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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태 여전한 17대 마지막 국감
구태 여전한 17대 마지막 국감
  • 승인 2007.10.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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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정기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2주 일정을 대부분 소화하고 막바지로 향하고 있지만 국정의 견제와 감시라는 본연의 기능과 임무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양대 정당인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이 대선 후보 검증 문제를 둘러싸고 네거티브 공방과 막말 싸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무차별 비난전을 벌이느라 정작 각 상임위의 소관 기관에 대한 실질적인 감사는 뒷전으로 밀렸다는 비판이다.

대선을 앞둔 국감은 정쟁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국감 시작 전부터 나온 일반적 관측인 동시에 우려이기도 했지만, 이번 국감에서는 특히 대선가도를 질주해온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검증 문제가 양당의 정쟁을 극한 대결양상으로 치닫게 하는 직·간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처럼 국감의 성격이 변질될 가능성은 일찌감치 예고된 것이기도 했다. 신당 김효석 원내대표는 “이명박 후보의 서울시장 시절 각종 의혹을 국정감사를 통해 규명하겠다”며 엄포를 놨고,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런 신당의 태도를 ‘공작정치’로 몰아붙이며 “권력형 비리를 철저히 파헤치겠다”고 맞불을 놓으면서 국정감사가 상대후보 ‘검증’에 우선순위를 내주고 만 셈이다.

특히 정무위에서는 BBK 주가 조작 사건과 관련해 김경준 전 BBK 대표 등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과정에서 양당 의원들이 심한 몸싸움을 벌였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박병석 정무위원장의 사과를 요구하며 회의에 불참하는 볼썽 사나운 모습을 되풀이해서 보여줬다.

정무위에서 양당 의원들은 국감 기간 내내 BBK 주가조작 사건을 놓고 복잡한 자금 흐름도와 각종 자료를 선보이며 공방을 벌였지만 사건의 실체와 진상이 규명되기보다는 이전투구식 설전만 난무했다.

이런 ‘소모성 국감’에 대해 신당 최재성 공보부대표는 “국가권력 전체가 국민의 알권리를 소홀히 한 면이 있고 국정감사를 통해 이를 바로잡으려 했는데 한나라당이 ‘이명박 방탄국회’를 하겠다고 작정했기 때문에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나라당 김정훈 공보부대표는 “제17대 국회의 마지막 국감으로 임기를 마치는 노무현 정권의 공과를 평가하는 민생국감이 돼야 하는데 신당은 하루도 빠짐없이 이 후보 흠집내기에 거의 전 의원이 나섰다”며 책임을 여권에 돌렸다.

법사위에서는 의원들이 감사원 국감에서 증인 채택 문제를 놓고 대립하다 “잔대가리 굴리지 마라”, “야이 XX야. 잔대가리가 뭐야”, “왜 깐죽거리냐. 충성경쟁 하는 거냐”며 육두문자를 주고 받아 지켜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행자위에서도 상암 DMC 특혜분양 의혹과 관련한 서울시 국감의 증인 채택을 놓고 양당간 기싸움이 벌어졌고 건교위와 환노위에서는 대운하 공약의 실효성이 국감 대상이 될 수 있느냐는 논란이 불거졌다.

신당은 역외펀드 MAF를 통한 자금세탁 의혹과 건강보험료 탈루 의혹을 제기하며 ‘이명박 때리기’ 총공세를 폈고 한나라당은 정동영 후보 처남의 주가조작 의혹과 부친의 친일 행각 의혹 등으로 민생과 동떨어진 공방을 이어갔다.

특히 과기정위 소속 일부 의원들이 피감기관으로부터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한나라당이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조사에 나서고 과기정위는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국회가 다시 한번 ‘구태 정치’의 오명을 뒤집어쓰게 됐다.

여기에다 복지위 소속 의원들이 피감기관 사람들과 어울려 식사와 ‘2차 자리’를 함께 했다는 의혹도 불거져 나오는 등 파문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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