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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비자금 의혹 진실은 무엇인가
삼성그룹 비자금 의혹 진실은 무엇인가
  • 승인 2007.11.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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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비자금 의혹 진실은 무엇인가

삼성그룹이 또다시 대규모 비자금 조성과 전방위 로비 의혹에 휩싸인 사건을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착잡하기 이를 데 없다.

반부패투명사회협약에 가입한 지 얼마나 됐고 8,000억원이라는 거액의 사회환원기금을 내놓으며 정도 경영을 표방한 게 언제라고 또 구설수에 휘말린다는 말인가.

삼성이 이번에 제기된 의혹들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만큼 아직 속단은 금물이다.

하지만 더러운 냄새가 펄펄 나는 이런 추악한 소문과 의혹의 꼬리를 떼어 내지 못하면 투명 경영은 말짱 헛구호에 그치고 세계 유수의 기업들과 어깨를 맞대고 당당하게 경쟁한다는 다짐은 한낱 입발림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태는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현 전략기획실) 법무팀장 출신인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에서 비롯됐다.

김 변호사는 지난주에 이어 또다시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과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삼성에서 불법 로비는 모든 임원의 기본 책무”라고 주장하고 자신은 법조계를 담당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그가 폭로한 삼성그룹의 불법과 비리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임원 1,000여명 명의의 차명계좌를 통한 수조 원대의 비자금 조성,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외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불법 재산 형성과 경영권 편법 상속, 검사와 판사나 재정경제부와 국세청 관리 등에 대한 전방위 로비, 에버랜드 전환사채(CB) 발행 사건의 증인 조작과 재판부 매수 시도 등 하나같이 믿기 어려운 메가톤급들이다.

물론 삼성도 제기된 의혹들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가만히 앉아서 당하지만은 않겠다는 자세다. 우선 차명계좌를 이용해 천문학적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폭로에 대해 국제 수준의 회계 기준을 준수하고 있는데 분식회계라니 터무니없다고 일축했다.

김 변호사는 자신도 모르게 자기 명의의 차명계좌에 50억원이 들어 있었다고 주장했으나 김 변호사와 친하게 지내던 동료가 그의 사전 양해 아래 개설한 계좌이며 김 변호사가 퇴직 이후에도 매년 여기서 발생하는 세금을 제공받아 대납까지 했으므로 이 돈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해명했다.

떡값이란 실체가 없으니 명단은 괴명단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삼성의 주장이다. 검사나 판사를 상대로 떡값이나 휴가비 등을 돌린 적이 없고 김 변호사에게 그런 일을 지시한 바도 없다는 것이다.

언뜻 보면 우리나라 최대 재벌과 특수부 검사를 거쳐 이 재벌에서 전무급 고위직을 지낸 현직 변호사가 진실 게임을 벌이는 양상이다.

삼성으로서는 총수 일가와 그룹에 대한 사회적 비난은 말할 것도 없고 자칫하면 형사적 책임과 함께 기업이 뿌리째 흔들릴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김 변호사의 주장을 뒤엎기 위해 총력을 다해 맞설 게 뻔하다.

하지만 김 변호사는 ‘떡값’ 명단과 이 전무의 불법 재산 형성 관련 자료 등 내부 문건들을 공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등 간단히 물러날 기세가 아니다.

결국 진상 규명은 검찰의 몫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의혹만 갖고 수사에 착수하기는 어렵고 성공 가능성도 낮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따라서 김 변호사나 정의구현사제단, 또는 이들과 뜻을 같이 하는 시민단체 등이 신빙성 있는 증거와 함께 고소·고발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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