 하려는 것도, 대통령 선거를 하려고 모인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눈치 없게도 정치 현주소는 ‘고향생각’마저도 ‘표’에 옭아매려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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