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04:52 (수)
북한 ‘사면초가’ 자초하나
북한 ‘사면초가’ 자초하나
  • 승인 2007.12.31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북한의 핵시설 불능화와 핵 프로그램 신고가 결국 이행 시한인 31일을 넘길 전망이다.

이를 두고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북핵 협상의 고비는 핵 불능화 부분에도 있고, 핵 신고 부분에도 있다”고 말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지금 매우 중대한 국면(crucial step)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우려는 불능화와 신고 이후 단계인 핵 폐기 협상이 차질빚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남북협력사업이나 테러지원국 해제 등 북미관계 정상화 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북한은 원하는 것들을 얻을 수 있는 ‘분명한’길이 있는데도 왜 자꾸 기피함으로써 사면초가(四面楚歌)를 자초하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대북 에너지 지원이 지연되고 있는 점을 들어 그간 순항 중이던 핵 불능화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중유 제공 및 기타 경제 지원이 어느 정도 늦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평양에서 남북한 및 중국이 북핵 대북설비지원 협의를 마치는 등 2ㆍ13 합의 이행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이 꼬투리잡을 정도는 아니다.

이보다는 불능화 대상을 놓고 북미 간에 이견이 있다는 관측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미측은 불능화 단계에서 사용하기 전 핵 연료와 냉각탑의 완전한 폐기를 요구한 데 비해 북측은 이 두 사안은 불능화 단계 이후인 핵 폐기 단계에서 논의할 사항이라고 맞서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불능화 대상을 더 잘게 쪼개 더 많은 반대급부를 받아내려는 속셈인 것 같다.

핵 신고 문제의 경우 북미 간 입장이 아주 팽팽하다. 미국은 북측에 핵탄두 수와 무기급 핵물질 생산량을 공개하고 농축우라늄프로그램(UEP) 보유설 및 핵 기술ㆍ물질의 해외 이전 의혹에 대해 해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친서까지 보냈다.

그러나 북측은 ‘없는 것을 어떻게 있다고 하느냐’는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나마 핵무기 원료가 되는 플루토늄 생산량이 약 30㎏이라는 수치를 제공했다고 하지만 미국이 추정하고 있는 50㎏과는 큰 차이가 있다.

최근 북측이 미측에 건네준 알루미늄관에서는 ‘우라늄 농축 흔적’이 발견됐다는 얘기도 들린다.

미국으로서는 신고 내용이 이 정도라면 북한을 믿기 어려울 것이다.

북한은 2002년 9월 ‘일본인 납북’을 과감하게 시인했다가 일이 꼬인 것을 교훈 삼아 UEP의 존재 등을 과감하게 시인하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최근 상황은 전적으로 북한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남한에서는 ‘상호주의’를 강조하는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 당선자와 부시 대통령은 ‘선(先) 핵 포기’방침을 재차 확인했다. 이 후보의 당선으로 부시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고삐를 바짝 죌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는 견해도 있다. 미국 내 대북 강경파의 협상 중단 목소리는 날로 커지고 있다.

북한이 장고 끝에 악수를 두지 않기 바랄 뿐이다. 불능화는 폐연료봉 제거로 내년 2~3월에나 완료된다. 이때까지라도 핵 신고가 정확하게 이뤄지면 판은 깨지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시간보다 내용이 더 중요하다. 라이스 국무장관이 방북해 양측이 수용할 수 있는 ‘접점’을 찾는 것도 교착 상태를 타결짓는 방안이 될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