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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유출’ 방지대책 세워야
‘기술 유출’ 방지대책 세워야
  • 승인 2007.12.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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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적발된 투싼, 스포티지 등 현대차 스포츠 유틸리티(SUV) 4단 자동변속기 기술 유출 사건은 외국 업체들, 그 중에서도 특히 중국 업체들에 의한 국내 기술 불법 유출이 얼마나 광범위하고 집요하게 이뤄지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 준 사례다.

우리가 선진국과 후발 개도국 사이에 끼었다는 ‘샌드위치’론이 부각되고 있지만 어렵사리 개발한 기술들이 마구 빠져 나간다면 선진국을 따라잡기도 전에 후발 개도국에 추월당하고 말 할 것이다.

중국의 불법 기술 유출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무차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에는 휴대전화,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분야가 주종이었지만 이제는 자동차, 조선, 철강 등 제조업에도 손길을 마구 뻗치고 있다.

최근 들어 중국 업체가 빼내려다 사전 또는 사후에 들통난 기술이나 산업정보만 해도 현대·기아차 차체 조립기술, 기아차 신차 정보, 대우조선 설계도면, 포스코 철강재제조 기술, 액화천연가스(LNG) 카고탱크 제조기술 등 이루 다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기술 유출에 따르는 피해는 갈수록 더 커져 한 건에 수 십조 원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니 모골이 송연하다.

국가정보원 산업기밀보호센터에 따르면 기술 유출에 따르는 추정 피해액은 2003년 13조9,000억원에서 올해 79조7,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적발된 것만 그렇고 적발되지 않은 기술 유출 피해액은 가늠할 길조차 없다. 우리 기업인과 노동자들이 아무리 땀 흘려 외화를 벌어들여도 한편에서 이런 식으로 국부가 줄줄 새어 나간다면 견딜 재간이 없다.

이제는 기술 개발 못지않게 불법 유출 억제에 신경을 써야 할 때다.

숱한 돈을 들여 힘들게 개발해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 말짱 헛일이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중국의 기술 유출 기도를 봉쇄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이미 턱밑까지 쫓아 온 중국에 머잖아 기술 우위를 내주기 십상이다.

그렇게 되면 중국 시장은 물론이고 세계 시장에서도 중국 업체들에 밀려날 수밖에 없으므로 우리가 살 길이 막막해진다.

기술 유출 방지의 최전선은 해당 업체와 업계의 몫이다.

기술 유출 범죄는 전·현직 직원이 85%를 차지할 정도로 전문적 산업스파이가 아니라 기업 내부 인사에 의한 경우가 많아 적발이 여간 어렵지 않다.

이번 사건만 해도 현대차 직원 2명이 2005년 말 120만 달러를 받고 기술을 중국 업체에 넘긴 후 2년 가까이 지난 올 9월에야 발견됐다.

뭐니뭐니 해도 집단속부터 철저히 할 일이다.

그나마 현대차가 지난 5월 차체 조립기술 유출 사건 이후 막대한 비용을 들여 강화한 보안 시스템 덕분에 중국 업체가 기술을 상용화하기에 앞서 사건 전모가 드러났다니 다행이다.

기술 유출은 매국행위에 다름 아니라는 점을 직원들에게 주지시키고 연구개발(R&D) 인력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는 한편 이메일이나 디스켓, 인터넷전화 등을 이용한 지능적 수법을 적발해 낼 수 있는 보안 시스템을 상시 가동해야 한다.

업계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정부가 나서서 함께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최근 기술 유출 사건 적발에 큰 공을 세우고 있는 국정원 등 당국과 민간 업계의 치밀한 공조 체제 구축과 함께 관련 제도와 관행의 개선이 요구된다.

아울러 기술 유출범을 최고 형량으로 처벌하고 국가 핵심 기술은 승인받은 후 수출하도록 규정한 ‘산업기술유출방지법’을 엄정하게 집행해 불법 기술 유출은 꿈도 꾸지 못하게 해야 한다.

특히 정보나 예산, 보안 능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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